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오⋅샤오펑, 자체 설계 반도체 테이프아웃
물량 뒷받침 되지 못하면 사장될수도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판매량을 늘려가면서 차량용 반도체 자립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처럼 엔비디아⋅모빌아이에 관련 솔루션을 의존하면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고, 향후 미국 제재 수위에 따라 예기치 않은 위기에 봉착할 수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니오⋅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자체 설계한 자율주행 반도체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니오는 지난 7월 자체 설계한 ‘셴지 NX9031’이라는 자율주행 칩을 테이프아웃했다. 테이프아웃은 팹리스에서 설계를 마친 디자인을 파운드리로 넘기는 과정을 뜻한다. 사실상 설계단에서의 과제를 끝나고 양산 및 검증만 남은 단계다.
셴지 NX9031은 5nm(나노미터) 공정으로 설계됐는데 니오가 내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 ET9에 탑재돼 출시될 계획이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산업에 5nm 공정 칩이 사용되는 건 니오 ET9가 처음이다. 또 다른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 역시 최근 첫 번째 AI(인공지능) 칩 ‘터닝(Turning)’을 테이프아웃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회사의 반도체 전략은 앞서 같은 전략을 구사한 테슬라의 경로를 뒤쫓는다. 테슬라의 ECU(전자제어장치)는 1세대 모빌아이 ‘EyeQ3’, 2세대 엔비디아 ‘드라이버 PX2’를 거쳐 3세대부터 자체 설계한 FSD으로 갈아탔다. 현재는 FSD 두 번째 버전이 양산차에 적용 중이다. 첫 FSD는 14nm, FSD 두 번째 버전은 5nm 공정이 각각 적용됐다.
커스텀 반도체를 자사 전기차에 적용하면 꼭 필요한 기능을 강조해 최적화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경우 훨씬 낮은 가격에 칩을 조달할 수 있다. 항상 미국 행정부 제재를 신경 써야 하는 중국 기업들 입장에서 언제까지 엔비디아⋅모빌아이⋅퀄컴에 의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이 같은 전략에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일단 반도체를 설계하고 양산하는 것 자체가 고비용 과제인 탓에 웬만큼 물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지 않는다.
2015년 전후 수많은 스마트폰 기업들이 퀄컴⋅미디어텍으로부터 독립하고자 자체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설계했지만, 실제 양산 적용에 성공한 회사는 삼성전자⋅화웨이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는 비용을 들여 칩을 설계하고도 성능이 범용칩에 미치지 못해 폐기한 프로젝트가 수두룩하다.
자동차 반도체 역시 높은 설계 역량과 많은 내부 수요가 뒤따르지 못하면 반도체 설계 비용만 허비한 채 결국에는 엔비디아⋅모빌아이 칩을 갖다 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