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7은 삼성 출신이, B11은 대만 출신이 구축
B11, 상대적으로 안정화 덜 돼

BOE가 애플 아이패드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개발을 몐양 B11에서 담당키로 했다. B11은 BOE의 두 번째 OLED 양산 라인으로, 대만계 엔지니어들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램프업과 함께 순조롭게 가동률을 높인 청두 B7과 달리 B11은 초기 수율을 잡는데 애를 먹은 바 있다.

아이패드 프로에 장착된 라이다 센서로 공간 시뮬레이션을 하는 모습. /사진=애플
아이패드 프로에 장착된 라이다 센서로 공간 시뮬레이션을 하는 모습. /사진=애플

B11, 아이패드용 OLED 개발 담당

 

애플은 이르면 2023년 OLED 아이패드를 출시할 계획이며 삼성⋅LG디스플레이는 물론, BOE도 수주를 목표로 패널을 개발 중이다. 

애플 아이패드용 OLED 패널에서 기존 스마트폰용 패널 대비 가장 크게 두드러진 특징은 적색⋅녹색⋅청색(RGB) 발광층이 2개층인 ‘투 스택 레이어’ 구조라는 점이다. OLED는 발광층을 구성하는 물질이 유기물이다. 사용 시간이 갈수록 열화가 불가피하다. RGB 층이 두 개면 각 레이어에 각각 걸리는 부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그만큼 긴 시간 OLED 수명을 보장할 수 있다.

2~3년 주기로 교체하는 스마트폰은 OLED 소자의 수명 문제가 제기되지 않지만, 4~5년 이상 사용하는 IT용 패널은 디스플레이 수명도 스마트폰 대비 길어야 한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18년 정보디스플레이학회(IMID)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투 스택 레이어 기술을 적용하면 발광효율은 1.5~2배, 소자 수명은 4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용 패널 생산에 이미 투 스택 레이어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경상북도 구미 ‘E5’ 라인이 이를 지원한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양산 공급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용 OLED 패널도 투 스택 레이어 기술이 사용됐다.

BOE는 아직 투 스택 레이어로 구성된 생산라인이 없는데, 일단 B11에서 패널 디자인과 양산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B11은 BOE가 처음부터 애플 전용 라인으로 구축한 OLED 공장이다. 앞선 B7이 화웨이 등 중국 로컬 스마트폰 업체를 타깃으로 했다면, B11은 처음부터 애플을 타깃으로 지어졌다. B7과 마찬가지로 6세대(1500㎜ X 1850㎜) 원판투입 기준 월 4만8000장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대만 출신들이 구축한 B11...B7 대비 수율 저조

 

다만 B11은 B7 대비 장비 공급사는 일부 변경됐다. 라인 투자를 주도하는 세력이 변경되면서다. B7은 한국에서 건너간 삼성디스플레이 출신들이, B11은 대만계 엔지니어들이 주축이 돼 설립했다. 이 때문에 B11에는 증착기 증발원(소스) 공급사로 야스가, 마스크 인장장비는 KPS가 선정됐다. 앞서 B7에서는 SSOT와 한송네오텍이 각각 공급했던 품목이다. 둘 다 증착(Evaporation) 라인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설비들이다.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관계자는 “BOE가 B7의 성공에 고무돼 B11 투자시에는 일부 장비 공급사를 자의적으로 변경했다”며 “이 때문에 2019년 양산 이후 초기 수율을 잡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BOE는 B11 투자가 기대에 못미치자 그 다음 투자(충칭 B12)에는 다시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엔지니어들을 중용했다(KIPOST 2020년 2월 11일자 <BOE서 한국 출신 엔지니어 위상 재부각> 참조).

BOE와 화웨이가 지난 2019년 중국 청두시에서 전략적 협력사 협약을 맺는 모습. B7은 양산 후 조기 안정화에 성공했다. /사진=중국 청두시
BOE와 화웨이가 지난 2019년 중국 청두시에서 전략적 협력사 협약을 맺는 모습. B7은 양산 후 조기 안정화에 성공했다. /사진=중국 청두시

따라서 상대적으로 안정화가 덜 된 B11이 아이패드용 OLED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키로 한 것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는 다행스런 대목이다. B7과 B11이 모두 BOE 산하에 있다고는 하나, 서로 인적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각 공장이 서로 다른 지방정부에서 투자 받으면서 주주 구성도 상이하다. BOE도 각 공장 간의 협력보다는 상호 경쟁을 통한 성장을 추구해왔다. 

물론 B11에서의 패널 개발이 여의치 않으면, 관련 프로젝트를 B7이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 BOE가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B7과 B11 직원들 사이에는 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돼 있다”며 “상호간 인적교류는 물론, 정보교류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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