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의 수주 제한 기준 네가지 추정
중국 4대 CSP가 가장 큰 피해
"TSMC 연간 매출 5~8% 영향권"
TSMC가 향후 중국 팹리스들로부터 선단공정 파운드리 주문을 가려 받기로 함에 따라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아직 TSMC가 공식적인 방침을 확인하지 않은 탓에 무성한 추정만 나오고 있다.
중국 매체 테크나우보이스(TechNowvoice)는 TSMC가 중국으로부터 수주를 제한하는 항목에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비롯한 서버용 AI(인공지능) 가속기만 포함되며, 모바일⋅자동차용 칩은 제외된다고 10일 보도했다.
앞서 로이터 등 외신은 TSMC가 미국 상무부 요청에 따라 11일부터 중국 기업의 7nm(나노미터) 이하 반도체 전체에 대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전한 바 있다. 로이터 설명은 향후 중국 고객사가 TSMC 선단공정을 이용하는 게 원천 차단된다는 의미로 읽히지만, 테크나우보이스는 이를 ‘가짜뉴스’라고 못박았다.
테크나우보이스에 따르면 TSMC가 중국 고객사로부터 주문을 받지 않기로 한 품목은 ▲트랜지스터의 총 개수가 3000억개를 넘는 반도체 ▲칩 사이즈가 300㎜²를 넘는 반도체 ▲HBM(고대역메모리)을 사용하는 반도체 ▲CoWoS 패키지 등 네 가지다.
이 가운데 HBM과 CoWoS는 현재 GPU를 포함한 서버용 AI 가속기 생산에만 적용되는 기술이다. 모바일⋅자동차용 칩은 해당사항 없다.
칩 사이즈 300㎜²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학습용과 추론용을 가르를 기준이다. 엔비디아 GPU 중 ‘호퍼’⋅’블랙웰’ 등 학습용 제품은 모두 칩 사이즈 300㎜²를 훌쩍 넘어선다. 이 기준을 넘지 않는 GPU는 추론용인 L2⋅L4 정도다. 두 칩은 사이즈가 각각 295㎜²씩이다. 메모리도 HBM이 아닌 GDDR을 사용한다.
따라서 중국 팹리스가 설계한 AI 가속기 중 칩 사이즈 300㎜²를 넘지 않고 GDDR 메모리를 탑재한 제품은 앞으로도 TSMC에 일감을 맡길 수 있다는 게 테크나우보이스의 설명이다. 이들은 학습용 보다는 추론용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 뿐만 아니라 추론용 AI 칩은 학습용 대비 컴퓨팅 파워가 낮다. 칩 사이즈도 그 만큼 작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TSMC가 입게 될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우선 현 시점 TSMC의 7nm 이하 선단공정의 주요 고객사는 애플⋅엔비디아⋅퀄컴⋅AMD 등 미국 기업들과 대만 미디어텍이다. 중국 기업도 일부 있지만 주로 암호화폐 채굴용 칩을 만드는 ASIC(주문형반도체)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선단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고, 물량도 파편화 되어 있다.
TSMC의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해와 올해 3분기까지 11~13% 사이를 오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번 조치가 현실화 된다면 최악의 경우라도 TSMC 연간 매출의 5~8%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TSMC 봉쇄로 엔비디아는 물론 자국산 학습용 AI 가속기도 조달이 어려워진 중국 CSP(클라우드서비스업체)는 AI 사업 전략에 심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화웨이⋅바이두⋅텐센트⋅알리바바 등 중국 4대 CSP는 엔비디아 GPU 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자국 팹리스들과 함께 자체 칩 개발에 매진해왔다.
그러나 이들이 반도체를 설계한다고 해도 TSMC 7nm 이하 공정을 이용해 칩을 생산해내지 못한다면 LLM(거대언어모델)을 학습시킬 수 없게 된다. 사실상 사업에 손발이 묶이는 셈이다.
트렌드포스는 “TSMC가 받게 될 매출 감소는 최근 AI 반도체 수요 증가세에 힘입어 좀 더 완화될 것”이라며 “중국 CSP들이 입게 될 피해는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