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임 CEO 취임 직후 이뤄진 소규모 조직개편
조직 파악 후 상반기 중 추가 개편 전망
지난해 연말 CEO(최고경영자)를 교체한 LG디스플레이가 상반기 중 추가 조직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철동 사장 취임 시점과 조직개편 시기를 비교해보면 정 사장의 의중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을 거란 예상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기존 기존 3개 사업부를 4개로 세분화하는 정도의 소폭 개편을 단행하는데 그쳤다.
LGD, 주총 후 추가 조직개편 예상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까지 ▲대형 ▲중소형 ▲오토그룹 체제로 사업부를 운영해오다, 연말쯤 ▲대형 ▲중형 ▲SC ▲오토그룹으로 재편했다. 중소형 사업부를 쪼개어 ▲중형과 ▲SC(Strategic Customer, 전략고객) 사업부로 세분한 것이다. SC란 결국 LG디스플레이 OLED 최대 고객사인 애플을 뜻한다. 이외에 CSO(최고전략책임자) 조직을 분리해 전략 수립과 신사업 발굴 기능을 CEO 직속으로 옮겼다.
다만 이상의 조직 개편은 신임 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정철동 사장은 지난해 12월 1일 공식 업무를 시작했는데, 조직개편은 정 사장 취임 직후 이뤄졌다.
정 사장이 지난 2004년부터 2016년까지 13년간 LG디스플레이에서 근무했다고 해도 7년간 LG이노텍으로 떠나 있었다. 그동안 LG디스플레이는 사업의 내용도, 조직도,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불과 며칠만에 사업과 조직을 파악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는 불가능하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12월 초 단행된 조직간 이동은 전임 정호영 사장 시절부터 추진되어 온 내용의 일부를 반영한 것에 불과할 것”이라며 “곧 정철동 사장 의중이 오롯이 반영된 개편이 뒤따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추가 조직개편을 단행한다면 시기는 빠르면 주주총회 직후로 예상한다. 정철동 사장은 지난해 12월 1일 공식 업무를 시작했으나, 차기 주총에서 정식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이 때를 맞춰 조직에 변화를 줄 것이란 예상이다. 혹은 취임 반년이 되는 시기를 즈음해 개편에 나설 거란 전망도 나온다.
개편의 내용은 지난 12월 중소형 사업부에 우선 변화를 준 만큼, 대형 사업부에 집중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최근 대형 사업을 둘러싼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과도 연관이 있다.
LG디스플레이 중소형 사업은 아직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애플 아이폰 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또 올해 초 아이패드용 OLED 생산도 시작했다. 하반기에 출하가 집중됐던 애플 향 OLED 물량이 상반기로도 분산돼 매출 안정성에 기여할 전망이다.
그러나 중소형 사업과 달리 대형 사업은 아직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팬데믹 특수를 등에 업고 연간 770만대를 출하했던 TV용 OLED는 지난해 450만대 가량 판매하는데 그쳤다.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 생산능력이 연간 1000만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동률도 절반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대형 OLED가 LCD 패널과의 가격 경쟁 탓에 판매량을 크게 늘리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중소형 OLED는 LCD로는 구현할 수 없는 폼팩터와 저전력 특성을 내세워 모바일 시장에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대형 OLED는 명암비(가장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밝기 차)를 제외하면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하는 포인트가 부족하다.
오히려 LCD가 낮은 가격을 무기로 ‘거거익선(巨巨益善, 패널 크기가 클수록 선호됨)’인 TV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비록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는 하나 추가로 드라마틱하게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이번에 이뤄질 추가 조직개편을 통해 대형 사업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진용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수주형 사업인 모바일 OLED와 달리 대형 OLED는 LCD 처럼 시황에 취약한 구조에서 못벗어나고 있다”며 “정철동 사장이 조직개편으로 어떤 묘수를 내놓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