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쿼츠는 이미 국산화
EUV 포토마스크에 합성쿼츠 반드시 필요

지난 7월 일본 아베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소재 수출 제한 품목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합성쿼츠(석영) 역시 국내 업계가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품목이다.

수출 제한 품목에 포함된 포토레지스트처럼 노광 공정에 사용되며, 특히 차세대 미세공정으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노광에는 합성쿼츠가 반드시 필요하다.

반도체용 합성쿼츠. /사진=아사히글라스
반도체용 합성쿼츠. /사진=아사히글라스

이미 국산화 된 내추럴쿼츠...합성쿼츠는 아직

 

쿼츠는 고순도 실리콘산화물(SiO₂)로 이루어진 유리다. 가시광 뿐만 아니라 자외선⋅적외선 범위까지 폭 넓은 투과 특성을 가진다. 특히 연화점(유리⋅플라스틱 소재가 물러지는 온도)이 1700℃로 매우 높기 때문에 1000℃를 넘나드는 반도체 공정에도 문제 없다.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약품에 의해 변형되지 않는다.

쿼츠는 크게 내추럴쿼츠와 합성쿼츠로 나뉜다. 내추럴쿼츠는 자연 상태의 규사(모래)를 녹여 불순물을 걸러내고, 순도를 높인 쿼츠다. 규사를 가열해 만든다는 점에서 용융(鎔融)쿼츠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동안 원익큐엔씨(옛 원익쿼츠)⋅금강쿼츠 등 국내 소재 업계가 국산화에 성공한 쿼츠는 이 내추럴쿼츠다. 용융 기술로도 99.9% 순도의 쿼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일부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내추럴쿼츠는 주로 식각(에칭)과 디퓨전 공정에서 웨이퍼를 불순물로부터 보호하거나 이송하는 용기를 만든다.

내추럴(용융)쿼츠로 만든 웨이퍼 이송용기. /사진=디에스테크노
내추럴(용융)쿼츠로 만든 웨이퍼 이송용기. /사진=디에스테크노

다만 미세 노광공정에 쓰이는 합성쿼츠는 아직 국산화하지 못했다. 합성쿼츠는 가수분해(물을 이용한 분해 화학반응) 기술을 이용해 만든 초고순도 제품이다. 용융쿼츠 대비 순도가 훨씬 높아 6n(99.9999%)까지 구현 가능하다.

이처럼 순도가 높은 합성쿼츠는 주로 노광공정용 포토마스크의 원재료로 쓰인다. 포토마스크는 반도체 회로 설계가 그려진 유리판이다. 포토마스크를 통과한 빛이 웨이퍼 표면에 도달해 회로 모양을 그리는 것이다. 일종의 사진원판 기능을 하는 게 포토마스크다. 

합성쿼츠 위에 금속박막을 입히면 블랭크마스크, 블랭크마스크에 회로 패턴을 만들면 포토마스크가 완성된다.

이 포토마스크용 합성쿼츠는 대부분 일본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다. 반도체용 소재 업체인 신에츠와 아사히글라스 등이 전체 시장의 9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UV에 반드시 필요한 합성쿼츠....대한광통신 도전

 

특히 차세대 미세공정인 EUV 노광에는 반드시 합성쿼츠로 제작된 포토마스크만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국산화가 시급하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선폭이 비교적 넓은 불화크립톤(KrF)나 불화아르곤(ArF) 노광 공정에는 일부 내추럴쿼츠로 제작된 포토마스크도 사용되나, EUV 노광에는 반드시 합성쿼츠 포토마스크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포함된 품목 중에는 EUV용 포토레지스트도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일본 JSR의 벨기에 합작사를 통해 수급난을 해소했다. 그러나 신에츠가 공급하는 합성쿼츠 수출이 제한될 경우, 이렇다 할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양한 쿼츠 제품. EUV 공정 포토마스크용 쿼츠는 일본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다. /사진=토소
다양한 쿼츠 제품. EUV 공정 포토마스크용 쿼츠는 일본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다. /사진=토소

국내 업체 중에는 광섬유 케이블 제조업체인 대한광통신이 합성쿼츠 제조기술을 개발해 국산화에 나선 상태다. 아직 양산 단계는 아니나 현재 고객사들과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쯤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광통신의 주력사업인 광섬유 역시 모재(母材)를 가수분해와 증착 과정을 통해 생산한다. 광섬유 내부는 SiO₂로 이뤄져 있는데, 합성쿼츠와 마찬가지로 광투과성⋅내화학성⋅열안정성 등의 특성이 요구된다. 생산 기술은 물론, 요구하는 특성까지 유사하다. 대한광통신은 향후 합성쿼츠는 물론 블랭크마스크를 직접 제조해 고객사에 공급하는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한 소재업계 전문가는 “EUV 포토마스크용 소재를 특정 일본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로서도 부담스러워 하는 대목”이라며 “일본이 소재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낸 지금이 국산화를 추진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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