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샤오펑 이어 다시 중국 기업과 손잡아
내연기관 기술 전수하다 IT 기술 전수받는 신세로

중국 IT 기술을 빌어 전장화를 추진 중인 폴크스바겐이 이번에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비보와 손잡았다. 지난 1984년 중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며, 현지에 내연기관 기술을 전수했던 폴크스바겐이 40년만에 교편을 내려 놓고 책상에 앉았다. 

폴크스바겐의 소프트웨어 부문 자회사인 캐리어드는 비보와 ‘모바일 X 모빌리티 퓨전 조인트 이노베이티브 랩(이하 M랩)'을 개소한다고 6일 밝혔다. M랩은 이종산업간 혁신적인 아이디어 산출을 목표로 설립된다. 구체적으로는 스마트콕핏,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자동차와 운전자 간의 인터페이스, 스마트폰과 자동차 간의 데이터 공유 기술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 AI(인공지능)과 LLM(거대언어모델) 분야에서도 캐리어드와 비보가 협력할 예정이라고 폴크스바겐은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스마트폰 회사와 자동차 회사 간의 협업이 흔한 편이다. 비보 외에 화웨이⋅샤오미 등 스마트폰 회사들이 일찍부터 자동차 회사들과 협력하는 한편, 지리자동차⋅니오 등 OEM(완성차 브랜드)들은 자체 스마트폰을 출시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보면 자동차 제조업과 스마트폰 브랜드가 동시에 흥하는 국가가 미국⋅한국⋅중국 정도다. 다만 미국은 애플이 타 기업과의 협업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고, 국내도 재벌기업간 공동 연구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중국은 스마트폰 회사나 차 OEM들이 대부분 업력이 길지 않고, 타 기업과의 공생에 적극적이다. 폴크스바겐이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와의 협업을 손쉽게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다. 

폴크스바겐이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 파트너로 비보를 택함으로써 이 회사의 중국 기술 의존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7월 전기차 브랜드 샤오펑에 7억달러(약 9200억원)를 투자해 지분 5%를 취득했다. 샤오펑은 중국에서 니오와 함께 고급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데, 오는 2026년 폴크스바겐과의 공동 브랜드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또 중국 현지화된 전기차 플랫폼과 커넥티드카 기술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AI 스타트업인 호라이즌로보틱스에 24억유로(약 3조4000억원)를 투자하며 자율주행 분야서 공동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공동 기술 개발로 표현하지만, 사실상 호라이즌로보틱의 AI 기술을 거의 전적으로 도입하는 수준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당초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에 26억달러를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중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폴크스바겐의 고급차 브랜드 아우디 역시 지난 전장⋅전동화 파트너로 중국 SAIC(상하이자동차)를 선택했다. 아우디는 폴크스바겐 그룹의 전장⋅전동화 전략에 동조하는 분위기였지만 본사가 계속해서 갈피를 잡지 못하자 자구책으로 SAIC를 협력 파트너로 지정한 바 있다(KIPOST 2023년 7월 22일자 <아우디, SAIC 협력으로 전장⋅전동화 해답 찾는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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