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에 투자자금 90% 쏟아부어
자동차 사업부 접고, 정리해고...그래도 커지는 손실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표방하며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상장에도 성공했던 중국 캠브리콘이 계속된 손실 탓에 회사 안팎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자금의 90%를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음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투자자가 이탈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중국 매체 이사이글로벌은 캠브리콘 주요 주주였던 SDIC 펀드가 740만주, 약 1.85%의 지분을 매각했다고 25일 보도했다. 현재 SDIC는 캠브리콘 주식 1176주만을 보유해 이제는 주요 주주 지위를 잃었다. 쑤저우산업단지벤처캐피털도 430만주의 지분을 처분해 3억6100만위안(약 660억원)을 확보했다. 중국초상은행 역시 총 460만주의 지분을 지난 2월부터 6월 사이에 모두 처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지분을 팔고 나가자 지난 4월 249.5위안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전날 기준 127.12위안까지 빠졌다. 

캠브리콘은 지난 2020년 상장할 당시만 해도 ‘중국의 엔비디아'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회사다. 직전해인 2019년에 미국이 화웨이 및 하이실리콘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면서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자립을 이루게 해 줄 주요 회사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된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적면에서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한 탓에 투자자들이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6억5900만위안을 시작으로 2021년(11억위안), 2022년(16억위안) 3년 연속 손실을 봤다. 올해 상반기에만 6억4000만위안 손실을 기록, 4년 연속 적자가 불가피하다. 

캠브리콘은 2019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43억위안을 투자받았는데, 현재까지 90%가 넘는 39억위안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캠브리콘은 손실 규모를 줄이기 위해 올해 초 자율주행 사업부를 셧다운하고, 관련 인력을 정리해고 했다. 가장 유망한 사업까지 잘라냈지만 턴어라운드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장기 프로젝트를 섣불리 정리했다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AI 반도체가 각광받고 있으나 사실 이와 관련한 과실은 대부분 엔비디아가 가져가고 있다. 쿠다(CUDA)로 대변되는 엔비디아의 API 모델 덕분에 AI 전문 엔지니어들이 엔비디아 GPU를 최우선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락인' 효과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보다 성능 좋은 AI 가속기가 다수 출시됐지만, 실제 시장에서 존재감은 없는 이유다. 캠브리콘의 이 같은 고민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AI 가속기 업체 대부분이 겪고 있는 문제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10nm 이하에서는 반도체 칩을 설계하고 양산해보데 최소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 칩이 고객사에 채택되지 못하면 모두 재고로 떠안아 적자를 기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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