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 (kipost.net)] 샤프 인수 이후 연일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는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이 이번에는 미국에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을 짓겠다고 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구애’ 측면이 강하지만, 대략적인 투자 금액(70억달러)까지 나온 상태다. 


일단 궈 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개인적으로 나눈 얘기가 공식적으로 발표됐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그동안 궈 회장이 보여온 과감성을 감안하면 현실화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 지난해 궈타이밍 회장(왼쪽)이 SK C&C와 IT서비스 합작사 설립 계약 체결 후 악수를 하는 모습. / SK C&C 제공




LCD 보다는 OLED 가능성 커



우선 궈 회장이 언론에 밝힌 단서는 70억달러에 이르는 투자 규모와 TV용 디스플레이라는 점이다. 


TV용 디스플레이로 쓰인다면 LCD 혹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인데, LCD 보다는 OLED일 가능성이 높다. 소재⋅부품 등 후방산업 연결고리가 긴 LCD에 비해 OLED는 장비에 대한 공정기술에 좌우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LCD는 백라이트유닛(BLU)에 들어가는 편광판⋅도광판⋅프리즘시트⋅몰드프레임 등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자재가 많다. 또 편광판을 만드는 데 필요한 트리아세테이트셀룰로스(TAC)와 도광판 원자재인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 등 원부자재까지 감안하면 후방 연결고리가 끝이 없다.



1.jpg

▲자료=삼성증권 제공



우리나라와 중국⋅일본은 관련 후방 업체가 도처에 즐비하지만, 북미 지역에 이들을 공급해줄 협력사는 사실상 없다. 폭스콘이 미국에서 LCD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들 협력사와의 동반 진출이 필요한데, 폭스콘 하나만 보고 인건비 비싼 미국 진출을 결정하는 업체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아시아에서 북미까지 원부자재를 실어 나르기에는 물류 비용 부담 때문에 불가능하다.


이에 비해 OLED는 원자재 수급 부담이 덜하다. 가장 원가 비중이 높은 재료가 기판과 유기재료 정도다. 유리기판이 들어간다는 점은 어차피 LCD와 동일하고, 유기재료는 물류 비용이 크지 않다. 


스마트폰용 OLED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정공수송층(HTL) 소비량이 월 수백kg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기재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합성 및 승화⋅정재 설비가 필요한데, 이는 기존 제약⋅바이오용 설비와 혼용할 수 있다.



옥사이드 TFT 및 WOLED 증착 라인 갖출 듯



이상의 이유 때문에 폭스콘은 LCD 보다 OLED 생산 공장을 미국에 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면 폭스콘은 어떤 방식의 OLED를 선택하게 될까.


아이패드 프로.jpg



▲옥사이드 TFT가 적용된 애플 아이패드 프로. 샤프가 디스플레이를 공급했다. /자료=애플 홈페이지 캡처



궈 회장이 밝힌대로 TV용 디스플레이 공장을 짓는다면, 이는 LG디스플레이가 양산 중인 화이트 OLED(WOLED)를 감안한 것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적녹청(RGB) OLED로 TV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7세대 이상급의 라인이 필요한데, 현재 기술로는 6세대(1500mm X 1850mm)가 한계다. 그나마도 증착 라인은 6세대 기판을 절반으로 잘라 진행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TV용 디스플레이로 쓰기는 어렵다. 대면적 RGB 증착에 쓰이는 스몰마스크스캐닝(SMS) 증착은 삼성디스플레이도 실패한 기술이어서 폭스콘이 시도할 가능성은 없다.


이에 비해 WOLED 라인은 8세대(2200mm X 2500mm) 기판으로도 생산할 수 있다. 8세대 기판 1장에서는 50인치와 55인치 TV용 패널을 각각 6장씩 생산할 수 있다. 면취율은 떨어지지만 60인치⋅65인치 패널도 3장 만들 수 있다.


여기에 폭스콘이 인수한 샤프가 옥사이드(산화물) TFT의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설명을 뒷받침한다.


WOLED는 디스플레이 스위치 역할을 하는 박막트랜지스터(TFT)로 옥사이드를 사용하는데, 샤프는 이 부문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인듐⋅갈륨⋅아연 산화물을 기반으로 한 옥사이드 기판은 전자 이동속도가 빨라 고화질 디스플레이 생산에 유리하다. 모바일용 TFT로 쓰이는 저온폴리실리콘(LTPS)과 비교하면 대면적 생산도 가능하다. 향후 60인치 이상 대면적 패널 생산을 위해서는 옥사이드 TFT 기술이 필수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폭스콘이 정확한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옥사이드 TFT를 기반으로 한 WOLED 라인을 세울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