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간정밀, 애플의 주요 렌즈 협력사
영업상황 좋지 않은 렌즈 전문업체에 악재

삼성전자 MX사업부가 대만 라간정밀이 생산한 카메라모듈용 렌즈 구매 비중을 늘린다. 라간정밀은 애플 아이폰향 렌즈 주요 생산 업체로, 세코닉스나 중국 써니옵티컬 등 다른 렌즈 전문업체 제품 대비 공급 단가가 50% 이상 높다. 

업계는 지난 2015년 삼성전자⋅라간정밀 간의 특허소송 합의 조건에 일정 물량 이상의 라간정밀 제품 구매 약정이 포함됐던 것으로 해석한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사진=삼성전자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라간정밀 비중 30%로 확대

 

삼성전자는 올 연말까지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카메라모듈용 렌즈 중 30%를 라간정밀 제품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하 카메라모듈 협력사들과 렌즈 공급사 교체 방안을 최근 논의했다. 향후 삼성전자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100개 제품 중 30개에는 라간정밀 렌즈가 탑재돼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의 라간정밀 구매 비중은 20% 이하로, 높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라간정밀 렌즈 단가가 세코닉스⋅써니옵티컬 대비 50%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에 하이엔드 모델 시장을 잠식당한 뒤 수익성 위주 전략으로 선회한 삼성전자 MX사업부로서는 라간렌즈 탑재 비중을 높일 이유가 없다.

이에 업계는 삼성전자의 이번 조치가 지난 2015년 양사간 맺어진 특허 합의에 따른 약정 이행 차원인 것으로 풀이한다.

라간정밀은 애플의 렌즈 협력사로 유명하다. 라간정밀이 만든 렌즈는 LG이노텍이 모듈화해 아이폰에 탑재된다. /사진=LG이노텍
라간정밀은 애플의 렌즈 협력사로 유명하다. 라간정밀이 만든 렌즈는 LG이노텍이 모듈화해 아이폰에 탑재된다. /사진=LG이노텍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부터 라간정밀과 특허침해 소송을 벌였다. 라간정밀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에 쓰인 렌즈가 자사 특허(렌즈배열 등)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는 2년간 소송을 벌여오다 2015년 연말 합의에 도달했다. 당시 합의 조건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삼성전자가 별도의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는 대신 매년 일정 이상의 라간정밀 제품을 구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부터 라간정밀 렌즈를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에 탑재해왔고, 그 양을 조금씩 늘려왔다. 그러나 올해는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든 탓에 탑재 비중을 늘려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스마트폰 출하가 증가하는 국면에서는 일정 비율만 유지해도 라간정밀 렌즈 구매량을 늘릴 수 있지만, 완제품 출하가 줄면 라간정밀 구매량이 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총 3억3000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기로 했으나, 현재 목표치를 2억9000만대로 낮췄다. 2분기 판매가 부진하면서 5000만대에 가까운 유통재고가 쌓인 탓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량이 2억7000만대에 그칠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 스마트폰 부품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라간정밀은 매년 특정 금액 내지는 물량 기준으로 약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스마트폰 출하가 감소하면 인위적으로 라간정밀 구매 비중을 높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성옵틱스는 지난해 카메라모듈 및 렌즈 사업에서 철수했다. 사진은 해성옵틱스가 생산한 드론용 카메라모듈. /사진=해성옵틱스
해성옵틱스는 지난해 카메라모듈 및 렌즈 사업에서 철수했다. 사진은 해성옵틱스가 생산한 드론용 카메라모듈. /사진=해성옵틱스

 

세코닉스⋅지나인제약 등 직격탄

 

삼성전자가 라간정밀 렌즈 비중을 늘리게 되면 가뜩이나 영업 상황이 좋지 않은 렌즈 전문업체들 실적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세코닉스(108억원)를 제외하면 국내 렌즈 전문업체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을 만큼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세코닉스의 흑자도 스마트폰용 렌즈 보다는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대부분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나인제약(옛 코렌)은 지난해 217억원, 코아시아옵틱스(옛 디오스텍)는 131억원씩의 적자를 기록했다. 해성옵틱스는 이미 지난해 스마트폰 렌즈 사업에서 철수했다. 삼성전기는 렌즈 생산을 일부 내재화 하고 있으나,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라간렌즈 비중을 늘리면 내작 라인 제품은 다른 모델로 할당해야 한다. 이 역시 렌즈 전문업체들에게는 악재다.

한 스마트폰 부품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렌즈 구매 영역을 컨트롤 하는 상황은 카메라모듈 업체들에게도 좋지 않다”며 “원자재 구매에서 얻을 수 있는 소폭의 마진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