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값 낮고 불소 잔여물 염려 없어
고체 그대로 증착해야 하는 난제 해결 어려워

반도체용 차세대 금속배선 소재로 부각됐던 몰리브덴의 양산 적용 시점이 연기될 전망이다. 몰리브덴은 저항값이 낮고, 증착 후 불소 잔여물이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도체 특성을 개선할 소재로 꼽혔다. 

다만 고체 상태로 공정이 진행되는 몰리브덴 특성상 기존 액체⋅기체 상태의 전구체와 달리 장비 내에서 핸들링하기 쉽지 않다. 

몰리브덴. /사진=포스코경영연구원
몰리브덴. /사진=포스코경영연구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몰리브덴 양산 도입 시점 1.5~2년 연기

 

금속배선 공정은 반도체 전공정의 마지막 단계다. 반도체 회로에 전달되는 전류를 이어주는 길을 금속으로 깔아주는 과정이다. 반도체 산업 초기 알루미늄이 주류이던 금속배선은 현재는 구리로 보편화됐다. 일부 3D 낸드플래시처럼 높은 종횡비 탓에 구리 도금공정을 쓰기 어려운 분야에는 텅스텐이 사용된다. 

텅스텐은 육불화텅스텐(WF6)을 CVD(기상화학증착) 방식으로 증착하고, 불소 등 기체 잔여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배선을 만든다.

몰리브덴이 대체하려는 소재는 이 텅스텐이다. 몰리브덴은 저항값이 낮은 금속이면서 열화학적 안정성도 뛰어나다. 증착 공정에서 불소가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소 잔여물에 의한 웨이퍼 데미지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웨이퍼 내부에 남은 불소 제거를 위한 공정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몰리브덴을 차세대 배선 소재 중 하나로 선정하고, 공정 구축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업계가 추정한 양산 추정 시점은 2023년 말에서 2024년 정도다. 그러나 최근 두 회사는 이 같은 계획을 1년반~2년 정도 연기하기로 했다. 빨라도 2025년 이전에 몰리브덴이 금속배선 소재로 쓰일 가능성은 낮아진 것이다. 

한 반도체 소재 전문가는 “반도체 회사들이 몰리브덴 대체가 짧은 시간 내에는 어렵다고 보고 양산 적용 시점을 늦췄다”고 말했다.

적층수가 계속 늘어나는 3D 낸드플래시의 금속배선은 기화가 용이한 텅스텐이 사용된다. /자료=램리서치
적층수가 계속 늘어나는 3D 낸드플래시의 금속배선은 기화가 용이한 텅스텐이 사용된다. /자료=램리서치

팹에서 몰리브덴 전구체가 양산 적용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몰리브덴을 고체상태로 써야 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반도체 장비 내에서 박막을 형성하는 기법은 대부분 기체⋅액체 상태의 전구체(프리커서)를 CVD⋅ALD(원자층증착)로 코팅하거나, 구리처럼 도금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몰리브덴은 고체 상태 그대로의 금속을 높은 온도로 기화시켜야 하는 탓에 균질성(uniformity)를 확보하기 어렵다. 박보근 한국화학연구원 박막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기체⋅액체는 온도를 가함에 따라 증기압이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비해 고체는 표면적이 계속 변화하면서 증기압도 바뀐다”며 “이 때문에 균일한 박막을 얻어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nm(나노미터) 단위로 박막을 만들어야 하는 반도체 공정에서 이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렇다고 금속소재를 기화시키기 위해서는 할로겐 원소(주로 F, Cl)와 결합시키면 증착 자체는 쉬워지겠으나, 또 다시 부식성 높은 소재의 잔여물 처리가 문제가 된다. 

 

우선은 F 처리 기술 개선 방향으로 

 

이 때문에 고체 몰리브덴을 증착하는 기술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텅스텐을 증착하고, 잔여물을 처리하는 방식을 개선해 나가는 수 밖에 없다. 업계 전반적으로 검증된 WF6을 계속 쓰는 대신 문제가 되는 불소 잔여물 처리 시간을 줄이고, 잔류량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 초기 금속배선으로 쓰이던 알루미늄(그림 위)과 구리. 알루미늄은 증착 후 노광-식각 공정으로 패터닝하고, 구리는 도금 공정으로 패터닝한다. /자료=램리서치
반도체 산업 초기 금속배선으로 쓰이던 알루미늄(그림 위)과 구리. 알루미늄은 증착 후 노광-식각 공정으로 패터닝하고, 구리는 도금 공정으로 패터닝한다. /자료=램리서치

한 반도체 소재 전문가는 “최근에는 불소를 쓰는 대신 화합물에 붙은 불소의 개수를 6개에서 1~2개로 줄이고, 염소(Cl)처럼 불소 대비 부식성이 낮은 할로겐 원소를 쓰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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