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손실 탓, 폭스콘 실적 곤두박질
폭스콘 그룹 내 '계륵'된 샤프의 처지

폭스콘이 인수한 샤프 및 SDP 공장 전경. /사진=샤프
폭스콘이 인수한 샤프 및 SDP 공장 전경. /사진=샤프

폭스콘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 샤프에 뚜렷한 경영 개선안을 찾지 못할 경우, 경영진을 교체하라고 권고했다. 폭스콘은 지난 2016년 일본 전자산업의 핵심인 샤프를 인수, 최대주주로 등극했으나 그간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 운영을 유지했다. 

데이비드 황 폭스콘 CFO는 11일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샤프에 대한 지분은 34%로 단일 지분 최대주주지만 통제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며 “의미 있는 실적 개선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경영진을 교체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폭스콘이 지난 2016년 샤프를 인수할 당시 지분율은 45%를 넘었으나 현재는 34%로 낮아졌다. 폭스콘 자회사인 폭스콘테크놀러지와 궈타이밍 폭스콘 창립자의 개인회사 SIO 역시 샤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3개 회사의 샤프 지분을 모두 합치면 폭스콘 그룹은 여전히 절대적인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궈타이밍 회장은 일본 전자산업, 특히 LCD 산업의 모태인 샤프를 인수함으로써 관련 분야에서 단숨에 삼성디스플레이를 따라 잡기를 원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디스플레이 산업은 이미 OLED로 무게 중심을 옮겼고, LCD 분야에서는 BOE⋅CSOT가 샤프를 압도했다. 

BOE⋅CSOT가 10.5세대(2940㎜ X 3370㎜) LCD 라인 생산능력을 경쟁적으로 끌어올릴 동안, 폭스콘은 미국 위스콘신주에 10.5세대 라인을 짓기로 했다가 취소하는 등 사업적으로 부침도 겪었다. 

결정적으로 궈타이밍 창업자가 지난 2019년 대만 총통 선거 출마를 위해 경영 일선에서 빠지고, 후임자인 류양웨이 회장이 반도체⋅전기차 사업에 ‘올인’하면서 샤프는 폭스콘 내에서 계륵이 됐다. 기존 샤프 기술력 만으로는 OLED로 사업을 전환하지도, BOE⋅CSOT를 따라가기도 마땅치 않았다. 

지난해부터는 LCD 업황이 급락하면서 실적마저 곤두박질치자 내부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폭스콘은 지난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6% 줄어든 128억2000만대만달러(약 559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자회사로 묶여 있는 샤프에서 2197억엔(약 2조17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지분율에 따라 173억대만달러를 손실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날 데이비드 황 폭스콘 CFO의 경영진 교체 권고는 사실상 폭스콘이 샤프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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