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증착 장비 수급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소형 OLED용 증착기는 일본 캐논도키(canon-tokki)가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삼성디스플레이가 2017년 11월까지 생산 물량을 선(先)주문했기 때문이다. 


내년 11월까지 증착기를 수급하지 못하면 애플 아이폰용 OLED 공급은 2019년 초에나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는 ‘A사’ 등 증착장비 대안 찾기에 들어갔다.



삼성디스플레이, 도키 증착장비 입도선매(立稻先賣)



LG디스플레이가 증착 장비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도키에 워낙 많은 물량을 발주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12월 말부터 시작된 애플 전용라인 투자에 6세대(1500mm X 1850mm) 월 9만장 분량이 묶여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향(向) 라인에 대한 투자를 위해서도 일부 증착기 물량을 선주문 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천가지 소재⋅부품을 구매해 조립해야 하는 장비 산업 특성상 단기간에 생산능력을 올리기는 어렵고, 도키 기업문화가 워낙 보수적이라 생산능력 밖의 수주는 지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와 올해 초 구미 E5 라인과 파주 P10 구축을 위해 도키사에 증착 장비 공급을 타진했으나 도키측이 난색을 표했다. 빨라도 2017년 11월 이전에는 장비를 공급할 수 없다고 고지했다. 


E5 라인은 6세대 원판 기준 월 7500장 정도로, 증착기 5~6대 정도가 들어가는 소규모 라인이다. 비교적 작은 프로젝트에도 도키가 장비를 공급할 수 없다고 나오자, LG디스플레이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The ELVESS OLED Mass Production System

▲ 도키가 생산한 OLED 증착장비. /도키 홈페이지 캡처



OLED 증착장비는 반입에 1년, 양산 안정화에 6개월이 걸린다. 이달 발주에 들어가야 2017년 3Q부터 OLED 생산이 가능하다. 


대안을 찾지 못하면 사실상 애플에 2017년 OLED 공급은 어렵고, 2018년 신 모델에 들어가는 것도 빠듯한 실정이다. 애플은 신제품 출시 6개월 전에 소재⋅부품 주문을 낸다.



LG디스플레이, 선익시스템으로 발길 돌릴 듯



LG디스플레이에 남은 카드는 2장이다. 도키가 증착장비를 납품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른 장비 업체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애플과 LG디스플레이의 관계를 고려하면, 2017년 11월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에 투자하지 못하면, 애플은 2018년까지 오직 삼성디스플레이에서만 OLED를 수급해야 한다.


디스플레이 분야서 3~4개 협력사를 가동하는 애플 입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만 믿고 OLED를 아이폰에 적용하기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애플은 LG디스플레이를 압박해서라도 양산 투자에 나서게 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남은 카드는 도키 외에 다른 협력사로부터 증착장비를 수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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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익시스템이 개발한 OLED 증착장비. /선익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가장 유력한 대안은 선익시스템이다. 선익시스템은 LG디스플레이에 6세대 데모 장비를 공급한 사례도 있고, 중국에 구(舊)세대 양산 장비를 공급한 적도 있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선익시스템 증착장비를 E5 및 P10 라인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역시 OLED용 증착장비를 국산화한 SFA는 삼성과의 지분 관계 탓에 LG디스플레이에 장비를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TV용 OLED 공장인 파주 E3, E4에 증착기를 공급한 야스 제품은 중소형 OLED용으로 용도 전환이 어렵다.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 역시 중소형 OLED용 증착장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양산 라인에 투입할 정도로 기술이 안정화 돼 있지는 않다. 신임 소재⋅생산기술원장으로 선임된 홍순국 사장은 최근 중소형 OLED용 증착장비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도 도키 외에 국산 증착장비를 양산 적용해보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했으나 모두 실패했다”며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이 OLED 적용하는 시점까지 양산라인을 꾸리면서 수율도 올려야 하는 난관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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