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의 유일한 중소형 LCD 공장인 충남 천안 ‘L6(5세대)’가 올해를 끝으로 가동을 중단한다. 내년부터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급격한 전환이 예상된 데 따른 사업 재조정 차원이다.

 

앞서 지난해에도 삼성디스플레이는 ‘L5(5세대)’ 가동을 중단하고, 라인 장비를 중국에 매각한 바 있다. L6 라인까지 가동을 중단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LCD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OLED에 ‘올 인(다 걸기)’하게 된다.

 

 

연말 끝으로 가동 중단

 

삼성디스플레이가 올 연말을 끝으로 가동을 중단할 L6는 지난 2003년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원래 1100mm X 1300mm 기판에서 비정질실리콘(a-Si) 박막트랜지스터(TFT) 기반의 LCD를 생산해 오다, 2012년부터는 일부를 산화물 TFT 라인으로 전환했다.  

 

산화물 TFT는 인듐⋅갈륨⋅아연(IGZO)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로, 전자이동도가 10~20cm²/Vs 에 달한다. 전자이동도가 1cm²/Vs 정도인 a-Si와 비교하면 10~20배 정도 빨라 고화질 구현에 유리하다. 전력 소모량도 a-Si 대비 20% 수준이다.

 

그러나 산화물 TFT를 기반으로 한 중소형 LCD는 일본 샤프가 워낙 독보적인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연말 ‘아이패드 프로’ 출시에 앞서 산화물 LCD 공급업체로 샤프와 삼성디스플레이를 선정하고도, 실제로는 대부분의 물량을 샤프에서만 구매했다.

 

최근 애플의 전략적 파트너인 대만 홍하이그룹이 샤프를 인수함에 따라 앞으로 산화물 LCD 부문에서 애플을 뚫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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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LCD 라인 현황. /KIPOST

 

 

 

지난해 L5 라인 장비 매각에도 불구하고 같은 5세대인 L6 명맥을 유지했던 것은 산화물 LCD 부문에서 어느 정도 수익성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하이가 샤프를 인수하고, 향후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이 OLED로 급격히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더 이상 가동할 명분이 사라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L6 라인 가동 중단 방침을 결정하면서 모바일 LCD 개발팀 인력 재배치가 논의되고 있다”며 “노트북⋅태블릿PC 패널 외에 자동차용 전장 LCD 패널 개발 인력이 꽤 많았는데 다른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대형=LCD, 중소형=OLED 구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한 중소형 LCD 라인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는 것은 모바일 디스플레이 사업에 소홀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OLED를 통해 시장을 더욱 효과적으로 잠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선택이다.

 

이는 최근 모바일 디스플레이 시장 구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5인치 스마트폰용 OLED 제조원가(14.3달러)가 LCD(14.6달러)보다 싸졌다. LCD보다 우월한 성능에 가격까지 OLED가 저렴해지면서 시장 균형은 OLED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1위인 화웨이는 물론, 신흥 강자인 비보⋅오포 등도 삼성디스플레이 OLED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전략 모델로 내놓고 있다. LCD를 적용한 모델은 보급형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모바일 OLED 시장의 95% 잠식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시장이 LCD에서 OLED로 전환될수록 이익을 크게 누리는 구조다. 반대로 LG디스플레이⋅샤프 외에 중국⋅대만 업체까지 치열하게 경쟁하는 LCD 시장은 이미 수익을 남기기 어려울 만큼 시황이 악화일로다. 모바일 디스플레이 시장이 OLED로 기운다면, 향후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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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생산한 스마트폰 ‘메이트S’.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가 탑재됐다. /화웨이 제공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향후 국내 L7⋅8 라인과 중국 쑤저우에서 TV용 LCD를 생산하고, 모바일 디스플레이는 전량 OLED로만 생산할 것”이라며 “OLED로 모바일 LCD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선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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