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업에 제동이 걸린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지난 1월 중국 정부는 자국 2차전지 산업 보호를 위해 삼성SDI·LG화학이 생산하는 3원계(NCA·NCM) 배터리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바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2차전지 업체들은 전기차 외에 신시장을 급히 발굴해야 할 처지다. ESS는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수요 피크시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로, 세계적인 에너지 효율 제고 바람에 힘입어 수요가 늘고 있다.

 

테슬라가 생산한 가정용 ESS. 삼성SDI는 테슬라에 ESS용 2차전지를 공급하기 위해 최종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ESS용 2차전지를 공급하기 위해 최종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SDI는 이미 지난 2분기 113톤 규모의 2차전지를 테슬라의 ESS 사업부인 테슬라에너지에 공급했으며, 현재 최종 양산성을 검증하고 있다.

113톤 규모는 셀 단위로는 250만셀 정도로, 20메가와트시(MWh)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당초 삼성SDI는 ESS용이 아닌 전기차용 ‘20700(지름 20㎜, 길이 70㎜)’ 규격 원통형 전지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연말 최종 양산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LG화학은 세계 1위 ESS 기업인 ‘AES Energy Storage’와 기가와트시(GWh) 단위의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내서도 ESS용 2차 전지를 대량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해 ESS와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키워드 참조)’ 의무 설치 규정을 신설했다. 내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은 계약전력 5% 이상 규모의 ESS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신축 건축물에 대한 의무 설치는 물론, 기존 1382개의 건축물도 2020년까지 ESS를 설치해야 한다.

삼성SDI가 생산한 대형 ESS. /삼성SDI 제공

정부는 기존 건축물에 ESS를 설치할 경우 총 2000억원(244MWh) 규모의 신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상 1MWh 규모 ESS 설치에 8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ESS는 전력 효율화 솔루션 뿐만 아니라 산업용 비상발전기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동일용량 기준 비상발전기에 비해 5배 이상 비쌌던 리튬이온 전지 가격이 3.5배가량으로 격차가 줄면서 ESS로 발전기를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비상발전기와 ESS를 연계해 갑작스러운 정전이 발생했을 때도 무정전 운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 실증단지를 구축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S가 비상발전기 시장에 진입해 빠른 속도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며 “향후 비상 전력 공급과 비용절감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한 수요 덕분에 비상발전기와 ESS 시장이 동시에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BEMS=빌딩 내 에너지 관리 설비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제어·관리·운영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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