전환⋅교환사채 취득 방식으로 투자
반도체 사업 키우는 한솔...지분율 확대 가능성 촉각
한솔그룹이 반도체 프로브카드 제조사 지분 투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브카드는 반도체 웨이퍼를 개별 다이로 자르기 전 불량 여부를 테스트하는 부품이다.
한솔그룹은 지난 2022년 한솔테크닉스가 아이원스를 인수하고 한솔케미칼이 전구체(프리커서) 사업을 강화하는 등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한솔홀딩스, 윌테크 전환⋅교환사채 취득
한솔그룹은 지주사 한솔홀딩스를 통해 윌테크놀러지 전환사채 및 교환사채를 취득했다. 전환사채 인수금액은 75억원, 교환사채 인수금액은 16억8000만원으로 도합 91억8000만원 수준이다. 전환사채는 약정된 기간에 발행회사의 ‘신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며, 교환사채는 ‘구주’로 대신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해당 채권의 전환가액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솔홀딩스가 보유한 전환⋅교환사채가 향후 윌테크놀러지 지분 몇 %로 치환될 지는 예단할 수 없다. 다만 반도체 업계는 해당 사채가 윌테크놀러지 지분 10% 정도에 상응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윌테크놀러지는 국내서 거의 유일한 비메모리용 프로브카드 제조사다. 윌테크놀러지를 포함해 국내에 총 6개의 프로브카드 제조사가 있지만, 이 가운데 비메모리용 제품을 의미 있는 규모로 양산하는 곳은 이 회사 뿐이다. 나머지 5개사는 낸드플래시용 프로브카드를 중심으로 D램 시장으로의 확장을 타진하고 있다. 비메모리용 제품 역시 양산 공급을 타진하는 수준이다.
국내 비메모리용 프로브카드 시장은 미국 폼팩터, 이탈리아 테크노프로브가 양분하고 있다. 윌테크놀러지가 국내 프로브카드 제조사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 향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용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윌테크놀러지의 안정적인 성장은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 공급망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윌테크놀러지는 지난 2020년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했고, IPO(기업공개) 주관사로 KB증권을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IPO가 취소됐는데 회사 경영권을 놓고 내홍이 불거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윌테크놀러지의 최대주주는 이윤정 대표다. 이 대표는 이규철 전 한국정수공업 대표의 딸로, 이규철 전 회장이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측으로부터 2014년 회사를 인수한 뒤 딸을 대표로 앉혔다. 현재 이윤정 대표가 지분 37.46%를, 회사 자사주로 21.85%를 보유하고 있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유일한 비메모리용 프로브카드 공급사의 노이즈는 삼성전자로서는 신경쓰일 수 밖에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
한솔그룹, 윌테크 지분율 확대하나
따라서 지금은 전환⋅교환사채 인수를 통해 소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한 한솔그룹이 기회를 봐서 지분율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한솔그룹은 한솔테크닉스를 통해 아이원스(현 한솔아이원스)를 인수하는 등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한솔아이원스는 반도체 장비용 부품을 정밀세정 및 코팅하는 회사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삼성전자가 주 고객사다.
한솔케미칼은 최근 고유전율⋅저유전율 전구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유전율 전구체 중 하나인 CP-지르코늄 공급물량이 1분기 중 증가할 예정인데, 삼성전자가 기존 디엔에프로부터 받던 물량 일부를 한솔케미칼로 이전키로 했다.
또 다른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한솔그룹은 삼성그룹 방계 회사여서 사실상 내재화에 가까운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비메모리 프로브카드 사업도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한솔그룹이 투자를 늘릴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