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오에스랩, 라이다 1개 30만원 이내
스마트레이더시스템, 4D 레이더 1개 100달러 목표

신기술이 산업 내에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 못지 않게 가격 수용성이 중요하다. 아무리 혁신적 기술이라도 공급 단가가 높으면 널리 확산되지 못하고 사장되기 십상이다. 

최근 완성차 업계가 공격적으로 도입하는 자율주행 기술은 그동안 비싼 부품 가격 탓에 확산이 느렸지만, 이제는 단가 문턱을 낮춘 솔루션들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을 위해 미국 모셔널을 인수했다. 사진은 모셔널의 자율주행차.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을 위해 미국 모셔널을 인수했다. 사진은 모셔널의 자율주행차. /사진=현대차

 

라이다 한 세트에 1000만원→180만원

 

자율주행용 라이다(Lidar) 제조업체 에스오에스랩은 1개 가격을 30만원으로 낮춘 고정형 라이다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 라이다는 기존 벨로다인 등이 개발한 회전형 라이다와 달리 특정 화각만을 탐지하는 고정형 모델이다. 고정형 라이다는 전조등⋅후미등과 일체형으로 생산할 수 있어 디자인적으로 미려하고, 물리적 동작(회전)을 수반하지 않기에 내구성이 좋다.

에스오에스랩은 현재 현대차 등화장치 ‘티어1’ 업체인 에스엘과 전조등 일체형 라이다를 개발하고 있다.

대신 회전형 라이다가 자동차 지붕 위에 설치해 360° 전방위를 관찰하는데 비해 고정형 라이다는 전방만 탐지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 전후좌우를 모두 관찰하기 위해서는 1개로는 부족하고 최소 6개가 필요하다. 에스오에스랩은 이 6개 한 세트를 200만원 이내에 공급하는 게 목표다. 2020년을 기준으로 회전형 라이다 가격이 7500달러(약 1052만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하드웨어 가격을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린 셈이다. 

에스오에스랩이 개발한 라이다. /사진=에스오에스랩
에스오에스랩이 개발한 라이다. /사진=에스오에스랩

에스오에스랩 관계자는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 옵션 가격이 1만2000달러(약 1680만원)라는 점에서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신규 하드웨어로 인한 원가 상승은 200만~300만원 이내로 억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이더(Radar) 공급사 스마트레이더시스템 역시 가격을 대폭 낮춘 자율주행용 ‘4D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했다. 라이다가 적외선 빛을 이용해 주변 상황을 인지한다면, 레이더는 음파로 주변 사물을 탐지한다. 

4D는 사물의 깊이(거리) 외에도 높이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 자동차에 탑재된 카메라는 사물을 2차원으로 인식하는데, AI(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학습하면 깊이와 높이도 어느 정도 인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완벽하지 않고, 특히 눈⋅비가 많이 오는 악천후 상황에서는 정확성이 더 떨어진다. 

이에 현재의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에 4D 레이더까지 더하면 주변을 완벽하게 인식할 수 있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의 레이더는 전방 300m까지 1° 각도 범위로 사물을 탐지한다. 전방을 1° 단위로 탐지한다는 것은 1°를 넘는 크기의 사물은 모두 잡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이 개발한 4D 레이더. /사진=스마트레이더시스템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이 개발한 4D 레이더. /사진=스마트레이더시스템

다만 자율주행용 레이더는 레이더 단독으로는 쓰기 어렵고 기존 카메라 시스템과 함께 탑재되어야 한다. 김용환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대표는 “카메라가 눈이라면 레이더는 코에 해당한다”며 “두 감각기관의 정보를 합쳐 정밀하게 주변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의 레이더는 1개 100달러(약 14만원)로, 자동차 1대당 5개가 들어간다. 약 70만원 정도로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줄 수 있다.

김 대표는 “완성차 회사들은 전력소모량은 적고, 성능은 높으면서도 부품가격은 최소화되기를 바란다”며 “이처럼 도달 불가능해 보이던 목표가 최근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ECU에 탑재되는 ADAS 기술

 

스트라드비젼은 처음부터 중저가 모델에도 구현할 수 있을 만큼 가벼운 ADAS(첨단운전자주행보조장치)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목표로 설정했다. 기존 ADAS나 자율주행 기술은 엔비디아⋅모빌아이 등의 전용 SoC(시스템온칩) 위에서 AI 알고리즘을 가동하는 구조다. 전용 반도체가 쓰인다는 점에서 가격이 비싸고, 플랫폼 공급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스트라드비젼은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르네사스 등 범용 차 반도체 회사가 만든 칩에 소프트웨어(SVNet)를 얹어 ADAS를 구현한다. 큰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지 않는 가벼운 소프트웨어를 지향한 덕분에 종전 ECU(전자제어장치)로도 SVNet을 가동하기 충분하다는 게 스트라드비젼의 설명이다. 

SVNet 관련 이미지./사진=스트라드비젼
SVNet 관련 이미지./사진=스트라드비젼

향후 자율주행 레벨 3⋅4가 가능한 시대가 오더라도 레벨 1⋅2 수준의 양산차들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양산형 모델 특성상 자율주행 구현을 위해 할애할 수 있는 원가 상승분은 제약이 많다. 자율주행을 위한 가벼운 소프트웨어는 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다. 

이선영 COO는 “현재 제네시스에 적용된 ADAS 기능들은 수년 내 모닝에서도 구현되게 될 것”이라며 “덕분에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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