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현지화에 가장 적극 부응해 온 중국 4사
합산 점유율 55%로 급락

샤오미 스마트폰 '미9'. /사진=샤오미
샤오미 스마트폰 '미9'. /사진=샤오미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했던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최근 과거 같은 장악력을 보유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인도 정부의 생산 현지화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부응했던 회사들이 중국 브랜드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중국 매체 이사이글로벌은 샤오미⋅비보⋅오포⋅리얼미의 인도 시장 점유율이 지난 2분기 기준 55%에 그쳤다고 18일 보도했다. 단일 국가 브랜드 점유율로는 높은 편이지만, 같은 조사에서 70%에 달했던 지난 2021년에 비하면 크게 하락한 수준이다.

2018~2019년 매월 400만대의 스마트폰을 현지에서 출하했던 샤오미⋅비보⋅오포는 지금은 150만대 정도만 판매하는데 그친다. 중국 브랜드들이 인도에서 잃어버린 시장은 애플과 삼성전자, 현지 브랜드인 릴라이언스지오가 가져갔다는 게 이사이글로벌의 분석이다

사실 중국 4사는 지난 2014년 시작된 인도 정부의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부응했다. 2021년을 기준으로 중국 업체들이 인도에 보유한 공장만 200개 이상이며, 이들이 고용한 직원은 20만명이 넘는다. 관련 무역 회사는 500개, 투자액만 30억달러(약 4조원)를 각각 돌파했다. 애플의 외주 조립업체인 폭스콘과 삼성전자가 최근 인도 생산라인에 투자하고 있지만, 중국 브랜드들에 비하면 아직 시작 단계다. 

적극적인 현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1년 이후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건 격화되고 있는 인도⋅중국 간 국경 문제가 단초를 제공했다. 

인도는 2020년 6월 양국 국경 지역인 라다크 갈완계곡에서 양국 군이 충돌해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이후 중국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경제보복을 가해왔다. 그해 6월부터 틱톡⋅위챗⋅바이두 등 300여개 중국 휴대전화 앱의 사용을 금지했다. 또 화웨이⋅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의 5G 통신 사업 참여도 배제했다. 샤오미는 1조원 규모의 인도 내 자산을 압류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향후 첨단 제조업 시장을 놓고 인도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게 될 중국 회사들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인도는 릴라이언스지오⋅마이크로맥스 등 자국 스마트폰 브랜드들을 육성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당장 마주할 경쟁사는 애플⋅삼성전자 보다는 중국 브랜드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국 브랜드들의 길을 터주기 위해서라도 중국 브랜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테슬라에는 자국 내 전기차 공장 건설을 요청했던 인도 정부가 지난 7월 중국 BYD의 10억달러 투자제안을 거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중저가 시장부터 잠식할 자국 브랜드 입장에서 테슬라는 경쟁사가 아니지만, BYD는 강력한 경쟁사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