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각축장으로... 선점 업체 없는 개화기 확인

올해 ‘세미콘코리아 2019’에서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소재·부품 제조 공장, 자동차 생산 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이 대거 등판했다.

너도나도 ‘스마트팩토리’… 솔깃한 솔루션 찾아보기 힘들어

스마트팩토리는 설계·개발, 제조 및 유통·물류 등 생산 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을 결합한 개념이다. 각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 인공지능(AI) 등으로 작동하게 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하려면 생산 과정이 어느 정도 자동화돼 있어야한다. 생산 공정에서, 각 장비에서 나온 데이터를 모아 공장 운영에 대한 알고리즘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공장에는 한 업체의 제품만 들어가지 않는다. 수십, 수백여개의 협력사가 소재와 부품⋅장비를 납품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 모든 소재⋅부품⋅장비를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가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각 장비의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뜯어고친 것도 이 때문이다.

때문에 장비⋅소재⋅부품 협력사의 솔루션은 반드시 제조사가 쓰는 소프트웨어와 호환성을 가져야한다. 통신 프로토콜도, 프로그래밍 언어도, 생성되는 데이터의 형식도 맞아야 제조사들이 쓸만한 솔루션이 되는 셈이다.

일본 공압 실린더 제조사 A사는 이번 행사에 ‘스마트 팩토리’를 접목한 실린더 및 소프트웨어(SW) 솔루션을 들고 나왔다. 실린더에 센서를 붙여 작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생기면 상위 시스템에 정보를 전달해준다.

블루투스만 지원하고, 데이터 수집 및 전달 기능이 없지만 실린더 내부 상황을 신속히 알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A사 관계자는 "아직 개발 중인 솔루션이라 개선의 여지는 남아 있다"며 "본사에서 통신 프로토콜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SW 업체 B사는 증강현실(AR) 공장 관리 솔루션을 내세웠다. 각 장비를 컴퓨팅 시스템에 연결하고 액세스포인트(AP)를 둬 태블릿PC 등에서 신호를 받아 장비의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태블릿PC에서는 각 장비의 사용 설명서와 작동 유무만 보인다. 장비 내부는 보이지 않고 제어는 할 수 없다. 게다가 태블릿PC가 AP의 범위 안에 있어야 신호를 받아 판단할 수 있다.

장비 업체에 근무하는 한 현장 엔지니어(FA)는 “오작동 알람 시스템은 장비 내부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데 굳이 별도로 솔루션을 갖출 필요가 있나 싶다”며 “장비 내에서 어떤 부품이 고장났는지도 알 수 없고, 어차피 제어가 안되니 엔지니어가 가야하는데 굳이 태블릿PC를 챙겨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수집한 공정 데이터, 이제는 통합 분석  

 

▲스피카 마시로 TEL 연구위원이 '스마트팩토리' 세미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KIPOST
▲스피카 마시로 TEL 연구위원이 '스마트팩토리' 세미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KIPOST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팩토리’ 세미나에서 장비 업계, 솔루션 업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올해 반도체 업계의 스마트 공장은 통합, 보안에 좀 더 주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소자 업계와 장비 업계는 보다 많은 센서를 장비에 달아 데이터를 추출하는 데 투자해왔다. 장비 내 온습도, 압력 등 다양한 데이터가 사내 클라우드에 지금도 실시간으로 쌓이고 있다. 챔버마다 시간당 2GB 이상의 데이터를 생성한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목표는 뚜렷하다. △제품 설계와 생산 시간을 줄이고 △수율을 높이고 △생산 비용을 줄이고 △장비나 설비를 좀 더 안정적으로 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제는 각 장비나 설비가 보내 온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실제 생산 공정에 적용할 때다.

램리서치(Lam research)는 식각(Etching) 등 장비가 주력 품목이지만 고객사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분석해주는 툴(tool)도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챔버 하나에서도 수많은 타입의 데이터가 다양한 빈도로 생성된다. 또 각각 데이터의 구조와 양도 다르다. 이 회사는 서로 다른 장비와 설비에 적용 가능한(유연한) 센서와 공정 컨트롤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ASML 등 다른 장비사와 협업해 각 공정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공정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김영식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업체 팁코(TIBCO) 솔루션 컨설턴트는 “디바이스에서 올라오는 데이터를 스토리지에 쌓기 전에 미리 분석한다”며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솔루션을 소개했다.

실시간 예측, 알람(alerting), 공정 전체부터 라인별⋅툴별⋅센서별 분석, 문제점 추적 등 각 과정에서 업체별, 업종별로 최적화 해 데이터를 다룰 수 있도록 한다.

비스텔(BISTEL)은 한발 더 나아가 신장비나 신공정을 도입할 때마다 수많은 변수(parameter)를 일일이 모델링 하지 않고 쉽게 세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을 소개했다.

스피카 마시로 도쿄일렉트론(TEL) 연구위원은 “특히 반도체 분야는 독특한 데이터 수집, 관리, 환경을 갖고 있다”며 “복잡성(complexity), 역동성( dynamics), 연결(connectivity), 보안(security) 등 화두가 과제”라고 말했다.

국제 디바이스 및 시스템 로드맵(IDRS, International Roadmap for Devices and Systems)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스마트제조 관련 기술이 매년 급변하고 있고 첨단 장비(기기, application), 디지털 트윈 분야에서는 반도체가 선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예측(prediction), 빅데이터 환경, 클라우드 컴퓨팅 등은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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