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현대차, 상대방 친인척 회사 고가 매입"
KT가 인수한 '스파크'는 박성빈 회장이 설립
박 회장, 정의선 회장 동서이자 박태준 포스코 창업주 장남

올해 초 KT 신임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다시 본격화하면서 현대차가 불똥이 튀게 될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검찰이 겨눈 구현모 전 KT 대표의 배임 혐의가 성립되면, 현대차 역시 구 전 대표 친형이 운영하던 회사를 고가에 인수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KT와 현대차의 상대방 회사 인수 과정에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동서이자 박태준 포스코 창업주의 장남인 박성빈 에스피케이인크 회장도 결부돼 있다. 

 

KT-현대차, 상대방 회사 비싸게 사주기 의혹

 

검찰이 수사 중인 구현모 전 KT 대표에 대한 혐의는 올해 초 구 전 대표가 CEO 연임에 나선 시점에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KT클라우드가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를 인수하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 매출이 60억원, 영업이익은 1억5000만원에 불과한데 KT가 지나치게 높은 값(206억원)을 치렀다고 본다. 

이번 수사를 KT 만큼이나 현대차가 예의주시하는 건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동서인 박성빈씨가 설립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1년 현대차는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업체 에어플러그를 281억원에 사들였는데, 에어플러그는 구 전 대표의 친형이 설립했다. 정리하면 현대차는 구 대표 친형 회사를, KT는 정 회장 동서 회사를 각각 인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회사측 손해가 발생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따라서 현재 검찰 수사가 KT를 정조준하고 있지만 혐의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박성빈 회장, 나아가 현대차그룹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은 현대차가 에어플러그를 인수하고, KT가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한다. /자료=KIPOST
검찰은 현대차가 에어플러그를 인수하고, KT가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한다. /자료=KIPOST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구 전 KT 대표의 배임 혐의를 입증하려면 KT가 현대차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를 인수했다는 점을 밝혀 내야 한다”며 “이는 곧 현대차 역시 동일한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가 인수한 에어플러그에는 에스피케이인크 역시 투자자로 참여했고, 박 회장은 이 회사 사외이사로도 활동했다. 현대차가 에어플러그를 인수함으로써 에스피케이인크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의 에어플러그 인수가 구현모 전 KT 대표의 친형 뿐만 아니라 박성빈 회장측에도 이득을 안겨준 셈이다.

 

에스피케이인크, 현대차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

 

KT와 현대차간 거래 한가운데 자리한 박성빈 회장은 앞서도 현대차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받는다는 눈총을 받아 왔다. 에스피케이인크는 현대차의 각종 IT 시스템 구축 작업에 참여하면서 성장한 회사다.

현대차 임직원들이 스마트폰 보안접속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에스피케이인크가 공급했다. 사내 IT 시스템 구축에 사용하는 각종 서버 및 솔루션도 에스피케이인크가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피케이인크는 외형 자체가 큰 회사는 아니다. 지난해 기준 매출 841억원에 영업이익은 10억원 정도다. 

다만 눈에 띄는 건 이 회사의 급여 항목이다. 지난해 기준 에스피케이인크는 임직원 급여로 136억원을 지출했다. 매출총이익(180억원)에 맞먹는 금액을 급여로 썼다. 통상 에스피케이인크 같은 SI(시스템통합) 회사가 급여 지출이 많은 건, 용역 수행을 위한 임직원 수가 많기 때문이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현대에이치디에스 임직원 수가 362명이다. 

그러나 작년 말 기준 이 회사 임직원 수는 44명에 불과하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3억원에 이른다.

데이터센터 내부. 에스피케이인크는 현대차 그룹 SI 일감을 받아 성장했다. /사진=셔터스톡
데이터센터 내부. 에스피케이인크는 현대차 그룹 SI 일감을 받아 성장했다. /사진=셔터스톡

에스피케이인크 주주는 박성빈 회장(지분율 86.66%)을 포함해 단 3명이다. 나머지 2명의 주주도 배우자 등 친인척이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 그룹사 SI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에스피케이인크 역시 현대차 그룹 IT 일감을 수행하면서 성장했다”며 “다만 현대차와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다는 점만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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