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축배터리 대비 작고, 수명 길어
데이터센터 TCO 낮추는 솔루션으로 부각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 공급사 디지털리얼티는 최근 경기도 김포에 약 2만㎡ 크기의 신규 데이터센터 ‘ICN11’ 건설을 시작했다. 지상 8층, 지하 4층 규모의 ICN11은 완전 가동시 64MW급의 용량을 지원한다. 만약 전원공급이 차단됐을 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디젤 발전기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UPS(무정전전원장치)로 갖출 계획이다. 

피터 애드콕 디지털리얼티 아시아태평양 지역 설계⋅건설 담당 부사장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기존 납축배터리 대비 가격이 높지만, 수명이 길고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등의 장점을 갖춰 ICN11의 UPS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내부. /사진=셔터스톡
데이터센터 내부. /사진=셔터스톡

 

발전기 가동 전까지 버텨내는 UPS용 배터리

 

UPS는 데이터센터⋅병원처럼 단 한순간도 전원공급이 멈춰서는 안 되는 시설에 갖추는 전력 설비다. 데이터센터에 전원 공급이 중단되면 해당 센터 내 서버의 가동이 멈추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 소실 사고로 이어진다. 

이에 UPS는 외부 전원이 차단됨을 감지하는 동시에 디젤 발전기를 가동하는데, 발전기가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기까지는 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배터리는 디젤 발전기가 전력 공급을 시작하는 이 10분을 버티기 위해 필요하다. 

원래 이 UPS용 배터리 시장은 납축배터리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납축배터리는 싸고, 역사가 오래된 기술이다. 그만큼 산업 전반의 신뢰도가 높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신규 건설되는 데이터센터들은 납축배터리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UPS용 백업 전원으로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에 따르면 올해 UPS용 배터리 시장에서 리튬이온의 침투율은 31% 정도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오는 2030년 82%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UPS의 개념도. 평상시(빨간색 점선)에는 일반 전원(Grid)을 쓰다가 전원이 끊어지면 백업 전력(파란색 점선)을 사용한다. /자료=리서치게이트
UPS의 개념도. 평상시(빨간색 점선)에는 일반 전원(Grid)을 쓰다가 전원이 끊어지면 백업 전력(파란색 점선)을 사용한다. /자료=리서치게이트

리튬이온 배터리가 납축배터리 대비 UPS용 전원장치로 우월한 건 긴 수명과 에너지 밀도 때문이다. 통상 납축배터리의 수명을 3~7년 정도로 보는데, 리튬이온 배터리는 10~15년 정도 쓸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2~3배 수명이 길다 보니 시스템 전체를 뜯어내고 셀을 교체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건, 같은 용량의 전력을 예비하기 위해 더 적은 공간을 사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데이터센터들이 트래픽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대부분 대도시에 건설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간 절감이 주는 메리트는 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납축 배터리 대비 약 30% 정도의 부피로도 동일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절감된 공간은 서버를 더 들이는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비교적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점도 리튬이온 배터리의 장점이다. 납축 배터리는 20℃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는 22~28℃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동작한다. 데이터센터 내부는 서버가 내뿜는 열기 탓에 온도가 높게 유지되는 점을 감안하면 백업전원을 위한 냉방비용을 아낄 수 있다.

김도완 삼성SDI 그룹장은 “초기 투자비 측면에서 리튬이온이 납축 배터리의 두 배 정도 소요된다”면서도 “운용비에서 절감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3~4년차 이후부터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TCO(총소유비용)가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용 배터리와는 요구성능 달라

 

다만 UPS 백업전력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 전기차에 사용하는 셀과는 요구조건이 다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충방전을 반복하는 자동차용 배터리 셀과 달리, UPS용 배터리는 1년에 기껏해야 1~2번 정도 쓸까말까다. 전력 공급 상황이 좋은 국내에 설치된 데이터센터의 경우, 1년에 UPS를 쓸 일이 한 번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방전 기회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100% 충전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배터리 셀 수명을 저해한다. 그러면서도 납축배터리와의 차별화를 위해 최소 10년 이상의 수명을 보장해야 한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충방전되지만, UPS용 배터리는 1년 내내 100% 충전상태를 버텨야 한다. /사진=테슬라
전기차용 배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충방전되지만, UPS용 배터리는 1년 내내 100% 충전상태를 버텨야 한다. /사진=테슬라

방전 측면에서는 C값(C-rate)이 높아야 한다. C값은 배터리의 충방전 속도를 상대적으로 표현한 단위다. 충전 가능한 전류(A)를 배터리의 정격 용량(Ah)으로 나눈 값이다. 표준값은 1이며, C값이 높을수록 더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방전에 적용하면, 짧은 시간에 높은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김 그룹장은 “C값이 높아야 UPS 장치에서 배터리에 할애하는 공간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며 “통상 6C 정도의 방전 효율을 가져야 UPS용 배터리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UPS 시장 크기는 56억달러(약 8조원) 정도며, UPS 설비의 40%를 배터리가 차지한다. UPS용 배터리 시장만 놓고 보면 대략 3조2000억원쯤 되는 셈이다. UPS 시장은 오는 2030년 117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어서 UPS용 배터리 수요도 그에 따라 늘어나는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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