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대 LCD 가동중단에 따른 반짝 훈풍 물건너가
증권가 "삼성⋅LG디스플레이 1Q 영업적자 3000억원 이상 예상"
하반기 OLED로 얼마나 만회하느냐가 관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점철된 2020년 1분기가 끝나가고 있다. 지난해 연말만 해도, 올 상반기엔 LCD 생산 공백에 따른 반짝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나리오에 없던 코로나19에 유가폭락 사태가 겹치면서 사상 최악의 1분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삼성⋅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출하 본격화와 각국 정부의 ‘현금살포’ 정책에 힘입어 업황 반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LG전자 OLED TV. /사진=LG전자
LG전자 OLED TV. /사진=LG전자

증권가 “삼성⋅LG디스플레이, 1분기 적자 각각 3000억원 이상”

 

전통적 비수기인 1⋅2분기에도 불구하고, 작년 연말 디스플레이 산업이 희망에 부풀었던 건 상반기 반짝 호황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이 반짝 호황은 다름아닌 LCD 라인 가동 중단에 따른 생산 공백을 뜻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 전환 투자를 위해 지난해 L8-1-1 가동을 중단했고, 곧 1개 라인을 추가로 가동 중단한다. L8 라인은 8.5세대(2200㎜ X 2500㎜) LCD 라인으로, 개조를 거쳐 내년에 QD-OLED를 생산하게 된다. 

이는 지난 2016년 연말 삼성디스플레이가 L7-1 생산 종료 뒤, 중소형 OLED 라인으로 전환한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TV 세트 업체들이 TV용 LCD 물량 부족을 예상해 앞다퉈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이듬해 상반기까지 LCD 공급이 부족했다. 

덕분에 2017년 1분기, 삼성⋅LG디스플레이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태동한 이래, 두 회사 1분기 영업이익이 동반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따라서 업계가 올 상반기 디스플레이 산업 반등을 기대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당시보다 많은 최소 2개 라인이 가동을 멈출 예정이다.

7세대 이상 LCD 생산능력. 빨간색 실선이 한국 업체들의 생산공백을 감안한 수치다. 빨간 점선은 생산공백이 없을 시 생산능력. /자료=DSCC
7세대 이상 LCD 생산능력. 빨간색 실선이 한국 업체들의 생산공백을 감안한 수치다. 빨간 점선은 생산공백이 없을 시 생산능력. /자료=DSCC

그러나 이 같은 기대는 전혀 예상에 없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물건너갔다. 업황 반등은커녕 물류 자체가 멈춰서면서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증권업계가 예상하는 올 1분기 삼성⋅LG디스플레이의 적자 규모는 각각 3000억원 이상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중 정상 가동될 것으로 기대되던 중국 광저우 TV용 OLED 라인 양산이 또 미뤄지면서 적자폭이 조금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광저우 OLED 팹의 정상화는 2분기 후반에 가능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여파 탓에 TV 패널 출하량은 1년 전 대비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중소형 OLED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적자폭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전 세계 플렉서블 OLED 라인의 가동률은 1분기 내내 50%를 밑돌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팹 가동률. /자료=DSCC
전 세계 디스플레이 팹 가동률. /자료=DSCC

하반기, OLED로 반등 가능할까

 

따라서 업체들이 올해 연간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성수기인 하반기에 손실을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하반기 애플이 내놓을 아이폰 신모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가을에 1종의 LCD 모델을 같이 내놓았지만, 올해는 3종 모두 OLED를 탑재해 출시한다. 애플은 올 가을에 5.4인치⋅6.1인치⋅6.7인치 OLED 아이폰 3종을 내놓는다. 플래그십 3종이 모두 OLED를 탑재하는 만큼 A3 라인의 가동률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밥 오브라이언 DSCC 연구원은 “하반기 애플 신모델 출시 효과 덕분에 A3 라인의 가동률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물량은 많지 않으나,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차기 모델 출시도 대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 차기작을 약 400만대 출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의 반등은 광저우 OLED 라인 정상화에 기대고 있다. 광저우 라인이 얼마나 빨리 양산 가동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하반기 반등폭이 결정된다. 광저우 라인만 정상 가동되어 준다면 TV용 OLED 부문에서 분기 매출 1조원 돌파도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 협력사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라인 양산 가동을 위해 최근 대규모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며 “일단 2분기 중에는 무조건 양산 가동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아이폰11' 시리즈. 내년 후속 모델은 와이옥타 기술을 적용해 출시한다. /사진=애플
'아이폰11' 시리즈. 올 가을 신제품은 3종 모두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다. /사진=애플

아직 코로나19와 유가폭락이라는 뇌관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나, 각국 정부의 양적완화 기조는 하반기 시장 전망에 긍정적 신호를 주고 있다. 상반기 억제됐던 수요가 한번에 터져나오고, 시중에 현금이 뿌려지면서 이른바 ‘보복적 소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부터 3개월간 일정 금리 수준 하에서 시장 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는 주간 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매입 제도를 도입 한다고 밝혔다. 또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RP 매매 대상기관과 대상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사실상 한국판 양적완화가 시행된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미국 역시 코로나19 탓에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을 밀어 붙이고 있다. 미 상원은 25일(현지시간) 2조2000억달러(약 2700조원) 상당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한 해 예산 4조달러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이 법은 2500억달러를 들여 소득에 따라 1인당 최대 1200달러, 부부당 2400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또 코로나19로 타격받은 기업 대출 지원에 5000억달러, 중소기업 대출 지원에 3500억달러가 배정됐다. 현금을 살포해서라도 무너지 수요를 회복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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