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박이처럼 활물질을 전극에 전사하는 기술
건조 필요 없어 속도 빠르고 설비 투자도 줄어

23일 테슬라모터스(이하 테슬라)가 개최한 배터리데이의 핵심 요체는 결국 원가 절감을 통한 전기차 시장 확대다.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2022~2023년 양산을 목표로 현재보다 56% 저렴한 배터리를 생산하겠노라고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했다. 

배터리 셀 크기 증대나 실리콘 음극재를 이용한 에너지 밀도 제고 등 원가 절감을 위한 기술들은 이미 업계가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되는 원통형 셀. /사진=테슬라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되는 원통형 셀. /사진=테슬라

원가 5% 절감한다는 건식 전극공정은?

 

다만 전극공정을 건식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은 이미 습식 기술로 경도된 배터리 업계에 주는 함의가 크다. 일론 머스크는 전극공정을 습식에서 건식으로 바꾸는 것으로 5%의 원가 절감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배터리 생산원가가 1kwh 당 120달러 정도이므로, 6달러 정도를 아낄 수 있다는 의미다. 

전극공정은 양극 혹은 음극판에 활물질을 도포(코팅)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금속판에 활물질이 많이 붙어 있을수록 전기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금속판 위에 활물질과 도전재⋅첨가재를 섞어서 200~250μm 정도 두께로 올린다. 

그러나 단순히 많이 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가능한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한다. 그래야 같은 라인에서 더 넓은 면적의 전극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기존 습식 공정과 건식 공정의 결정적 차이는 코팅 속도에서 나온다. 

습식 공정에서 활물질은 도전재⋅첨가재와 서로 뭉치지 않고, 금속판 위에 잘 붙이기 위해 솔벤트 용액에 섞어 펴 바른다. 솔벤트는 배터리 내에 필요 없기에 고온의 열을 가해 기화시킨다. 이때 활물질⋅도전재⋅첨가제도 굳으면서 금속판에 완전히 달라 붙게 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점성이 약한 폴리머를 자외선(UV)으로 경화시키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배터리 업체들에 코팅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는 피엔티⋅씨아이에스⋅성안기계 등이다. 일본 업체로 히라노⋅도레이 등도 있다. 이들이 공급하는 장비의 코팅 속도는 현재 1분에 100m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들 업체의 목표는 3년 내 1분에 150m로 코팅 속도를 개선하는 것인데, 관건은 솔벤트를 기화시키고 굳히는 ‘건조' 속도다. 아무리 코팅 속도를 높여도 바로 뒤에서 건조시키는 속도가 늦으면 전체 공정이 지체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극공정은 금속판 위에 활물질을 올리는 과정이다. 현 습식 전극공정의 코팅 속도는 1분에 100m 정도인데, 건식 기술로는 이보다 훨신 더 빨리 활물질을 코팅할 수 있다. /자료=삼성SDI
전극공정은 금속판 위에 활물질을 올리는 과정이다. 현 습식 전극공정의 코팅 속도는 1분에 100m 정도인데, 건식 기술로는 이보다 훨신 더 빨리 활물질을 코팅할 수 있다. /자료=삼성SDI

건식 전극공정이 습식 전극공정 대비 속도가 빠른 것은 건조 공정 자체가 필요 없어서다. 건식 전극공정은 필름 형태의 롤 위에 활물질을 미리 코팅해 두고, 이를 전극에 붙였다 떼어 내는 것으로 코팅이 마무리된다. 마치 판박이 스티커를 벽면에 대고 문지르면, 문양만 벽면에 전사되고 필름은 떨어져 나오는 것과 유사하다. 건조할 필요가 없으므로 공정 속도가 빠르고, 공장 내 설비투자 비용도 줄어든다. 

테슬라가 지난해 5월 인수한 배터리 전문업체 맥스웰로부터 이 건식 전극공정을 획득했다. 맥스웰에 따르면 건식 전극공정을 이용하면 같은 공간에서 최대 16배까지 생산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 배터리 내구성이 향상돼 기존 대비 수명도 두 배 연장되고, 에너지 밀도 역시 300Wh/kg까지 늘릴 수 있다. 물론 건식 전극공정은 아직 양산에 적용된 바 없으므로 아직 이 같은 수치는 이론적인 목표에 지나지 않는다. 

한 배터리 장비 업체 대표는 “건식으로 활물질을 코팅한다는 컨셉트 자체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고안되었는데, 이를 양산에 어떻게 적용할지가 관건”이라며 “활물질이 코팅된 필름에서 전사하는 공정이 검증된 습식 기술 대비 실제 저렴할지도 현재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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