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개설한 반도체 지원법 시행 관련 정보를 담은 홈페이지.
미국 상무부가 개설한 반도체 지원법 시행 관련 정보를 담은 홈페이지.

중국 재정부장(우리나라 기획재정부 장관에 해당)을 지낸 루지웨이가 미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법안, 일명 ‘CHIPS법’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환구시보가 25일 보도했다. 그는 24일 열린 글로벌자산관리포럼 연설에서 “해당 법안에 따라 지원금을 받는 회사는 중국 내에 투자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처럼 이념 편향적 정책으로 성공한 나라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법은 파운드리 및 메모리 등 핵심 반도체 생산 시설을 미국 영토 내로 ‘리쇼어링(Reshoring)’ 시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투자 기업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데, 대신 법령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회사는 중국 투자가 제한된다. 

루 전 부장은 “시장의 핵심 기능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며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면 이는 곧 실패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호무역주의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루지웨이의 이 같은 비판은 그동안 중국이 시행에 온 각종 보호무역 조치 앞에 정당성을 잃는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안정성을 문제로 삼원계 양극재(NCM⋅NCA 등)로 만든 배터리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당시 중국 배터리 회사들은 LFP(리튬인산철) 양극재를 대부분 써왔고, 현지 진출한 한국 배터리 회사들이 삼원계 양극재를 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 배터리 기업을 타깃으로 한 원포인트 규제로 해석됐다. 

중국은 안보 이유를 들어 구글 등 검색엔진과 페이스북⋅유튜브⋅넷플릭스 등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이용도 제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자국 제조업만을 위한 다양한 보조금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한 중국 산업 전문가는 “그동안 보호무역 주의로 자국 산업을 육성한 중국 정부가 미국의 보호무역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서로 명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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