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공정 개발 주도권, 세트 업체에서 에피⋅칩 회사로
에피⋅칩 업계가 마이크로 LED 전환 인센티브 훨씬 커

마이크로 LED 상용화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전사(Transfer) 공정이 패널⋅세트 업체보다는 LED 에피⋅칩 공급사로 전가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을 LCD⋅OLED가 장악한 상황에서 LED 에피⋅칩 업체가 기술 전환에 따른 인센티브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찰스 리 플레이나이트라이드 CEO가 마이크로 LED 기술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KIPOST
찰스 리 플레이나이트라이드 CEO가 마이크로 LED 기술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KIPOST

 

전사 공정 내재화하는 LED 에피⋅칩 회사들

 

찰스 리 플레이나이트라이드 CEO(최고경영자)는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에서 “고객사들과 협의를 통해 COC를 2세대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며 “COC2를 통해 세트 업체들의 전사 공정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COC(Chip-On-Carrier)는 에피웨이퍼 상에 제조된 마이크로 LED 중 양품만 골라 캐리어 기판에 전사한 반제품을 뜻한다. 한 장의 에피웨이퍼에서 만든 LED라도 색좌표나 휘도(밝기)는 제각각이고, 중간중간 불량 칩도 섞여 있다. 이 가운데 불량품을 폐기하고 색좌표⋅휘도 스펙에서 벗어나는 칩을 걸러내 캐리어 기판에 줄지어 붙이면 COC가 된다. 

그동안 플레이나이트라이드 고객사들은 적색 COC, 녹색 COC, 청색 COC를 구매해 백플레인에 전사하는 SCM(서플라이체인)을 구성했다. COC가 없을 때는 전사에 앞서 검사와 비닝(Binning)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전사 공정 복잡성이 훨씬 높았다. 비닝은 LED를 색좌표⋅휘도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을 뜻한다.

플레이나이트라이드가 새로 공개한 COC2는 기존 적색⋅녹색⋅청색 COC를 한 장의 캐리어 기판에 모은 것이다.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각 색상을 서브픽셀 구조에 맞게 얼라인먼트를 미리 맞춰 두었기 때문에 전사 공정이 훨씬 간단해졌다. 

COC 1세대 및 COC 2세대에 대한 설명. /자료=플레이나이트라이드
COC 1세대 및 COC 2세대에 대한 설명. /자료=플레이나이트라이드

LED 에피⋅칩 업체인 서울바이오시스 역시 전사 공정을 내재화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적색⋅녹색⋅청색 플립칩 LED를 수직으로 본딩한 원칩 솔루션을 내놨다. 이전에 패널⋅세트 업체가 디스플레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3원색을 각각 전사해야 했는데, 1개 칩에 3가지 색상이 모두 적층돼 있기에 수고가 한 번으로 줄어든다. 

서울바이오시스는 이 원칩 마이크로 LED를 PCB(인쇄회로기판)에 전사까지 한 상태로 패널⋅세트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고객사들은 마이크로 LED가 전사된 모듈을 타일 방식으로 여러장 이어 붙이기만 하면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LED 패키지 전문업체 루멘스 역시 LED 원칩 솔루션을 내놓은 바 있다. 서울바이오시스의 원칩이 각기 다른 에피 웨이퍼에서 만든 마이크로 LED를 수직 본딩한 것인 반면, 루멘스의 원칩은 ‘모노리식(Monolithic)’이다. 단일 에피웨이퍼 위에 적색⋅녹색⋅청색 LED를 모두 성장시킨다는 뜻이다. 역시 전사 공정의 수고를 3분의 1로 절감할 수 있다.

서울바이오시스의 마이크로 LED 원칩 솔루션. /사진=KIPOST
서울바이오시스의 마이크로 LED 원칩 솔루션. /사진=KIPOST

 

급할 것 없는 세트 업체, 결국 ‘목 마른 자 우물파기’

 

마이크로 LED 상용화가 추진된 2015년 이후 전사 공정은 에피⋅칩 회사보다는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 혹은 TV 세트 회사를 중심으로 솔루션을 찾아왔다. 자금력이나 R&D(연구개발) 역량도 후자가 상대적으로 크다. 그러나 최근에는 플레이나이트라이드⋅서울바이오시스⋅루멘스처럼 에피⋅칩 회사로 전사 공정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이는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이 LCD⋅OLED에서 마이크로 LED로 전환되는데 따른 인센티브가 에피⋅칩 회사에 훨씬 크기 작용하기 때문이다. LED 업계는 2010년 전후 촉발된 과잉투자 이후 이렇다 할 수요 진작 요인이 등장하지 않았다. 마이크로 LED 전사 공정과 단가 문제만 해결하면 조명⋅BLU(백라이트유닛)에 이은 신시장을 맞이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패널⋅세트 업체들은 마이크로 LED 전환 유인이 별로 크지 않다.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은 한국이 OLED를, 중국이 LCD를 완전히 장악한 상태다. 굳이 마이크로 LED 패널을 만들어 봐야 기존 LCD나 OLED 시장을 잠식할 뿐이다. 

마이크로 LED로 구성한 투명 디스플레이. /사진=플레이나이트라이드
마이크로 LED로 구성한 투명 디스플레이. /사진=플레이나이트라이드

TV 세트 업체들도 마이크로 LED TV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내부 자원을 크게 투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현 시점에 가장 저렴하게 소싱할 수 있는 패널 기술을 선호할 뿐이다. 결국 에피⋅칩 회사들이 전사 공정과 단가 솔루션을 스스로 찾아서 해결하기 전까지는 패널⋅세트 업체들이 적극 나서지는 않을 거란 관측이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전사 공정을 에피⋅칩 회사가 가져간다는 건 비닝에 따른 B급 제품 재고 부담도 고스란히 떠맡는다는 의미”라며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LED 회사들이 재고 부담을 안고 전사 공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