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곡면 사이니지에는 UTG보다 CPI가 유리
비운의 CPI, 부활할 수 있을까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중대형 사이니지용 CPI(투명폴리이미드)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모바일용으로 세계 최초 양산한 CPI는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UTG(초박막유리)로 선회하면서 판로가 막힌 상태다. 

사이니지용 커버유리는 CPI가 UTG 대비 생산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는 점에서 활로를 모색할만 하다는 판단이다. 

OLED를 활용한 대형 사이니지. /사진=LG전자
OLED를 활용한 대형 사이니지. /사진=LG전자

 

코오롱인더, CPI용 하드코팅 내재화 추진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중대형 CPI용 실리콘 하드코팅 소재 내재화를 위해 R&D(연구개발)를 진행하고 있다. 실리콘 하드코팅은 CPI 표면경도를 강화를 목적으로 외부에 μm(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보호층을 입히는 것이다.

그동안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패널 및 스마트폰 업체에 샘플 공급했던 CPI에는 일본 DNP(다이니폰프린팅)나 MSK가 생산한 하드코팅 소재가 올라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CPI만 공급하고, 하드코팅은 고객사가 원하는 소재를 받아 코팅 처리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CPI부터 코팅소재까지 전 공정을 내재화해 고객사에 공급한다는 목표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집중하고 있는 시장은 중대형 사이니지용 커버윈도다. 최근 대형 쇼핑몰이나 공공장소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활용한 디스플레이를 설치하는 사례가 많은데, 평면 공간이 아닌 곡면에는 플렉서블한 커버윈도를 적용해야 한다. 

사이니지용 OLED는 최소 30인치대 이상의 중대형 OLED 패널이 사용된다.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용된 UTG의 생산 수율이 패널 사이즈가 커질수록 급격히 낮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CPI가 중대형 폴더블 디스플레이에는 더 적합할 수 있다. 현재 모바일용으로 양산 적용된 UTG중 가장 크기가 큰 건 10인치 안팎에 불과하다.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자동차 내부 대시보드 디스플레이용 커버윈도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는 충돌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해 비산방지 코팅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유리 조각이 운전자나 동승자에게 추가 부상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CPI는 기본적으로 플라스틱 소재라는 점에서 비산방지 코팅이 필요 없다. 자동차용 디스플레이가 점차 대형화하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UTG 보다는 CPI에 유리한 측면이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는 47.5인치 크기의 대시보드 디스플레이 개발에 착수했다. 자동차 A필러(앞유리를 지지하는 기둥) 양 끝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향후 출시될 ‘EQXX’ 모델에 탑재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외에도 많은 완성차 회사들이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통합된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비운의 CPI, 부활할 수 있을까

 

코오롱인더스트리를 포함해 그동안 CPI 업체들에게 지난 3년은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오가는 시간이었다. 2019년 첫 양산을 축하하기가 무섭게 폴더블 스마트폰 업계가 UTG를 도입하면서 사실상 모바일 시장에서 CPI 존재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오롱인더스트리의 CPI 사업은 신성장동력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SKC는 한때 CPI 사업 주도권을 놓고 그룹 내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신경전까지 벌였으나, 지난 6월 필름 사업 전체를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벤츠 EQXX의 내부. A필러를 가로지르는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다. /사진=벤츠
벤츠 EQXX의 내부. A필러를 가로지르는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다. /사진=벤츠

SK이노베이션 역시 TAC(트리아세틸셀룰로오스) 필름 설비를 활용해 CPI 양산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향후 CPI가 중대형 사이니지 시장에서 개화한다면 필름 전문업체 중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정도만 양산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한 필름 소재 전문가는 “모바일 시장은 삼성전자⋅디스플레이 등 소수 업체의 동향을 모두가 뒤따르는 분위기”라며 “이에 비해 중대형 B2B 시장의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다양한 솔루션이 시장에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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