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UHD TV, 크게 만들기보다 작게 만드는 게 어려워

삼성전자가 기존 4K UHD TV 대비 화소수가 4배 많은 8K UHD TV를 정식 판매하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진영이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향후 1~2년 내에 프리미엄 TV 트렌드가 8K UHD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의 OLED TV 기술로는 8K UHD 기술 구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급 제품 이미지를 강조했던 OLED TV 진영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해상도 경쟁에서 밀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내달 1일 판매에 들어가는 8K UHD TV. /삼성전자 제공

 


8K 콘텐츠 부족 문제, AI로 해결


삼성전자가 다음달 1일 정식 출시할 8K UHD TV는 가로 화소수가 7680개, 세로 화소수가 4320개다. 가로⋅세로 화소수가 각각 3840개, 2160개인 4K UHD와 비교하면 화면 전체 화소수가 4배에 달한다. 그 만큼 한 화면에 많은 양의 정보를 담을 수 있고, 같은 크기의 TV라면 더욱 선명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고해상도 TV 출시때마다 재현되었던 콘텐츠 부족 문제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해결했다. 삼성전자의 8K UHD TV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저해상도 화면을 8K UHD 화면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현재 지상파 방송의 주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풀HD(1920 x 1080)로 송출하지만, 집에서는 8K UHD 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지난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에서는 삼성전자는 물론 대부분의 TV 업체들이 8K UHD TV를 전시했다. 향후 TV 트렌드가 4K UHD에서 8K UHD로 옮겨갈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러나 8K UHD TV 시장 성장세를 바라보는 OLED TV 진영의 심경은 복잡하다. 당장의 대면적 OLED 기술로는 4K UHD를 구현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각 해상도별 TV 정보량 비교. 같은 크기라면 더 높은 화질을 구현한다. /파나소닉 제공
 

 

8K TV, 크게 만들기보다 작게 만들기가 더 어렵다


8K UHD TV는 65인치 혹은 75인치의 동일한 면적에 4배 많은 화소를 구겨넣는 게 핵심이다. 바꿔 말하면 각 화소(픽셀)의 면적이 현재보다 4분의 1크기로 줄여야 한다. 한 화소에 할애할 수 있는 공간이 그 만큼 좁기 때문이다. 단, 화소 크기가 작아지더라도 시청자가 보는 화면 밝기는 같아야 하기에 각 화소는 훨씬 밝게 빛나야 한다.

실내 조명을 설치 할 때 큰 형광등 대신 작은 전구로 대체하려면, 훨씬 더 밝은 제품을 써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OLED는 유기물질에 전류를 흘려 빛을 내는 방식인데, 밝은 빛을 지속적으로 내기 위해 많은 양의 전기를 흘려야 한다. 이는 OLED 열화(burn in) 현상의 원인이 된다. 한번 열화된 화소는 빛의 밝기가 점점 줄어들며, 다시는 과거와 같이 복구할 수 없다. 따라서 OLED 패널로 TV를 만들려면 ▲많은 양의 전류를 장시간 흘려줘도 열화하지 않는 재료를 개발하거나 ▲화소수가 늘어도 화소가 발광할 수 있는 면적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유기재료의 성능은 현재도 매년 개선되고 있으나 한번에 10~20%의 발광효율 개선 작업도 만만치 않다. 발광 면적을 4분의 1로 줄이면서 같은 밝기를 내기를 기대하는 건 단기간 내 불가능하다.



▲배면발광(왼쪽)과 전면발광 방식. 배면발광은 TFT가 화소를 가리고 있어 고화질 TV 제조에 불리하다. /LG디스플레이 제공


남는 방법은 8K UHD 패널에서 각 화소의 면적을 충분히 확보해주는 것이다. 현재 TV에 적용되는 OLED 기술을 OLED의 빛이 박막트랜지스터(TFT)를 통과하면서 빛이 새어 나오는 ‘배면발광(Bottom Emission)’ 방식이다. 각 화소를 컨트롤해주는 TFT가 화소 면적을 가리고 있다 보니 가뜩이나 좁은 화소 면적이 더 좁은 것이다.

만약 OLED 빛이 TFT의 반대 방향으로 방사된다면, TFT가 빛을 가릴 일이 없고 훨씬 밝은 빛을 낼 수 있다. 문제는 전면발광 OLED 패널 생산이 배면발광 대비 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OLED는 양극(Anode)에서 음극(Cathode)쪽으로 전류가 흐르면서 빛이 난다. 전면발광 OLED를 생산하려면 전류가 잘 통하면서도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고 투명한 전극이 필요하다. 빛이 최종적으로 음극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극을 육안으로 보이지 않게 만들기 위해 얇게 형성하면 저항값이 올라가 전류가 잘 흐르지 못한다. 싱크대 배수구를 좁게 만들면 물이 잘 흘러나가지 못하고 넘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전류를 잘 흘려보내고자 음극을 두껍게 만들면 눈에 보이는 단점이 있다.

OLED TV용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는 아직 전면발광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TV용 OLED 패널은 100% 배면발광 방식이다.



▲배면발광과 전면발광 비교. /LG디스플레이 제공
 


LG가 88인치 8K OLED TV를 미는 이유


만약 전면발광 방식의 TV용 OLED TV 패널 개발에 최종 실패한다면 남는 방법은 TV 패널 사이즈 자체를 키우는 것이다. 65인치 혹은 75인치 좁은 공간에 4배 많은 화소를 구겨 넣기 힘들면, TV 패널 자체를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LG전자가 IFA 2018에서 88인치 8K OLED TV를 전면에 내세운 건 이 같은 고민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88인치 TV는 화면 자체가 크기 때문에 비교적 화소를 구겨 넣기가 용이하다. 필통 속에 더 많은 볼펜을 집어 넣기 위해 볼펜을 얇게 만들기보다 필통 크기 자체를 키우는 셈이다.

88인치 8K UHD TV는 가로세로 1인치 안에 약 100개의 화소(100 ppi)가 배치된다. 종전 55인치 4K UHD TV가 80ppi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20% 정도만 더 많은 화소를 넣어 주면 된다.

문제는 시장이다. 현재 프리미엄 TV의 주력 시장이 65인치인데, 88인치와는 간극이 너무 크다. 2~3년 안에 평균 패널 사이즈가 커진다 해도 75인치 시장을 넘어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즉 88인치 8K UHD TV는 시장 수요가 지나치게 적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70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은 2018년~2020년 사이 2%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LG전자가 IFA 2018에서 선보인 8K UHD TV. /LG전자 제공


그렇다고 지금와서 65인치 8K TV를 생산하기에는 PPI를 100 이상으로 크게 올려줘야 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 부담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TV의 평균 사이즈가 매년 1인치씩 커진다고는 하나 하이엔드 시장의 주력은 65인치 정도에 머물러 있다”며 “2020에도 88인치 TV의 판매량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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