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극일(克日)' 지지 받은 동진쎄미켐
경기도 내 공장용지 손쉽게 확보
관계사 통해 원재료 조달 늘려
소부장 업계 낙수효과는 어디로

동진일반산업단지 위치. 원래 이 곳 공장의 신규 부지는 공장 건설이 불가능한 규제로 묶여 있었다. /자료=네이버지도
동진일반산업단지 위치. 원래 이 곳 공장의 신규 부지는 공장 건설이 불가능한 규제로 묶여 있었다. /자료=네이버지도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서평택분기점 직전이 동진일반산업단지다. 2019년까지 이 곳은 도시관리계획 상 ‘계획관리지역’ 및 ‘농림지역’에 속했다. 계획관리지역은 용적률 50~100%(건폐율 40%) 규제에 묶여 있으며, 공장 건설은 거의 불가능하다. 농림지역은 말 그대로 농림업을 진흥시키고 산림을 보전하기 위해 지정한다. 역시 공장 건설은 언감생심이다.

경기도는 2019년 이곳을 일반공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했다. 그 땅에 동진쎄미켐은 용적률 250%를 인정받아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짓고 있다. 수풀 무성하던 18만2918㎡(약 5만5430평) 토지가 금싸라기 땅으로 재탄생했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은 우리 산업 폐부를 찔렀지만, 누구에게나 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동진쎄미켐에는 기회가 벼락같이 찾아왔다. 삼성전자에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를 공급하게 됐고, 새 공장부지도 넉넉하게 확보했다. 바늘 꽂을 빈 땅도 없다는 경기도 안에서 말이다.   

동진쎄미켐이 현 위치에 서기까지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컸음은 당연하다. 다만 4년 전 ‘반도체보국’이라는 가치 실현을 위해 정부⋅정치권이 나서 포토레지스트 제조사 중 한곳을 찍어 힘을 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공무원⋅정치인 등을 떠미는 건 세금을 내는 납세자요 표를 가진 유권자, 결국은 일반 시민이다. 화성 부지 용도변경에 대해 그때나 지금이나 특혜시비를 걸지 않는 것도 반도체 소재 산업에서 극일(克日)이 필요하다는 폭넓은 공감을 얻었던 덕분이다. 

이처럼 산업계를 넘어선 기대를 받았던 동진쎄미켐이지만, 최근 이 회사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동진쎄미켐에 포토레지스트 원재료(폴리머)를 공급하는 아이노스 때문이다.

아이노스는 동진홀딩스가 지분 53.09%를 가진 대주주다. 이 동진홀딩스의 대주주는 이부섭 회장(지분율 55.72%)과 이준혁 사장(17.77%)이다. 이부섭⋅준혁 오너 부자가 동진홀딩스를 통해 비상장 회사 아이노스를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대 고객사는 물론 동진쎄미켐이다.  

동진쎄미켐이 극일 여론을 등에 업고 성장할 때, 업계가 염원한 건 첨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으로의 낙수효과다. 포토레지스트를 만드는 핵심 원료 중 하나인 폴리머를 시작으로 노광 관련 소부장 전문업체 경쟁력이 동반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야 다소 특혜성으로 비춰질 수 있는 여러 행정 조치들도 정당화된다. 

안석현 콘텐츠 팀장(기자).
안석현 콘텐츠 팀장(기자).

그러나 동진쎄미켐 성장의 과실은, 적어도 폴리머 분야에서는 아이노스가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매출 397억원, 영업이익 3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아직 작년 감사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동진쎄미켐으로의 공급 품목 및 규모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2021년 수준을 뛰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간데 없고 동진쎄미켐 오너 부자로의 직수효과가 넘쳐 흐른다.

“어느날 보니 동진쎄미켐의 구매 담당자가 아이노스로 인사이동해 있었다. 동진쎄미켐에서 우리 회사 폴리머 생산라인과 단가까지 세세하게 들여다 보던 이가 우리 경쟁사로 이직한 것이다.”

한 폴리머 생산업체 관계자의 토로다. 4년전 노광이 뭔지, 포토레지스트가 뭔지도 모르고 동진쎄미켐을 응원했던 많은 시민들이 바랐던 그림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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