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정치 권력과 산업 자본간 관계는 오랜 역사를 형성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에는 석유∙철강∙자동차 등 굴뚝 산업 관련 업체들의 정치 자금이 몰렸고, 민주당에는 IT∙콘텐츠 등 신성장 산업 관련 업체들의 자금이 집중됐다. 

 

이에 따라 어떤 당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산업 정책 및 고용 기조도 뚜렷한 차이를 보여왔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때는 IT∙헬스케어 등 신산업이 호황을 이뤘고, 부시 대통령 부자 임기 때는 석유화학 등 전통 산업이 나름 강세를 보였다. 

 

 미국 경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우리나라도 뚜렷한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다. 

 

이번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격돌하는 가운데 상당수 전문가들이 힐러리 쪽이 우세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힐러리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국무장관을 겸임한 만큼 상당수 경제 및 산업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즉 IT∙헬스케어 등 신성장 산업이 향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간 산업 정책 차이는 명백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원래 새로운 권력은 전 권력이 튼 곳에 똬리를 틀지 않는다. 향후 힐러리 클린턴만의 경제∙산업 정책이 점차 뚜렷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KIPOST는 힐러리 클린턴이 육성할 신성장 산업 중 하나로 자율주행차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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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공식 선거 트위터 

 


힐러리 클린턴은 왜 자율주행차에 관심 가질까

 

 

지난해 힐러리 클린턴은 선거 캠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스테파니 해넌을 선임했다. 이 사람은 구글 고위 임원 출신으로 재직시 플랫폼 사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행정부 요직에 입각해 산업 정책을 펼치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힐러리 행정부의 산업 정책 브레인이다. 

 

힐러리는 매년 실리콘밸리를 5차례 이상 방문할 정도로 IT 산업 친화적인 인물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본사에서 기조 연설한 사례도 많다. 물론 실리콘밸리 인사들을 중심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 

 

수많은 신성장 산업 중 힐러리 임기 중 본격적으로 개화할 산업은 자율주행차∙사물통신(IoT) 등이 유력하다. 휴대폰에서 본격화된 IT융합은 이제 전통산업인 자동차로 옮겨가고 있다. 

 

과거 미국은 자동차 산업에서 일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급부상했고, 구글∙애플 등 IT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헤게모니가 바뀌고 있다. 미국 주도 차세대 자동차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힐러리가 조금만 정책적으로 관심을 쏟는다면 자신 임기 중 주요 산업 육성 치적으로 만들 수 있다. 

 

힐러리는 과거 상원의원 시절부터 자동차 안전 규제에 관심이 많았다. 2018년부터 미국에서 출시되는 신차는 후방 카메라를 의무 장착해야 한다. 이 법안을 통과시킨 사람이 바로 힐러리다. 

 

매년 차량 후진으로 상당수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는다는 이유다. 

 

후방 카메라를 장착하면 사각이 없어져 사고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당시 미국 자동차 업계는 전방위 로비를 벌이며 이 법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신차 제조원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현재 신차 한 대당 후방 카메라 설치 비용은 130~140달러 수준이다. 법안 발의 당시 후방 카메라 비용은 지금보다 3~4배 수준이었다. 

 

힐러리는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여 신차 후방 카메라 법안을 통과시켰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확산되면 자동차 안전이 크게 높아진다. 힐리러의 정치 명분과 잘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미국 정부는 내년부터 차량추돌방지시스템 의무화 법안도 발효한다. 관련 후방 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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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에 필요한 기술./ 엔비디아 홈페이지  

 

 

 

 

미국 주도 자율주행차 산업 생태계 펼쳐진다

 

 

엄밀히 말하면 자율주행차는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 기술 수준으로 자율주행차는 지능형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정도가 한계다. 

 

지능형 전조등∙사각지대 감지∙자동 긴급 제동∙동차선이탈 경고 등 기술이 ADAS에 포함된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자율주행차 개념은 기술 수준에 따라 0~5단계까지 분류된다. 5단계 자율주행차가 바로 사람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AI)으로 운전하는 무인자동차다. 자율주행차 2단계 정도로도 고속도로에서 제한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현재 현대차 EQ900 등 고급 차량에 자율주행 2단계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향후 미국에서는 자율주행차 2단계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는 차세대 자동차 산업이 뻗어나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완화하고, 자동차 안전 관련 규제는 강화한다는 기조다. 실리콘밸리를 중시으로 힐러리 임기 중 자율주행차 2단계를 점진적으로 의무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주도 무인차 상업화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기 위한 사전 조치다. 

 

도로 위 사고의 95%는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지않는 등 운전자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다. 

 

자율주행차 기술 도입 명분은 사람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 위험을 줄인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안전벨트, 에어백 등 새로운 안전 기술이 도입돼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줄어드는 성과가 나왔다. 

 

자율주행차 기술 레벨이 점차 높아질수록 IT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된다. 미국은 테슬라∙구글∙글∙애플 등 자율주행차 기술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있고, 관련 SW 산업도 짜임새 있게 구성돼 있다. 차량 반도체∙지도 등 차량 SW∙센서 등도 후방 산업이 잘 돼 있다. 

 

자율주행차가 확산되면 해당 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 수요도 크게 늘어난다. 

 

GM∙포드 등 전통 자동차 업체들은 차세대 자동차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경쟁에서 뒤처지더라도 구글 등 IT 업체들이 개발한 차세대 자동차를 외주생산하는 식으로 미국 내 제조업 부흥에 역할을 할 수 있다. 애플 아이폰 생산을 담당하는 폭스콘처럼 차량 주문자생산업체(OEM)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포드는 구글카 외주생산을 검토한 바 있다. 

 

결국 미국 경제∙산업에 나쁠 게 없는 꽃놀이 패인 셈이다. 

 


-<하> 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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