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티엄셀즈 미국 테네시 공장부터 의무화
불량률 낮추고 생산성 효율화 하는 방식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장비 협력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장비에 다양한 센싱(Sensing) 기능을 부여할 것이냐다. 그동안은 정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양의 일감을 처리하는 게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센서를 달아 어느 시점에 정비할 것인지를 장비 스스로 판단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유지보수를 위해 설비 가동을 멈추는 횟수와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 파크원 본사에서 온라인 기자간담회 현장.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사진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CEO, 김명환 LG에너지솔루션 CPO 사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지난해 서울 여의도 파크원 본사에서 온라인 기자간담회 현장.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사진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CEO, 김명환 LG에너지솔루션 CPO 사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장비 점검, 시간 베이스에서 컨디션 베이스로”

 

지난해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외 생산공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들은 시간 베이스로 정비하는 게 룰이었다. 정비 주기를 정해 놓고, 시간이 되면 설비에 이상이 있든 없든 점검을 실시한다. 이 때 발견되는 결함들은 시정함으로써 불량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다소간의 비효율이 발생한다. 점검 주기 사이에 결함이 발생하는 경우를 잡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매분기 초가 점검 주기인 장비의 경우, 분기 중간에 내부 결함이 발생하면 꼼짝없이 불량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장비에 센싱 기능을 부여할 것을 협력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마다 장비를 점검하지 말고, 기계가 스스로 점검 필요성을 판단하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얼티엄셀즈(GM 합작사) 테네시 공장에 들어갈 장비들 부터는 무조건 이 같은 기능을 구현할 것을 요구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들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말 권영수 부회장 부임 이후 추진되고 있다. 권 부회장이 “장비 점검을 시간 베이스로 하지 말고 컨디션 베이스로 하라”고 지시하면서다. 

이는 불량률을 낮추는 방법이지만,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유지보수가 필요한 시점을 장비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 장비를 멈추지 않고 계속 가동할 수 있다. 단지 점검 주기가 도래했다는 이유만으로 설비를 세우고 생산을 멈출 필요가 없다.

한 배터리 장비 업체 CTO(최고기술책임자)는 “기존에도 장비에 일부 센서가 달려 있기는 했지만 이는 단순한 레퍼런스(참고치)를 쌓기 위한 수단이었다”며 “실제 생산 플로우(흐름)를 장비 스스로 판단하게 만드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수 부회장, 취임과 동시에 스마트팩토리 강조

 

권영수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부임 이후 글로벌 생산라인에 대한 스마트팩토리 구현을 강조하고 있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경쟁사들이 압도적 자금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늘려가고 있는데, 이들과 차별화하려면 생산성을 효율화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국내와 미국⋅중국⋅폴란드로 산개된 생산 라인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를 기본으로 한 관리가 필수다. 현장 인력의 노하우로 전수되는 기술을 세계 각지로 전파하는데는 소요되는 시간이 길고 비용이 크다. 효과적으로 전수되지도 않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지보수 판단을 위한 센서 외에도 다양한 센서를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 세계 각지의 생산 라인을 단일 공장처럼 운용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해외 공장 현황. /자료=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해외 공장 현황. /자료=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위해 지난 1일 자동차전지사업부 산하에 생산지원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생산지원담당은 스마트팩토리 구축과 더불어 가동률·품질·수율 조기 안정화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권 부회장은 이달 초 유럽 출장길에 올라 스마트팩토리 협력사인 독일 지멘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총 7300억원을 들여 증설키로 한 오창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도 최신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전격 도입하기로 했다.

또 다른 배터리 장비업체 대표는 “국내외 배터리 셀 업체들이 사용하는 장비의 성능과 PPM(1분당 생산속도)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이제 경쟁사들과 차별화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를 효율적으로 쌓고, 이를 생산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