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사업부 수익성 제고 차원"
플렉서블 VS 리지드, 가격차 만큼 차별성 크지 않다 판단
'갤럭시 M시리즈' 출시때는 LCD로 회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리지드(기판이 딱딱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탑재한 스마트폰 생산 비중을 늘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갤럭시S20’ 시리즈 특수가 사실상 사라진 마당에 중가 이하 모델에서 리지드 OLED 비중이 늘면, 반대로 플렉서블 OLED 시장은 위축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무선사, 4월 적자...수익성 비상

 

삼성전자가 올해 리지드 OLED 생산 비중을 늘리기로 한 것은 코로나19 탓에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급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5억대 수준이던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올해 적게 잡아도 20%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규모가 12억대, 혹은 그 이하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3200만~3300만대 팔릴 것으로 예상되던 ‘갤럭시S20’ 시리즈 올해 판매량도 2000만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팔리지 않다 보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만 놓고 봤을 때, 4월 적자가 유력하며 5월에도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리지드 OLED 스마트폰 판매량 증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수익성 만회를 위해 나온 전략이다. 삼성전자 부품 협력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플렉서블 OLED로 출시키로 했던 일부 모델을 리지드로 변경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며 “곡면 유리를 제외하면 리지드 OLED로도 충분한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OLED 출하량 전망. /자료=IHS, 하이투자증권
삼성디스플레이 OLED 출하량 전망. /자료=IHS, 하이투자증권

현재 스마트폰용 플렉서블 OLED는 1개당 대략 60달러, 하이엔드급은 80달러 안팎에 거래된다. 이에 비해 리지드 OLED 가격은 20달러에 불과하다. 디스플레이만 교체해도 1개당 최소 40달러씩 부품값이 절감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한 해 3억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이 중 60%는 OLED(리지드 + 플렉서블)를 탑재한다. 연간 약 1억8000만개의 중소형 OLED를 구매한다는 계산이다. 

만약 리지드 OLED와 플렉서블 OLED를 50%씩 사용하다가 리지드 OLED 적용비율을 60%로 올리면 1800만대의 리지드 OLED를 더 쓰게 된다. 디스플레이 원가로는 대략 7억2000만달러 절감되는 셈이다.

 

“리지드 OLED, 충분히 메리트 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손쉽게 디스플레이를 교체할 수 있는 건, 리지드 OLED를 사용해도 플렉서블 OLED 모델과 결정적인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플렉서블 OLED의 가장 큰 장점이 ‘폼 팩터(Form Factor)’인데, 리지드 OLED 기술 발전 덕분에 이제 플렉서블 OLED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스마트폰 테두리가 거의 없는 ‘제로 베젤(Zero Bezel)’, 전면 카메라 및 수화부를 깎는 노치 컷(Notch cut), 화면 내에 전면 카메라 구멍을 뚫는 ‘HIAA(Hole in Active Area)’, 화면 일체형 지문인식(FoD) 등은 리지드나 플렉서블, 어떤 OLED에서라도 가능하다. 

특히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HIAA는 지난해 처음 리지드 OLED 패널에도 적용해 중저가 스마트폰에 탑재됐다. 올해는 리지드 OLED 패널의 HIAA 적용을 늘린다.

엣지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플렉서블 OLED에서 구현하는 기능들은 모두 리지드 OLED에서도 구현 가능하다. /사진=삼성전자
엣지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플렉서블 OLED에서 구현하는 기능들은 모두 리지드 OLED에서도 구현 가능하다. /사진=삼성전자

곡면 커버유리를 적용한 ‘엣지 디스플레이’는 리지드 OLED로는 구현이 불가능하나, 이는 기능보다 디자인의 영역이다. 호불호가 나뉜다. 일부 스마트폰 사용자들 중에는 오히려 엣지 디스플레이의 지나치게 매끄러운 그립감을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는 악재

 

삼성전자의 이 같은 방침은 삼성디스플레이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플렉서블 OLED 대신, 부가가치가 낮은 리지드 OLED 가동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갤럭시 M 시리즈(옛 J시리즈 계승)’ 출시와 함께 기존에 사용하던 리지드 OLED를 중국산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로 일부 변경한 바 있다(KIPOST 2018년 9월 11일자 <삼성전자, 'M시리즈' 스마트폰 뜬다> 참조). 이 역시 원가절감 차원이었는데, 당시에도 삼성디스플레이의 리지드 OLED 가동률이 50% 내외로 하락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OLED 출하량 전망. 삼성전자가 리지드 OLED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리면, 이 전망치 역시 달라질 여지가 크다. /자료=IHS, 하이투자증권
삼성전자는 지난 2018~2019년에도 일부 OLED 모델을 LTPS LCD로 돌리면서 삼성디스플레이 OLED 라인 가동률이 저하되기도 했다. /자료=삼성증권

스마트폰 부품업체 대표는 “삼성전자가 플렉서블 대신 리지드 OLED를 사용한다는 것은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의미인데, 불경기에는 오히려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하는 게 일반적인 전략”이라며 “향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익성 향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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