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인력 수급...기술유출 비화 가능성도
SGS세미, SMIC와 '빅 펀드' 합작사

중국 SMIC의 자회사 SGS세미(盛吉盛, 셩지셩)가 네덜란드⋅일본이 공급하는 반도체 장비 카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MIC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회사들이 미국 제재 탓에 장비 수급길이 막혀가자 노골적인 복제를 통해 국산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GS세미가 국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들을 다수 영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술유출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 

/사진=SMIC
/사진=SMIC

 

SGS세미, ASML⋅TEL 장비 카피 

 

25일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SGS세미의 목표는 ASML의 노광장비와 TEL의 식각장비를 역설계(리버스엔지니어링)하는 것”이라며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내부를 뜯어서 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SGS세미는 표면상 반도체 장비 개발을 사업목적으로 내세우는 만큼 자체적으로 ASML⋅TEL 장비를 들여올 수는 없다. 이에 SMIC가 구매했던 장비를 가져다가 분해하는 방식으로 역설계하고 있다. 

SGS세미는 지난 2018년 SMIC와 중국의 국가직접회로 산업투자펀드, 일명 ‘빅펀드' 1기가 의기투합해 설립한 회사다. 

SGS세미 외에도 중국에 반도체 소부장 자립을 내걸고 국산화를 추진하는 회사는 적지 않다. 그러나 SGS세미의 경우, 중국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SMIC의 자회사며 대규모 정책자금까지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경계 대상이다. 

특히나 국내 반도체 업계가 SGS세미를 예의주시하는 건 이 회사가 사업 초기부터 국내 인력들을 다수 흡수해 간 이력 때문이다. SGS세미 주요 주주 중에는 국내 장비업체 트리플코어테크놀러지도 포함돼 있으며, SGS세미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 내 자회사 SGS코리아도 2019년 설립했다. 

도쿄일렉트론 평택기술지원센터. /사진=도쿄일렉트론
도쿄일렉트론 평택기술지원센터. /사진=도쿄일렉트론

작년 연말을 기준으로 SGS코리아의 임직원수는 128명으로, 웬만한 중견 장비업체에 맞먹는다. 더불어 국내 채용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경력사원을 뽑고 있는데, ‘사람인'에서 확인되는 채용공고만 15건이다. 감사보고서상 실적이 확인되는 지난 2022년부터 작년까지 이 회사는 누적 27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 중이다. 사실상 업황과 관계 없이 인력을 수급하고 있는 셈이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SMIC의 자금 지원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SGS세미⋅SGS코리아 모두 운영하는데는 어려움이 없다”며 “SGS코리아가 뽑은 인력이 중국 본사로 발령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SGS세미가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는지 여부와 별개로 기술유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해 CHJS(청두가오전, 成都高真科技) 사태처럼 법적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팹 설계도면을 유출해 18nm(나노미터)급 D램 공장 설립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최진석씨는 지난해 국내서 체포된 후 아직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지난해 SMIC는 SGS세미를 통해 D램 사업 진출도 추진했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이 계획은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2023년 9월 18일자 <SMIC, 자회사 통해 메모리 사업 진출 타진> 참조). 그보다는 파운드리 투자와 장비 국산화 프로젝트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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