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52년 만의 최대 하락 폭으로 9조달러 증발
'닥터 둠' 루비니 뉴욕대 교수, “50% 더 떨어질 것”

▲뉴욕 증권거래소.
▲뉴욕 증권거래소.

미국 증시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주식 시장이 지난 상반기 역대 최악으로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에도 증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글로벌 주가 지수가 1∼6월 20.9%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를 넘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하락률이다. 이 지수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1분기에 22% 이상 떨어졌다가 같은 해 2분기 20% 가까이 급반등했다는 것과도 비교된다.

특히 미국 증시가 올 들어 20% 이상 급락하며 9조달러가 증발, 52년 이래 최악의 상반기를 기록했다. 이보단 낫지만 유럽 증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 600은 상반기 16.6% 하락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코스피는 올 상반기 기준 21.7% 하락하며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인 뉴욕 증시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0.88% 하락한 3785.38에 장을 마감했다. 미 500대 기업의 주가를 반영하는 S&P500지수는 올 들어 상반기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까지 20.58% 떨어졌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1970년 이후 최악의 하락 폭이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올 들어 15.31%, 29.51%씩 급락했다. S&P1500종합지수를 기준으로 추산한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말 이후 미국 증시 하락으로 시총은 9조달러(약 1경1624조원) 이상 감소했다.

에너지 기업들을 제외하고 하락을 피해간 종목들은 거의 없다. 금리에 민감한 빅테크 기업들 중 넷플릭스가 상반기 무려 71% 폭락했고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52% 떨어졌다. IT 기업 중 실적이 탄탄한 편인 애플과 알파벳도 각각 23%, 25% 하락했고 금리인상 수혜주로 여겨지는 금융업종의 대장주 JP모건도 무려 29%나 떨어졌다.

올해 자산시장 급락 충격은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식과 채권을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가 시장에서 일반적일 정도로 채권은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데 미국 10년물 국채 기준으로 올해 자산가치가 10% 가까이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짐 레이드 도이체방크 신용전략연구책임자는 “미국 국채 성적이 이정도로 저조한 것은 18세기 후반 이후 처음”이라며 “올해 상반기는 그야말로 너무나 힘든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계속되는 증시 하락세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 의장이 전날 “고통이 있더라도 인플레이션에 대항할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3% 상승했으며 앞으로 물가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PCE 가격지수도 1년 전보다 4.7% 올랐다.

여기서 나아가 곳곳에서 향후 경기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도이체방크는 투자자 90%가량이 2023년 말 이전에 미국이 경기침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응답자의 70% 이상은 S&P500지수가 3300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집계하는 미국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이날 -1.0%로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뜻하는 ‘기술적 침체’가 현실화할 수 있는 셈이다.

더 비관적인 진단도 있다. ‘닥터 둠’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앞으로 미국 뉴욕 증시가 반토막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P500이 상반기 벌써 20% 넘게 빠진 상황에서 지금보다 50%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루비니 교수는 최근 국제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침체) 채무위기가 불거졌다”며 “다음 위기는 전례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에 따르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있었지만 부채 수준이 낮아 채무 위기가 막대하지 않았다. 2008년 이후 채무 위기가 있었고 이후 저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이 찾아 왔다. 신용 경색으로 수요에 부정적 충격을 가한 탓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 위기는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루비니 교수는 경고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는 채무수준이 훨씬 높은 가운데 공급 충격에 직면했다”며 “이는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과 2008년식 채무위기가 합쳐진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서 스태그플레이션 채무 위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전문매체 스트리트에 따르면 2021 회계연도 동안 미국의 예산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2%로 그 비중은 1945년 이후 두번째로 높다.

결국 다음 경기 침체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금융위기가 합쳐진 규모와 강도라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50%가 붕괴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침체가 완만하든 심각하든 주식시장은 바닥을 치기 전까지 더 떨어질 여지가 많다”며 “좋아지기 전에 훨씬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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