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종기원 협력사 직원 일부가 中 건너가 주축된 업체
"BOE 내 삼성디스플레이 출신들이 키워줘"

중국 BOE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공정 핵심 모듈인 리니어 소스 공급사로 현지 업체를 선정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삼성종합기술원의 리니어 소스 외주 제작사 직원 일부가 중국으로 건너가 설립한 회사라는 점에서 사실상 국내 기술이 해외 유출된 사례로 지적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에 BOE OLED 적용을 검토하는 등 중국 OLED 기술이 급격히 향상된 데는 이 같은 핵심 기술 유출도 기여한 셈이다. 

BOE의 충칭 6세대 OLED 메인 공장 건설 과정 이미지. /BOE 제공<br>
현재 건설 중인 BOE의 충칭 6세대 OLED 공장. /사진=BOE

SSOT, BOE B12에 리니어 소스 공급

 

BOE는 지난달 30일 충칭 B12에 들어갈 리니어 소스 공급사로 상하이샤인씨옵토일렉트로닉스테크놀러지(SSOT)를 선정했다. 리니어 소스는 증착장비 안에서 적색⋅녹색⋅청색 빛을 내는 유기물질에 순간적인 열을 가해 기화시키는 모듈이다.

기화된 유기물이 증착장비 상단 기판에 엉겨 붙으면 각각 적색⋅녹색⋅청색 빛의 화소(서브픽셀)가 형성된다. 리니어 소스를 OLED 생산의 핵심 모듈로 일컫는 이유다.

통상 유기물은 직육면체 형태의 리니어 소스로, 무기물(주로 금속)은 원통의 포인트 소스로 가열한다. SSOT가 공급하는 모듈은 유기물을 가열하는 리니어 소스다. 크기가 작아 가열하기 쉬운 포인트 소스 대비 리니어 소스의 기술 난이도가 높다.

문제는 BOE에 리니어 소스를 공급할 SSOT가 삼성디스플레이 외주 제작 업체 직원 일부가 설립한 회사라는 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리니어 소스를 삼성종합기술원으로 부터 공급받아왔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이를 직접 만들지 않고 국내 ‘S사’에 외주를 맡겼는데, 지난 2016년 말 S사 핵심 기술진 일부가 중국으로 건너가 만든 회사가 SSOT다. 

OLED용 리니어 소스. /사진=GJM
OLED용 리니어 소스. /사진=GJM

사실상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이 삼성종합기술원과 외주 제작사를 거쳐 중국 BOE로 탈취된 셈이다. 

OLED 공정 핵심이 증착이고, 증착의 핵심이 소스와 섀도마스크 정렬(얼라인먼트)이다. BOE는 SSOT 덕분에 둘 중 소스 문제를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했다.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관계자는 “SSOT의 리니어 소스 디자인은 삼성디스플레이가 탕정 A3 라인에 적용한 제품과 거의 동일하다”며 “SSOT가 없었다면 BOE의 기술 수준이 지금보다 1~2년은 뒤쳐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BOE가 SSOT 없이 설립했던 오르도스 B6(OLED 파일럿 라인)는 낮은 수율 탓에 완전히 실패한 프로젝트로 꼽힌다.

 

B11에서 배제됐던 SSOT, 삼성 출신 덕분에 부활 

 

앞서 BOE가 몐양 B11 설립 당시 배제했던 SSOT를 B12 설립과 함께 부활시킨 배경도 관심을 끈다. BOE는 B11를 설립하면서 국내 업체인 야스로부터 리니어 소스를 공급받았었는데, 이번에 B12 구축에는 오히려 야스를 배제하고 SSOT를 채택했다. 

청두(B7)→몐양(B11)→충칭(B12)을 거치면서 리니어 소스 공급사가 SSOT→야스→SSOT로 재차 변경된 것이다. 

이는 앞서 다른 장비들과 마찬가지로 B12 건설 주축 세력이 B7 주축 세력과 동일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B7은 전직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연구원들이 중심이 돼 설립했으며, B11은 대만 출신 연구원들이 설립을 주도했다. 

그러나 B11의 수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BOE는 다시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연구원들을 중용하기 시작했다(KIPOST 2020년 2월 11일자 <BOE서 한국 출신 엔지니어 위상 재부각> 참조).

화웨이 메이트X. BOE가 OLED 패널을 공급했다. /사진=화웨이
화웨이 메이트X. BOE가 OLED 패널을 공급했다. /사진=화웨이

이 때문에 섀도마스크 인장장비와 레이저리프트오프(LLO) 등 다른 핵심 장비 공급사도 다시 B7 공급사로 원복됐다.

중국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대표는 “B7과 B12 설립을 주도한 J씨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A3 1번 라인 구축에 참여했던 수석급 인사”라며 “B11 대비 B7의 생산 성과가 돋보이면서 BOE 내에서 J씨의 위상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