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부터 이미지신호처리(ISP) 업계까지 속속 진출

▲스웨덴 볼보, 독일 다임러 등을 인수한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링크앤코 SUV 모델,/지리자동차

 

세계 1위 자동차 시장 중국의 거리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외산 브랜드 일색이었던 이전과 달리 현지 업체의 차량이 곳곳을 누빈다. 

 

현지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 설계(Fabless) 업계도 앞다퉈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 단계를 만들었던 멀티미디어 처리 기술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중국 완성차(OEM) 업계

 

 

중국은 세계 자동차 생산 및 판매의 약 30%를 차지한다. 올해로 8년 연속 세계 자동차 시장 1위다. 그러면서도 지난 2016년 기준 1000명당 차량보유수준은 미국(840대), 한국(416대) 등보다 적은 116대에 불과하다. 그만큼 잠재력이 크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순수 현지 업체, 현지 업체와 해외 업체의 합작사 및 협력사, 해외 업체가 인수한 현지 업체 등으로 나뉜다. 이 중 합작사·협력사가 현지 브랜드의 차량을 생산하기도 해 ‘순수 현지 업체’와 함께 현지 업체로 분류된다.

 

지난해 기준 중국 자동차(승용차) 시장 내 현지 브랜드 점유율은 43.9%다. 싼 값으로 점유율을 올렸던 이전과 달리 최근 들어서는 외국 브랜드와 품질 격차를 줄이고 현지 시장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면서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승용차 시장 국가별 점유율. 중국 현지 업체들의 힘이 점점 커지고 있다./중국자동차공업협회

 

아직 저가 차량 위주지만, 소비 수준이 비교적 안정되거나 그보다 못한 3·4선 도시를 중심으로 수요가 커지고 있어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용어 참조)

 

해외 업계도 현지 시장에 적극 대응 중이다. 현대자동차와 공급망을 공유해왔던 베이징현대는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바꾸기 위해 국내 팹리스 업체 A사와 접촉했다. 현지 수요에 맞는 화려한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미국 등 기존 OEM 업체들은 사양은 물론 신뢰성, 실적 등 요구하는 부분이 많지만 중국 현지 업체들은 실리주의 경향이 강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며 “부품업체가 먼저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프로세서 역량으로 중국 시장 공략

 

 

텔레칩스(대표 이장규)는 중국·일본 자동차용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돌핀플러스’를 내년 양산할 계획이다. 각각 현지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에 실리는 제품이다. 

 

MP3용 디지털멀티미디어프로세서(DMP)를 공급하던 이 업체는 2007년 차량용 오디오 프로세서를 국산화하면서 자동차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현대차 3세대 AVN 시스템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으로 사업을 넓혔다.

 

최근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계기판(Cluster)으로 확장되는 추세를 감안, 인포테인먼트와 클러스터 시스템을 동시 제어하는 칩셋(Chipset)을 내놨다. 이 제품이 바로 ‘돌핀플러스’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강화했고 미국 자동차 솔루션 업체 알티아(Altia)의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텔레칩스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췄거나 둘을 쉽게 결합, 설정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호한다”며 “국내 자동차 시장을 넘어 해외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 GPU 설계 능력을 갖춘 넥셀(대표 강태원)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중국 현지 OEM 업체와 인포테인먼트용 AP 공급을 논의 중이다. 이미 가전기기, 인공지능(AI) 스피커용 AP 등으로 기반을 다져온 넥셀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는 기존 고객사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미지 처리 기술력으로 재건 도전

 

 

영상보안 이미지센서 사업에서 철수한 뒤 자동차 시장 진입을 준비해온 픽셀플러스(대표 이서규)도 곧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애프터마켓에서 시작해 3년 전부터 르노, 닛산의 후방 카메라 시장에 진입한 이 업체는 가성비 좋은 솔루션으로 중국 현지 업체들을 공략 중이다.

 

픽셀플러스는 최근 어라운드뷰모니터링(AVM) 시스템용 SoC ‘PI5008K’과 하이다이나믹레인지(HDR)를 지원하는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이미지센서(CIS), RGB 적외선(IR) 센서 등을 개발했다. 

 

AVM 시스템은 이미지 센서를 통해 차량 주변의 상황을 읽어들여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픽셀플러스는 이미지신호처리장치(ISP) 분야에서 20여년간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4개의 이미지센서만으로 360˚ 주변의 상황을 모두 분석할 수 있는 SoC를 개발했다.

 

특히 다른 업체들의 솔루션은 GPU 기능까지 포함한 AP 수준의 프로세서로 로딩 시간 등이 오래 걸리지만 픽셀플러스의 SoC는 ISP 엔진처럼 꼭 필요한 기능만 담아 빠르고 가볍다. 이미지센서까지 포함하면 전체 시스템 비용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HDR용 CIS와 RGB IR센서도 주목할만 하다. HDR은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보여주는 기술로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도록 도와준다. RGB IR센서는 화면의 적녹청(RGB) 색상과 근적외선(NIR)을 원하는대로 인식할 수 있다.

 

즉 햇살이 밝아 화면 전체가 희뿌얘지거나 어두운 밤 뒷 차의 전조등 때문에 이미지가 뭉개지는 현상이 없다.

 

픽셀플러스는 자동차 업계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춘 솔루션을 원한다는 점을 감안, 3년 전부터 500억여원을 투자해 관련 업체를 인수합병(M&A)했다.

 

이서규 픽셀플러스 대표는 “국내외 대기업과 협력,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양산 단계로 프로젝트가 넘어갔다”며 “통합 솔루션으로 공급망을 단순화할 수 있어 현지 업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현지 업체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픽셀플러스와 함께 영상 보안 시장에서 활약했던 넥스트칩(대표 김경수)도 차량용 ISP 시장에 뛰어들었다. 

 

넥스트칩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신설 법인을 세우고, 영상 보안 사업 부문은 자회사 엔커넥트와 합병해 사명을 ‘앤씨앤(NC&)’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제 막 궤도에 오른 차량용 사업을 별도 분리해 힘을 실어주겠다는 전략이다.

 

애프터마켓이 대부분이지만 베이징자동차, 브릴리언스자동차 등 중국 OEM 업체에 납품, 차근차근 실적을 쌓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 업계와도 기술 협력을 시작했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MP3와 초기 휴대폰 시장을 이끌었던 1세대 업체들은 물론, 2세대, 3세대 업체들까지 자동차 시장을 겨냥하고 나섰다”며 “이미지,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에 주력해온 업체들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도시 구분: 중국은 각 도시의 경제 규모, 정치적 영향력 등을 기준으로 1~4선 도시로 나뉜다. 숫자가 적을수록 경제 수준이나 인구가 많은 곳이다. 3선 도시는 인구 300~500만명, 또는 소비 수준이 비교적 안정된 중소규모 도시고, 4선 도시는 인구 100~300만명, 또는 소비 수준이 3선 아래인 도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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