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법고창신', SK하이닉스 '위기' 아닌 '새로운 출발'

2년간의 호황이 주춤하면서 메모리 시장이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는 메모리 제조사들은 올해를 어떻게 견뎌낼까.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SK하이닉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SK하이닉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는 신성장 사업 육성과 옛 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줄 알아야 하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은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을 강조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2일 시무식에서 "차세대 제품과 혁신 기술로 신성장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건설적인 실패를 격려하는 기업 문화,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투자로 미래 지속성장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에서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 단어였다.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 이후로 품질에 대한 인식이 전 부서를 지배했고, 새로운 기술은 선택지에서 배제됐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선발대로 나서 신기술을 적용하고 난 후에야 이를 뒤따랐다. 

그나마 혁신을 이어가고 있는 부문은 반도체다. 하지만 반도체에서조차 신기술 적용이 쉽지 않았다. 인텔이 10나노 공정 양산에 차질을 빚는 가장 큰 이유도 섣불리 신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혁신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날 제조기술·금형·계측·설비·품질 등의 분야에서 최소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장인 수준의 숙련도와 노하우를 겸비한 직원을 최고 전문가로 인증하는 '삼성 명장' 제도를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부회장은 "개발·공급·고객 관리 등 전체 프로세스 점검을 통해 기존 사업의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하자"며 "올해는 초일류·초격차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자"고 덧붙였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는 현재 메모리 업계가 직면한 상황을 '위기'가 아닌 '새로운 출발'이라고 설명했다.

수율을 끌어올려 원가를 줄이고, 고객 중심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한편 생산·경영 시스템을 혁신해 3년 뒤 시가총액 100조, 기술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삼성전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입지를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 SK하이닉스는 기존의 SK하이닉스를 초월하는 혁신에 느낌표를 달았다.

공정·요소 기술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확보해 반영하고, 회사 인프라와 일하는 방식의 구조적인 변화를 꾀해 목표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우리가 마주한 상황은 현실을 더욱 냉정히 분석하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출발이자 우리 실력을 단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 SK하이닉스와 저의 목표는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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