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LG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라인에 설치된 핵심 설비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똑 같이 공급키로 해 논란이다. 이미 대형 LCD 시장을 잠식한 중국 업체들에게 OLED 양산 발판을 마련해주는 격이어서 업계 안팎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정부 주도로 ‘광둥성 프린팅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혁신센터’를 설립하는 등 ‘OLED 굴기(倔起)’를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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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여의도 사옥. LG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한 것과 똑 같은 OLED 양산 장비를 중국에 수출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사진=LG전자)

 

보호막은 유기물층과 무기물층이 번갈아 쌓아 올리는데, PRI 장비는 잉크젯 프린터를 이용해 유기물층을 단시간 내 적층하는 게 특징이다.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PRI)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티안마에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박막봉지(TFE) 장비를 공급할 계획이다. LG전자 장비는 적⋅녹⋅청(RGB)색 유기물 증착이 끝난 OLED에 산소⋅수분 침투를 막을 수 있게 보호막을 형성해준다.

원래 이 장비는 미국 TFE 장비 전문업체인 카티바가 개발했으나, LG전자가 LG디스플레이와의 공동연구 끝에 국산화 한 것이다.

OLED 봉지 공정을 설명한 모식도. 그림 내 초록색 부분이 유기물을 적층한 것이다. LG전자 장비는 이를 잉크젯 프린터로 재빨리 쌓아 올려준다. (자료=카티바)

LG전자는 지난해 5월 TFE용 잉크젯 프린터를 중국 티안마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티안마는 오는 2분기부터 이 장비를 포함한 OLED 설비를 우한 공장에 입고할 계획이다. 양산은 내년 2분기다.

그러나 LG전자가 티안마에 수출키로 한 장비는 LG디스플레이의 최신 공정에 도입된 것과 똑 같은 제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중소형 OLED 라인인 구미 ‘E5’에 PRI의 잉크젯 프린터를 처음 설치했다. 이 장비는 현재 시험 가동 중이다. LG디스플레이가 애플 공급을 겨냥해 구축 중인 경기도 파주 ‘E6’에도 이 장비가 설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와 협력사가 처음 양산화 한 장비는 후발 업체에는 시간차를 두고 공급하는 게 관례”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코히런트⋅다이니폰프린팅 등의 시간차 공급 전략 덕분”이라고 말했다.

코히런트는 1500mm 너비의 레이저를, 다이니폰프린팅은 6세대 하프컷(1500mm X 925mm) 마스크를 삼성디스플레이에만 공급한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OLED 증착장비용 소스 모듈과 퀀텀닷(QD) 디스플레이용 소재를 그룹 밖으로 일절 판매하지 않는다.

반대로 티안마는 LG전자 덕분에 중소형 OLED 양대 핵심 기술 중 하나를 손 쉽게 습득할 수 있게 됐다. OLED는 유기물을 기판에 붙이는 증착공정과 보호막을 형성시키는 봉지공정 기술이 핵심이다.

OLED용 잉크젯 프린터. 사진 속 장비는 봉지용이 아닌 RGB용 장비다. (사진=카티바)

LG전자의 잉크젯 프린터에 범용장비인 플라즈마기상화학증착장비(PECVD)만 쌍으로 갖다 붙이면 OLED 공정의 반은 해결된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한 패널 업체 중 유일하게 중소형 OLED 양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티안마로서는 조기에 수율 안정화를 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티안마는 BOE⋅차이나옵토일렉트로닉스(CSOT)와 더불어 중국 내 3대 디스플레이 업체 중 하나다. 스마트폰용 고화질 디스플레이인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OLED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본 LCD 장비업체들은 차세대 제품을 자국 내 패널 업체에만 공급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견제해왔다”며 “우리도 최신 공정에 들어가는 설비는 전략적으로 수출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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