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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으로 꼽은 차량 전장 부품 사업을 권오현 DS 부문 부회장 직속조직으로 배치한 이유가 뭘까. 

 

오히려 차량 인포테인먼트 측면에서 보면 통신기기를 다루는 무선사업부가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내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한 후 삼성전자는 DS부문에 차량 전장 부품 사업을 배치했다. 

 

외부에서는 이를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이 중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차량 전장 부품 사업의 핵심은 반도체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에 무게 축이 쏠린다. 

 

자칫 스마트폰 사이클을 놓칠 뻔한 삼성전자가 애플을 발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도 반도체 사업이 후방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준 덕분이다. 

 

뭉뚱그려 반도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 IT 사업 경쟁력의 원천은 반도체다. 반도체, 특히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 어떤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열리더라도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과거에는 D램,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가 삼성전자 전자 사업을 확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AP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다. 전기차∙스마트카에도 AP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전기차스마트카 시장 초기에는 AP 업체의 역할 절대적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만 해도 아무나 제품을 만들기 어려웠다. 운용체제(OS)와 AP를 지원할 업체가 거의 없었던 탓이다. 

 

애플은 처음부터 스마트폰 OS-AP-시스템에 이르는 개발 부문을 수직계열화했다.  

 

다른 업체들은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제공받아도 AP를 조달하기 어려웠다. 상대적으로 큰 제조업체들은 AP 업체들과 협력하면서 스마트폰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AP 업체들의 협력 리스트에서 후순위였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초기 스마트폰 개발 때  AP가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야 AP 가격이 크게 떨어졌고, AP 플랫폼이 표준화되면서 쉽게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전기차∙스마트카도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초기 OS와 AP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드웨어 표준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구글 등 OS 업체들은 AP 및 자동차 업체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주행∙인포테인먼트∙모듈 제어 등 기능을 결정한다. 

 

자동차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카메라 센서, 칩셋을 연계한 설계가 이뤄진다. 차량 내 모든 장치가 OS 및 AP와 연계되기 때문에 창문 개폐부터 배터리 효율까지 소프트웨어로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차량 AP를 공급하면서 여기에 최적화된 카메라모듈과 센서, OLED 디스플레이 등 부품뿐 아니라 2차 전지까지 통합 솔루션 형태로 공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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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전기차 콘셉트./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설계 능력 수준은

 

 

삼성전자 AP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까지 왔을까.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2000년대 초부터다. 지지부진했던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애플이라는 걸출한 파트너를 잡으면서 터닝 포인트가 됐다. 

 

삼성전자는 애플 MP3 플레이어 아이팟에 AP를 대량 공급하는 성공을 거둔다. 당시 애플 AP 설계와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 바로 정세웅 부사장과 이윤태 사장이다. 두 사람은 한 때 차기 시스템LSI 사업부장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용 AP 파운드리를 담당하게 됐고, 자체 설계한 엑시노스를 출시하기에 이른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및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무시못할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설계 능력은 가파른 속도로 진화했다. 최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통신칩(모뎀)과 AP를 하나의 시스템온칩(SoC)으로 구현한 엑시노스를 상업화했다.

 

처음으로 자체 아키텍처 기술도 가미했다. 퀄컴 출신 강인엽 부사장 등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전자 AP 설계 기술이 그 만큼 진보한 셈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엑시노스는 영국 ARM이 제공하는 코어를 받아 여기에 살을 덧붙여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ARM 아키텍처를 재설계한 자체 기술을 더했다. ARM이 코어 재설계 라이선스를 주는 업체는 세계적으로 퀄컴과 애플 정도다. 삼성전자가 이들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설계 기술 수준이 높아진 셈이다. 

 

코어에 근접한 칩 설계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전기차, 가전 등 다른 기기에도 얼마든지 프로세서 칩을 응용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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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자동차 전장 부품 등 신사업 추진./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차량 AP 고성능화...삼성전자, 차량 전장 부품 사업 돌파구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설계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써 줄 자동차 업체가 없다는 게 지금의 냉정한 현실이다. 자동차는 안전과 직결된 만큼 시험 인증 절차가 굉장히 길고 까다롭다. 

 

현재 테슬라 전기차용 AP는 엔비디아가 공급한다. 엔비디아는 원래 그래픽프로세서(GPU)를 주로 설계하던 업체다. 스마트폰 시장 초창기에는 모바일 AP 공급하기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 차량 AP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차량 AP는 상업화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성능 자체가 뛰어나지는 않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고성능 차량 AP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점차 확산적용되면서 고속 프로세서가 필요해졌고, 여기서 발생하는 빅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애플 등 IT 업체들은 자동차 그 자체보다는 여기에서 발생하는 빅 데이터에 훨씬 관심이 많다. 향후 수익이 빅 데이터에서 나온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방식처럼 차량에서 발생하는 로우 데이터(raw data)까지 클라우드로 쏘려면 통신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는 자율주행차로 무인화를 구현할 경우 차량에서 발생하는 한 달 데이터가 트위터 1년치 데이터와 맞먹는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앞으로는 고속 프로세서로 데이터를 가공하고, 차량에서 저장 및 압축한 후 클라우드로 보내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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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전장 부품 사업 도전./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고성능 차량 AP 기술 경쟁 펼쳐진다...삼성전자의 선택은?

 

 

트렌드 변화에 맞춰 차량 AP 시장을 선점한 엔비디아가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슈퍼컴퓨터에 쓰이는 AP를 개량한'드라이브 PX2'를 공개했다. 자율주행차에 최적화된 AP로 고속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도로 상황, 운전자 돌발행동, 공사 중인 도로 같은 예외적인 상황도 정확하게 인식한다. 눈, 폭우, 안개, 심야 등 주변 환경 인식 기능도 뛰어나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차량 AP로 테슬라뿐 아니라 아우디, 볼보 등 완성차 업체와 자율주행차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인텔은 BMW와 손잡고 향후 아톰 기반 AP 100만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대다수 자동차 업체들이 ARM 코어 기반 AP를 쓰는 것을 감안하면 BMW의 행보는 다소 파격적이다. 인텔 AP를 쓸 경우 기존 모바일 생태계를 쓰는데 어려움이 있어 콘텐츠를 제공할 업체들을 모아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꾸려야 한다. 

 

이런 약점을 감수하고서라도 BMW는 인텔 AP가 연산 능력에 뛰어난 것에 주목했다는 분석이다. 

 

고성능 모바일 AP 개발 경험이 풍부한 삼성전자로서는 나쁘지 않은 시장 환경이 도래한 셈이다. 문제는 삼성전자 AP를 써줄 자동차 업체를 찾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차량 반도체 업체와 협력해 경험과 노하우를 흡수해야 한다. 

 

테슬라 등 선두 전기차 업체와 협력하기도 쉽지 않다. 엔비디아 등 기존 업체들이 쌓아놓은 진입장벽이 상당한 탓이다. 

 

삼성전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인수합병(M&A)이다. 삼성전자에 그냥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할 차량 반도체 업체는 없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전자는 차량 반도체 시장의 강자 프리스케일을 NXP에 뺏기고 땅을 친 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차량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ST마이크로 등 인수 대상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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