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개 업체만 품질인증 통과
내년에 모델 수 확장 위해서는 복수 렌즈 공급사 필요

올 가을 출시될 애플 아이폰 신규 모델(가칭 아이폰15 시리즈)의 외견상 가장 큰 차별점은 잠망경(폴디드줌) 카메라 추가다. 삼성전자가 지난 2020년 ‘갤럭시S20 울트라’에 처음 적용한 잠망경 카메라는 고배율 광학줌을 사용하면서 카메라 렌즈부가 크게 돌출되지 않아 디자인 측면에서 유리하다.

다만 애플이 올해 잠망경 카메라 첫 선을 보인 뒤 내년에 몇 개 모델까지 확대 적용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잠망경 카메라의 원리. 프리즘을 이용해 빛의 방향을 꺾어 경통 길이를 확보한다. /자료=삼성전기
잠망경 카메라의 원리. 프리즘을 이용해 빛의 방향을 꺾어 경통 길이를 확보한다. /자료=삼성전기

 

애플, 아이폰15 최상위 모델에 잠망경 카메라 적용

 

애플은 올해 가을 출시될 아이폰15의 최상위 모델(프로맥스)에 잠망경 카메라를 첫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LG이노텍과 자화전자가 생산능력을 구비했다. 기존 삼성전자 MX(스마트폰) 사업부 협력사이기도 했던 자화전자는 애플 공급망 진입을 위해 지난해 4월 경북 구미 공장에 1910억원의 설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업계는 기존 협력사인 LG이노텍이 올해 필요한 잠망경 카메라 물량의 60~70%를, 자화전자가 30~40%를 공급할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잠망경 카메라 경통을 컨트롤 하는 방식(볼가이드)에 대한 특허는 자화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만큼, LG이노텍은 관련 매출의 일정 비율을 자화전자에 로열티로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14 시리즈. /사진=애플
아이폰14 시리즈. /사진=애플

관건은 내년에 출시할 ‘아이폰16 시리즈(가칭)’의 몇 개 모델에 잠망경 카메라가 탑재될 것이냐이다. 

애플은 지난해 프로⋅프로맥스 모델에 대한 고급화 전략을 더욱 강조하면서 상위 모델로의 판매량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아이폰14 프로와 프로맥스에는 신규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인 ‘A16 바이오닉’을, 하위 2개 모델에는 종전 AP를 그대로 썼다. 이때문에 아이폰14 시리즈 판매량의 60%가 프로⋅프로맥스 모델로 집중됐다. 프로⋅프로맥스 안에서는 화면이 크고 고가인 프로맥스보다 프로 판매 비중이 높다. 

애플은 아이폰 프로 모델과 프로맥스 모델의 판매량 비중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 다만 국내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공급하는 삼성⋅LG디스플레이의 공급 비중으로 추산하면 프로가 60%, 프로맥스가 40%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LG이노텍⋅자화전자가 내년에 애플향 잠망경 카메라 공급량을 크게 늘리기 위해서는 프로맥스에 이어 프로 모델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

 

잠망경 카메라 탑재 모델 수, 애플의 렌즈 수급에 달려

 

다만 내년에 애플이 2년 연속 프로맥스에만 잠망경 카메라를 적용하느냐, 프로까지 2개 모델로 확장하느냐는 거의 전적으로 렌즈 수급 성패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잠망경 카메라용 렌즈는 기존 하이엔드 렌즈 공급사인 대만 라간정밀이 담당하며, 올해 필요한 물량의 100%를 이 회사에 의존한다. 만약 내년에 프로 모델까지 잠망경 카메라를 적용하자면 렌즈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난다. 

애플은 신규 모델 생산을 5~6월에 시작해 12월까지 약 9000만대를 생산한다. 프로⋅프로맥스 모델을 60% 비중으로 잡으면 약 5400만대다. 여기에 필요한 잠망경 카메라용 렌즈 수급을 라간정밀에만 100% 몰아주기에는 단가 협상은 물론이고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도 불안하다. 

애플이 사용하는 하이엔드급 렌즈는 라간정밀이 대부분 공급한다.
애플이 사용하는 하이엔드급 렌즈는 라간정밀이 대부분 공급한다.

이에 애플은 라간정밀 외에 지니어스와도 잠망경 카메라용 렌즈 품질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애플이 이듬해 필요한 소재⋅부품의 품질인증 절차를 매년 연말에 마무리 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니어스에는 약 10개월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대만의 애플 분석가로 유명한 밍치궈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이 내년에도 애플이 1개 모델에만 잠망경 카메라를 적용할 수 있다고 최근 예견한 건, 지니어스가 품질인증에 실패할 것을 가정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10개월 정도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지니어스의 품질인증 성패 여부를 현 시점에서 예단하기는 이르다.

한 스마트폰 산업 전문가는 “애플의 품질 인증이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하지만 애플로서도 내년도 아이폰 판매량 증진을 위해 잠망경 카메라 확대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어떻게 해서든 지니어스로하여금 품질인증을 통과할 수 있게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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