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 (kipost.net)] 삼성SDI가 독일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e골프’ 2017년식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e골프 기존 모델에는 일본 파나소닉 배터리가 장착됐지만, 충전용량을 37암페어(Ah)로 늘리면서 삼성SDI가 공급사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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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이르면 올 연말 출시되는 폴크스바겐 e골프에 37Ah짜리 각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삼성SDI는 e골프용 배터리 물량의 3분의 1 가량은 울산 공장에서, 나머지 3분의 2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다.


골프는 1974년 출시 이래 3000만대 이상 판매된 폴크스바겐의 준중형 해치백 자동차다. e골프는 화석연료를 소모하는 내연기관을 걷어내고, 전기모터⋅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모델이다. 올해까지는 25Ah 배터리를 장착, 한 번 충전에 항속거리가 190km(회사 발표 기준, EPA 기준은 134km)였으나 내년 신모델은 37Ah로 충전용량을 늘려 최장 299km까지 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SDI가 e골프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사실상 현지 일감이 떨어진 시안 공장의 가동률 제고다. 시안 공장은 올해 초 중국 정부의 배터리 보조금 중단 조치 이후 가동률이 20~30% 이하로 유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설치 문제 탓에 한중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현지 보조금에 기대 시안 공장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폴크스바겐처럼 자체 배터리 생산라인이 없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대한 공급을 늘려야 한다. 삼성SDI는 내년 3월부터 시안 공장에서 e골프용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폴크스바겐은 e골프 생산은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배터리 후공정 및 조립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장에서 진행한다. 


삼성SDI는 시안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을 배로 실어 독일 현지까지 공수할 것으로 보인다. 물류 비용을 감안하면 중국 현지 업체에 공급하는 것보다 마진이 적을 전망이지만, 우선 시안 공장 가동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e골프라는 모델이 주는 상징성도 크다. 골프는 해치백(트렁크와 뒷 좌석의 경계가 없는 차) 자동차를 창시한 모델로, 독일 자동차 역사의 상징이다. 1974년 출시 이후 40년 넘게 단종되지 않고 꾸준하게 팔리고 있다는 점에서 타 자동차 회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Der neue Volkswagen e-Golf

▲e골프 기존 모델의 파워트레인(배터리+전기모터). 각형 배터리지만 차량 하부에 배치된 형태다. /폴크스바겐 홈페이지 캡처



특히 폴크스바겐은 e골프를 개발하면서 기존 골프의 뼈대(섀시)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차체 하부에 배터리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차체 하부에 배터리를 장착하면 차량 무게중심이 낮아지면서 주행 안정성이 높아진다. BMW ‘i3’가 차 지붕 높이가 높아지는 점을 감수하고라도 배터리를 바닥에 장착한 이유다. 


그러나 e골프는 차량 높이는 기존 골프와 완전히 똑같다. 그만큼 배터리와 주변 시스템 높이를 낮게 설계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리자동차 등 시안공장이 목표로 했던 고객사들에 대한 내년 생산 계획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며 “그나마 e골프 물량이 받쳐 준다면 가동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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