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달만에 중유 엔진을 메탄올 엔진으로 개조
신규 선박 인도 기간 절감할 수 있어

히타치조선에 개발한 이중 연료 엔진. /사진=히타치조선
히타치조선에 개발한 이중 연료 엔진. /사진=히타치조선

히타치조선이 일반 선박을 친환경 메탄올 추진선으로 교체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메탄올은 연소 과정에서 LNG(액화천연가스) 대비 적은 탄소를 배출하고, 황산화물⋅질소산화물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선박용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19일 닛케이아시아는 히타치조선이 독일 만에너지솔루션과 공동으로 기존 중유 엔진이 장착된 상태에서 메탄올 추진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메탄올 추진선을 선박 회사에 발주하면, 인도받는데까지 수년이 걸린다. 히타치조선이 고안한 개조 방식을 활용하면 한두달만에 종전 선박을 메탄올 추진선으로 바꿀 수 있다. 

IMO(국제해사기구)가 2050년을 목표로 ‘넷 제로(총 탄소배출량 제로)’를 추진하고 있고, EU(유럽연합)는 2025년부터 가입국 기항지를 거치는 선박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게 하는 규제도 마련했다. 아마존⋅이케아 등 수출입 화물이 많은 회사들은 이미 저마다의 넷 제로 기한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선사들이 친환경 선박을 인도받을 때까지 기다리 힘들다. 히타치조선의 엔진 개조 기술은 이 틈을 파고 든다. 

히타치조선은 내년부터 구마모토현 공장에서 이중 연료(중유 +  메탄올) 엔진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엔진 온도관리와 연료 분사각, 주파수, 속도 등을 최적화 한다는 목표다.

그동안 선박용 친환경 연료로 암모니아⋅수소 등도 거론됐으나 암모니아는 안전 문제 탓에, 수소는 부피 문제로 후보에서 멀어졌다. 메탄올은 이 같은 이슈가 없고, 황산화물은 99%, 질소산화물은 80%, 온실가스는 최대 25% 가량 절감할 수 있다.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도 수소 등에 비해 낮다. 세계 1위 해운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사가 지난해 19대의 메탄올 추진선을 발주한 이유다. 중국 해운사 코스코 역시 지난해 메탄올 추진선 12척을 발주했다. 

히타치조선의 이 같은 시도는 현재 메탄올 추진선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에게는 부정적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은 총 99척이다. 이 중에 54척을 HD한국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이 수주했다. 

향후 중유 엔진을 메탄올 엔진으로 교체하는 기술이 일반화되면, 신규 선박 발주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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