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연구위원, S 부사장 등 최소 2명
"철저한 검증 없이 물갈이" 비판 나와

삼성전자 DS부문의 일부 임원이 지난 2021년 연말 인사에서 퇴임했다가 지난해 1년도 안 돼 잇따라 현업에 복귀한 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삼성전자에서 퇴임 임원은 고문으로 물러난 뒤 대부분 회사를 떠난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DS부문장 교체 시기, 삼성전자가 면밀한 검증 없이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평택 2라인/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평택 2라인/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전례 없는 퇴임 임원 복귀

 

삼성전자를 떠났다가 최근 복귀한 것으로 확인된 임원은 P모 연구위원과 S 부사장 등이다.

P 연구위원(상무급)은 국내 손꼽히는 OPC(Optical Proximity Effect And Correction) 전문가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마스크개발팀장 등을 역임했으나 2021년 연말 인사 이후 퇴직했다. OPC는 노광 회로 패턴이 실제 형태와 최대한 유사하게 웨이퍼 위에 본떠질 수 있도록 포토마스크 패턴을 보정하는 기술이다. 

빛이 포토마스크를 통과하면 회절 현상에 의해 패턴이 변형되는데, OPC로 이를 바로잡는 것이다. 최근 노광 패턴이 점차 미세화하면서 OPC로 포토마스크를 보정하지 않으면 패턴 모서리 부분이 제대로 깎이지 않는다. 

P 연구위원은 지난해 3분기 말쯤 현업에 복귀했는데 회사를 떠난지 1년이 채 안 된 시점이다. 이번에는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기술센터 임원으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OPC를 통해 회로 패턴을 보정하는 원리. /자료=삼성SDS 홈페이지
OPC를 통해 회로 패턴을 보정하는 원리. /자료=삼성SDS 홈페이지

S 부사장 역시 지난 2021년 연말 인사로 회사를 떠났다가 1년 만인 작년 연말 재계약했다. S 부사장은 퇴임 직전 파운드리 사업부 지원팀장(CFO)을 맡았다가 이번에 재계약하면서 미국 SAS 법인(텍사스) 담당임원으로 파견됐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에 대규모 파운드리 투자를 단행하면서 현지 인력 보강 차원에서 급히 S 부사장을 복귀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역사에서 P 연구위원이나 S 부사장처럼 임원으로 퇴직했다가 현업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전무하다. 굳이 찾자면 지난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가 이듬해 퇴사, 2008년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장으로 복귀한 최치훈 사장 정도다. 

최치훈 전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최치훈 전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최 사장은 첫 입사 후 삼성전자에 있었던 기간이 1년 밖에 안 되고, 이후 딜로이트와 미국 GE 등 글로벌 기업에서 대부분의 커리어를 보냈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 문화를 이식하기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에 가깝다. P 연구위원과 S 부사장처럼 퇴직 1년만에 급히 현업에 불러들인 사례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지난 2021년 연말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검증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분야 대체 인력에 대한 고민 없이 핵심 엔지니어와 관리임원을 내보냈다는 것이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P 연구위원처럼 다시 회사로 복귀하지는 못했지만 2021년 연말 인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엔지니어들 중 회사를 떠난 이들이 많다”며 “인사팀이 이들을 모두 복귀시키지 못하는 건 본인들의 실책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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