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멘딕스 활용하면 일반인도 2주만에 앱 개발"
애플 스위프트, 개발자 진입장벽 크게 낮춰
스마트폰 사용자는 물론, 개발자도 '락인' 효과

스마트폰 산업이 성장을 시작한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몸값이 높아진 직군을 꼽으라면 단연 개발자다. 앱(응용프로그램) 하나를 출시하는데 많게는 수십⋅수백명이 동원되다 보니 몸값이 폭등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 2020년 초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과 AI(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모셔올 개발자를 찾기 힘들 지경에 이르게 했다. 

프로그램 언어는 코딩 시장에 진입하기 전 만나는 거대한 장벽이다. /사진=픽사베이
프로그램 언어는 코딩 시장에 진입하기 전 만나는 거대한 장벽이다. /사진=픽사베이

‘노 코드’ 이용하면 2주만에 앱 개발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달 38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곳 중 6곳은 IT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IT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연봉 인상 등 개발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서(50%) ▲능력을 갖춘 인재를 뽑기 어려워서(47.2%) ▲지원자 수가 적어서(45.5%) 등을 꼽았다. 

개발자 수급난이 극심해진 것은 산업 전 영역에서 개발자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반면, 인력 공급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아서다.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코딩 작업이 필요하고, 코딩은 프로그램 언어를 배워야만 가능하다. C⋅자바⋅파이썬 등 프로그램 언어는 인간과 컴퓨터가 소통하는 도구다. 프로그램 언어는 개발자 시장 진입 초기 만나는 거대한 장벽이다. 

최근 등장한 로 코드(Low Code) 및 노 코드(No Code) 서비스의 목표는 이 같은 진입장벽 걷어내기다. 로 코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최소한의 코딩만으로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노 코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코딩을 아예 할 줄 몰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직원, 심지어 인사⋅총무⋅생산⋅품질 인력까지도 개발자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노 코드 서비스의 지향점이다. 

팀 스록 멘딕스 CEO. /사진=지멘스
팀 스록 멘딕스 CEO. /사진=지멘스

팀 스록 멘딕스 CEO는 “한국을 비롯해 모든 나라에서 개발자 인력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멘딕스의 노 코드 서비스를 활용하면 개발 언어를 전혀 몰라도 2주면 앱 하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멘딕스는 독일 지멘스인더스트리소프트웨어가 지난 2018년 인수한 로 코드 앱 개발 플랫폼 회사다. 현재는 노 코드 서비스도 제공한다. 프로그램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드래그 앤드 드롭(Drag and Drop)’ 방식만으로 앱을 설계한다. 마치 파워포인트로 발표 자료를 만들듯, 필요한 기능들을 모듈별로 끌어다 놓기만 하면 앱이 완성된다. 복잡한 코딩 작업은 프로그램 뒷단에서 자동 수행된다. 

지난 2005년 설립 이래 멘딕스 이용자는 세계적으로 5000만명 이상, 이들이 설계한 앱만 20만개가 넘는다. 

멘딕스의 목표는 ‘시티즌 디벨로퍼(Citizen Developer⋅시민 개발자)’ 육성이다. 제조업 현장의 모든 작업자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앱을 직접 만들어 활용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제조업체들이 사용하는 앱을 외주 제작하려면 전문업체를 쓴다고 하더라도 기나긴 협업의 시간이 필요하다. 

제조 현장 작업자가 직접 앱을 개발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사진=지멘스
제조 현장 작업자가 직접 앱을 개발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사진=지멘스

제조업 현장 인력이 직접 앱을 설계하면, 협업에 따른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현장의 작업 흐름에 대해서는 해당 인력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빈센트 림 멘딕스 아태지역 사업총괄은 ”일본 기능성 섬유제조업체 가네카는 기존 이메일⋅하드카피 등을 통해 이뤄지던 보고 형태를 디지털화 하는 작업을 멘딕스를 통해 수행했다”며 “수개월이 걸렸을 디지털화 작업이 수주내에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리서치·컨설팅 기업 가트너는 2024년까지 노코드·로코드로 개발된 업무용 앱이 전체의 65%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 “모든 스마트폰 이용자가 개발자 될 것”

 

이처럼 프로그램 설계 진입장벽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는 점은 애플⋅구글 등 모바일 플랫폼 업체들도 일찍이 간파한 사실이다. 

구글은 2020년 1월 미국의 노코드 플랫폼 스타트업 '앱시트'를 인수했다. 앱시트에서는 엑셀⋅스프레드시트에서 앱에 포함할 데이터를 선택하고 어떤 모양으로 앱을 만들 것인지를 클릭하기만 하면 쉽게 개발을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앱스’ 역시 템플릿으로 앱 개발에 필요한 코딩을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애플 프로그램 개발 언어 '스위프트' 이미지. /자료=애플
애플 프로그램 개발 언어 '스위프트' 이미지. /자료=애플

애플이 지난 2014년 공개한 후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는 스위프트 역시 앱 개발에 따르는 노력을 줄여주기 위해 애플이 직접 만든 프로그래밍 언어다. 스위프트 공개 이전까지 아이폰이나 맥용 앱을 짜기 위해서는 ‘오브젝티브C’ 언어를 배워야 했지만, 스위프트 이후로는 이 같은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오브젝티브C는 C언어 기반에 객체지향(오브젝티브) 성격을 섞은 언어다.

맥용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파이널컷 프로’가 동영상 편집 시장 진입 장벽을 무너뜨린 것 처럼, 스위프트는 개발자 시장 진입에 따른 부담을 낮췄다. 이는 더 많은 개발자가 iOS 및 맥OS 시장으로 뛰어들게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물론 개발자들까지 애플의 세계로 ‘락인(Lock in)’되는 건 시간 문제다.  

스위프트는 아직까지는 노 코드 수준까지는 구현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 많은 초급 개발자를 끌어들일 전망이다. 프리랜서 게임 개발자 이상훈씨는 “개발 인력이 한정돼 있다면, 코딩에 관심 없던 사람까지 프로그램 코딩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밖에 없다”며 “스위프트는 앱 개발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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