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C 7nm 공정 적용
제재 순응하던 SMIC, 실제 협력 응할지는 미지수

미국 제재 탓에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칩 수급이 막힌 화웨이가 SMIC를 통해 자체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SMIC는 미 상무부 제재 이후 핀펫 파운드리 서비스를 폐지하는 등, 미국에 순응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는 점에서 둘 간의 협력이 성사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내부 관계자를 인용, 화웨이가 SMIC 7nm(나노미터) 공정을 통해 5G용 AP를 수개월 내 양산할 계획이라고 27일 보도했다. 화웨이는 지난 2019년 미국 제재가 시작된 이후 5G 칩을 수급하지 못하면서 스마트폰 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다. 미국 퀄컴으로부터 구매하던 5G 칩 물량이 끊긴 것은 물론, 자회사 하이실리콘에서 공급받던 AP도 끊겼다. 

팹리스인 하이실리콘 역시 제재 대상에 포함된 탓에 선단 공정을 이용할 파운드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화웨이가 출시하는 스마트폰은 4G(4세대) 이동통신 칩에 안드로이드 대신 자체 OS(운영체제)를 기반으로 구동된다. 이 때문에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대로 내려 앉았다. 

화웨이가 SMIC를 통해 5G용 AP를 양산한다면 미국 제재 4년여만에 스스로 활로를 찾은 것이 된다. 물론 애플⋅삼성전자 등이 내놓은 최신 스마트폰용 AP가 4nm인 점을 감안하면, 두 세대 정도 뒤쳐진다. 미국 제재를 뚫고 5G용 스마트폰 칩을 중국 내 기술을 통해 생산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작지 않다. 

/사진=SMIC
/사진=SMIC

다만 화웨이가 파트너로 택한 SMIC가 실제 화웨이로부터 AP 설계를 받아 위탁 생산에 응해 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여론을 통해 미국에 적극적 대응해온 화웨이와 달리, SMIC는 제재가 시작된 이후 줄곧 ‘로키(Low-key)’ 전략을 써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 SMIC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핀펫 공정 서비스 항목을 삭제했다. 핀펫 공정은 주로 14/10nm 파운드리에서 쓰는 기술인데, 이를 위해서는 ArF(불화아르곤) 노광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ArF는 KrF(불화크립톤) 노광장비와 함께 미국이 중국으로의 수출을 금지한 설비다. 

핀펫 공정을 제공한다는 뜻은 ArF⋅KrF 장비를 쓴다는 뜻이고, 이는 미국의 대 중국 제재를 높이는 명분이 된다. 이에 홈페이지에서 핀펫 공정 제공 사실을 삭제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SMIC가 화웨이의 7nm 칩을 양산해준다면 미국에 제재 의욕만 더해줄 수도 있다. 

통상 7nm 칩을 생산하려면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필요하지만, 멀티패터닝 기술을 쓰면 EUV 없이도 만들수는 있다. 다만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수율이 크게 저하될 뿐이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SMIC가 화웨이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미국 정부로서는 제재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라며 “SMIC에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실제 협력이 이뤄질 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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