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닮아가는 자동차 반도체 구조
바디 컨트롤부터 ZCU 도입

내년부터 ZCU(Zone Control Unit) 개념을 적용한 자동차가 양산된다. ZCU는 자동차 동작을 컨트롤하는 반도체들을 기능별로 묶은 DCU(Domain Control Unit) 개념 대비 내부 구조가 간단하다. 소수의 반도체가 여러 기능을 관장할 수 있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데 따르는 시간과 비용이 줄고, 전장 부품의 무게도 절감할 수 있다. 

ZCU 개념도. /자료=컨티넨탈
ZCU 개념도. /자료=컨티넨탈

 

스마트폰 닮아가는 자동차 반도체 구조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전장 업계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EE(전기⋅전자) 시스템 구조를 간소화 할 것이냐로 집중된다. 지금은 조향장치(스티어링휠)⋅브레이크⋅등화장치⋅윈도 등 자동차의 비슷한 기능별로 각각의 DCU가 붙어 동작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그나마도 부품마다 개별 ECU(Electronic Control Unit)가 보조하던 구조에서 일부 통합을 이뤄낸 게 현재의 DCU 방식이다. 

자동차 업계는 이를 기능별로 나누지 않고, 자동차의 물리적인 지역(Zone)별로 묶어 관장하고 싶어 한다. 이른바 ZCU 방식이다. 

이처럼 시스템을 단순화해서 얻어지는 장점은 스마트폰을 떠올리면 쉽다. 스마트폰의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는 메모리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를 하나로 묶은 중앙집중화된 SoC(시스템온칩)다. 연산을 관장하는 CPU, 그래픽을 처리하는 GPU, 통신을 연결하는 모뎀,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 데이터를 처리하는 ISP가 단 하나의 AP 안에 오밀조밀 모여 있다. 

스마트폰 AP는 각 블록별로 역할을 하는 반도체가 집적된 구조다. /사진=애플
스마트폰 AP는 각 블록별로 역할을 하는 반도체가 집적된 구조다. /사진=애플

그리고 이 AP의 설계는 애플⋅퀄컴⋅미디어텍 등 빅 테크 회사 주도로 여러 전문화 된 IP(설계자산) 업체들이 협업해 완성한다. IP 회사는 소수의 AP 회사들 요구에만 맞춰 설계를 최적화 하면 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만약 스마트폰 AP가 PC처럼 CPU⋅GPU⋅ISP⋅모뎀을 개별 다이(칩)로 구성했다면 시스템 최적화에 소요되는 비용이 훨씬 컷을 것이다. 스마트폰 산업이 지난 10여년간 눈부신 속도로 발전한 건 이처럼 중앙집중화 된 반도체 구조 덕분이다. 

이에 비해 자동차 전장의 내부 구조는 여전히 분산화 돼 있다. 과거 자동차 한 대에 ECU를 70~100개씩 탑재하던 방식보다 간소화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러개의 ECU가 각 기능을 컨트롤한다. 시스템 통합이 가장 잘 이뤄졌다는 테슬라 전기차에도 여전히 10개 정도의 ECU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디 컨트롤부터 ZCU 도입

 

이에 자동차 및 자동차 반도체 회사들이 가장 먼저 ZCU 개념 도입을 추진하는 분야는 ‘바디 컨트롤’이다. 바디 컨트롤은 창문을 여닫거나 리어미러를 접었다 펴는 등의 동작을 통칭하는 용어다. 시트포지션을 조절하는 기능도 바디 컨트롤에 들어간다. 

최재홍 인피니언코리아 테크니컬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완성차 회사들이 우선 바디 컨트롤 분야에 ZCU 개념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DCU⋅ZCU 개념이 하이브리드된 방식으로 EE 아키텍처가 구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바디 컨트롤 분야에 가장 먼저 ZCU 가 도입되는 건 인포테인먼트⋅ADAS(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 대비 ZCU를 도입했을 때의 이점이 더 커서다. 바디 컨트롤은 동작 특성상 자동차 전후좌우 전 영역에서 일어난다. 리어미러는 차 앞쪽에, 트렁크는 자동차 뒤쪽에, 시트는 차 한가운데 위치한다.

/사진=컨티넨탈
/사진=컨티넨탈

현재는 이들 기능을 하나의 DCU가 컨트롤하기 위해 물리적 배선으로 각각의 부품⋅모듈까지 연결해야 한다. 만약 바디 컨트롤을 위치상 가까운 DCU가 관장케 한다면 자동차 가장 앞에서 가장 뒤까지 가로지르는 배선을 생략할 수 있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배선의 길이를 모두 합치면 1~2㎞에 달한다. ZCU 개념 도입을 통해 배선 길이⋅무게를 줄이면 항속 거리를 연장할 수 있다.

조향장치⋅브레이크⋅댐퍼(제진기) 등 자동차 주행과 관련된 ‘모션 컨트롤’ 역시 이 같은 특성이 있지만, 안전과 직결된 분야인 만큼 차후에 ZCU 개념이 도입될 전망이다. 

전장업체 독일 컨티넨탈에 따르면 ZCU 구조가 하이브리드 된 자동차는 내년부터 양산되기 시작해 오는 2031년에는 ZCU 자동차 출하량이 기존 DCU 방식을 뛰어 넘을 것을 예상된다. 컨티넨탈은 자동차 한 대에 탑재되는 ZCU 개수를 평균 2.9개로 추정했다. 첨단 기능이 다수 탑재되는 D세그먼트 이상 자동차에는 4개의 ZCU가, A~C세그먼트에는 2~3개의 ZCU가 탑재될 것으로 본다. 

최재홍 부사장은 “단 한개의 HPC(하이퍼포먼스컴퓨터)가 자동차의 모든 기능을 관장하는 ‘풀 컴퓨터’ 방식은 빨라도 2030년 안에는 구현되기 힘들 것”이라며 “풀 컴퓨터 이전까지 ZCU 방식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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