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추가 반도체 봉쇄 정책 의식
최대한 투자 앞당기려는 듯

SMIC의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 /자료=SMIC
SMIC의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 /자료=SMIC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약화된 IT 수요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간 투자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11일 밝혔다. SMIC는 지난해 연간 63억5000만달러(약 8조원)를 투자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설비투자에 쓰겠다는 뜻이다. 

올해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들이 설비투자를 축소하는 움직임과는 결을 달리한다. SMIC 스스로 2023년 연간 매출이 지난해 대비 10%대 초반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투자금을 줄이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미국의 중국 반도체 봉쇄 정책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 장벽을 시간이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미국의 설득으로 일본⋅네덜란드 역시 미국 정책에 준하는 수준으로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소식통을 인용, 미국이 2개월 이내에 중국 반도체 봉쇄 정책과 관련한 새로운 방침을 발표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규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라면, 가능한 많은 장비를 제재 이전에 들여놓는 게 유리하다. SMIC는 미국의 지난해 10월 제재가 발표된 4분기에 연중 가장 많은 19억8700만달러를 설비투자를 위해 썼다. 

한편 SMIC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6억2127만달러, 영업이익 2억8234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5% 줄고, 영업이익은 40.9% 감소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2.6%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32.8% 줄었다. SMIC는 2021년 4분기 대비 웨이퍼 투입능력이 14% 정도 증가(8인치 환산)했는데, 이 기간 가동률이 99.4%에서 79.5%로 떨어지면서 손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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