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체설계 모뎀칩 탑재, 메모리는 8GB 전망
OLED는 BOE가 1200만대 이상 공급...최다 점유
내년 초 출시되는 ‘아이폰 SE4’는 모바일용 소재⋅부품 시장에 주는 함의가 작지 않다. 애플이 자체 설계한 모뎀칩이 양산 제품에 첫 탑재되는 시험대며, 디스플레이는 LCD에서 OLED로의 전환에 종지부를 찍는다.
‘애플 인텔리전스’ 구현을 위해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는 물론 메모리도 기존 플래그십 수준의 스펙을 제공할 전망이다.
애플, 첫 자체 설계 5G 모뎀 탑재
당초 모바일 업계가 예상했던 아이폰 SE4 출시 시점은 올해 3월이다. 앞서 출시된 3세대(SE3)가 2세대(SE2) 출시 후 2년 시간차를 두고 출시됐고, 실제 애플도 2년 주기가 도래한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협력사들과 4세대(SE4) 출시를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SE4는 이보다 1년 늦은 내년 3월~4월 출시될 예정이며, 이는 결정적으로 모뎀칩과 OLED 수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폰에 미국 퀄컴이 설계한 모뎀칩을 탑재해왔는데 SE4에는 처음 자체 설계한 모뎀칩이 적용된다. 애플은 지난 2018년부터 자체 모뎀칩을 개발해왔고, 이듬해 인텔로부터 모뎀사업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자체 설계 모뎀의 첫 적용인 만큼, 애플로서는 양산 테스트베드가 필요했다. 처음부터 플래그십 제품에 탑재했다가 품질 이슈가 발생하면 감당하기 어렵기에 중저가 모델인 SE 시리즈에 첫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퀄컴 특허를 피해가며 모뎀칩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탓에 드디어 내년에 양산 탑재가 결정됐다.
애플의 자체 모뎀 조달은 퀄컴으로서는 악재다. 중저가인 SE 시리즈로 시작하지만 향후 플래그십 모델과 모뎀이 탑재되는 다른 모바일 기기로도 적용 범위를 넓혀갈 게 명확하기 때문이다.
BOE의 지지부진한 OLED 생산 수율 역시 SE4 출시 1년 연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SE4 출시를 기해 아이폰용 디스플레이를 100% OLED로 전환한다. 가을에 출시되는 플래그십은 이미 OLED로 전환을 마무리했지만, 2022년에 나온 SE3는 LTPS(저온폴리실리콘) LCD가 탑재된 바 있다.
중저가 라인업에 OLED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은 BOE가 가장 많은 물량을 맡아줘야 한다. 그러나 2023년 말까지 BOE의 패널 수율이 애플 기대에 못미치면서 SE4 출시를 연기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실제 내년 3~4월 SE4 출시를 앞두고 패널 업체별로 분배 받은 OLED 생산량은 BOE가 1200만대를 약간 상회, 가장 많은 양을 공급하게 됐다. LG디스플레이가 700만대, 삼성디스플레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포인트는 패널 단가다. BOE가 애플에 공급하는 SE4용 패널 가격은 35달러 수준으로, 40달러대 초반인 LG디스플레이 대비 12% 이상 싸다. 애플이 출시 시점을 미뤄가며 BOE 생산 노하우 확보를 독려한 이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SE4용 OLED 패널 납품 단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저가 아이폰 첫 8GB D램 탑재
그동안 D램 용량 증대에 유난히 인색했던 애플이 중저가 모델인 SE4에 8GB D램을 적용할 지도 관심사다. 반도체 업계가 애플이 8GB D램을 제공할 것으로 확신하는 건 애플 인텔리전스 구현 때문이다. 통상 LLM(거대언어모델) 매개변수 10억개 당 0.6~1GB의 D램을 점유한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매개변수가 30억개이므로, 1.8~3GB 정도의 전용 D램이 추가로 필요하다.
앞서 2022년 출시된 아이폰 SE3가 4GB D램을 탑재했던 점을 감안하면 SE4가 8GB D램으로 업그레이드 될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애플이 지난 10월 선보인 데스크톱 ‘맥 미니 M4’ 역시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위해 최저 D램 용량이 16GB부터 시작한다. 이전까지 맥 미니의 최소 메모리 용량은 8GB였다.
물론 중저가임을 감안해 애플 인텔리전스를 제공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사결정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애플이 SE4에 최신 AP인 ‘A18’을 탑재할 것임을 감안하면 하드웨어 측면에서 다운그레이드 할 가능성은 낮다. 중저가 모델이라고 해도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3~4년에 이르는 상황에서 AI(인공지능) 기능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상품성을 크게 저해할 수도 있다.
한 스마트폰 업계 전문가는 “내년에는 하반기 플래그십 시장은 물론, 상반기 중저가 시장까지 애플의 영향력이 지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대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진영의 점유율 방어가 힘겨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