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 지진 이후 글로벌 IT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피난처로 낙점하면서 국내 1위 비상 발전기 업체 지엔씨에너지가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엔씨에너지의 비상발전기. /지엔씨에너지 제공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미 평촌에 IDC를 설립했다. 구글∙IBM 등 업체들도 한국 내 IDC 신규 설치 및 확대를 검토 중이다. 

 

아시아권에서 전력 인프라가 양호하고, 산업용 전기 값이 싼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다. 글로벌 IDC가 우리나라와 일본에 몰리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일본은 최근 지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우리나라가 IDC 최적지로 부상 중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한국 내 IDC 투자를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은 해킹 등 공격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면서도 고용창출 효과는 적어 지자체에서도 IDC 투자건은 알리는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지엔씨에너지는 국내 IDC용 비상 발전기 시장을 80%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기존 디젤 방식 비상 발전기와 달리 IDC용 제품은 저소음∙고에너지 밀도 등을 구현하기 위해 가스 터빈 엔진을 사용한다. 지엔씨에너지는 기술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IDC용 비상 발전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향후 사물통신(IoT)∙핀테크∙전기차 시장이 확산되면서 클라우드∙빅데이터용 IDC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엔씨에너지 비상 발전기 사업 매력도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비상 발전기, 신성장 산업으로 재조명



우리나라는 일본∙대만처럼 소방법상 비상 발전기를 설치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병원∙관공서∙산업시설뿐 아니라 6층 이상 일반 건물도 해당된다. 정전시 40초 이내에 비상 발전기가 가동돼야 한다. 

 

비상 발전기가 새삼스러운 산업은 아닌 셈이다. 국내 비상 발전기 시장을 장악한 지엔씨에너지도 그다지 주목받을 일이 없었다. 

 

그러나 클라우드∙빅데이터 환경이 도래하면서 비상 발전기 시장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다. 

 

지엔씨에너지는 MS 평촌 IDC에 비상 발전기를 독점 공급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국내에 IDC를 대거 설치하면 비상 발전기 수주가 잇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KT 여의도∙목동 IDC와 NH 통합 IT센터에 가스 터빈 비상 발전기를 공급했다. 앰코코리아 신축 공장에도 가스터빈 비상 발전기를 납품했다. 

 

기존 비상 발전기는 주로 디젤 엔진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반면 IDC∙병원 등에는 가스터빈 방식 비상 발전기가 확산되고 있다. 소음이 적고, 단기간에 출력을 높일 수 있어 정전시 건물 전체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기 크기도 작아 공간 효율성도 높다. 

 

가스 터빈 방식 비상 발전기는 일반 디젤 엔진 제품보다 세 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린다. 수익도 일반 디젤 엔진 비상 발전기보다 훨씬 좋다. 

 

지엔씨에너지는 일본 니가다와 손잡고 가스 터빈 비상 발전기를 주로 생산한다. 니가다는 지엔씨에너지에 비상 발전기용 가스 터빈 엔진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즉 경쟁사들이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가스 터빈 방식 비상 발전기 엔진은 비행기 제트 엔진과 유사한 원리로 만들어진다. 현재 비상 발전기용 가스 터빈 엔진은 일본 가와사키와 니가다 두 회사가 선점하고 있다. 가와사키는 삼성테크윈에 가스 터빈을 독점 공급했지만, 삼성테크윈이 한화로 넘어가면서 협력 체제가 무산됐다. 

 

지엔씨에너지는 향후 IDC용 비상 발전기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 가스 터빈 방식 제품을 확산 적용할 계획이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전망. /가트너 제공

 

 

비상 발전기 시장 1위 기업 위상 이어진다


 

기존 디젤 엔진 비상 발전기 시장에서도 지엔씨에너지의 선점효과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생산거점 진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 비상 발전기를 독점 공급하는데 성공했다. 올 초 수주한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공장 비상발전기 프로젝트 금액은 100억원에 육박한다.

 

지엔씨에너지가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발전기 병렬 연결 기술과 판넬 제어 기술 덕분이다. 제품 신뢰성이 높은 것은 엄청난 자산이다. 비상 발전기는 평소에 거의 쓸 일이 없지만 비상 사태 발생시 반드시 작동해야 한다. 신뢰성이 중요한 만큼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는 저가 중국산 비상 발전기를 거의 쓰지 않는다. 지엔씨에너지 제품 가격 압박이 덜한 이유다. 

 

지엔씨에너지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앞서 있다. 비상 발전기용 디젤 엔진은 미국 커민스와 캐타필러가 주로 생산한다. 지엔씨에너지는 커민스 엔진을 연간 500대 가량 구입한다. 경쟁사보다 대량으로 구매하는 덕분에 5% 이상 싸게 소싱하는 편이다. 

 

지엔씨에너지는 향후 일반 건축용 비상 발전기 비중을 줄이되 산업용 매출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일반 건축용 비상 발전기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진율이 2~5%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IDC 및 플랜트용 비상 발전기는 마진율이 두 자릿수를 넘는다. 

 

지난해 비상 발전기 사업 매출은 1000억원 수준으로 일반 건축용 비중이 40%에 달한다. 올해는 IDC 및 해외 플랜트용 비상 발전기 수주가 늘어난 만큼 일반 건축용 비중은 다소 줄어들고, 사업부 전체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2014년만 해도 지엔씨 매출 중 수출 비중은 3%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수출 비중이 15%까지 올라갔다. 이라크 카빌라 정유 플랜트 비상 발전기를 큰 금액에 수주한 덕분이다.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 이란 순방이 예정된 만큼 지엔씨에너지가 이란에서 플랜트용 비상 발전기 수주를 할 가능성이 높다. 

 

중동, 아프리카 등 전력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들은 비상 발전기를 일반 발전기처럼 쓰기도 한다.지엔씨에너지가 이라크에 수출한 비상 발전기도 사실상 일반 발전기처럼 쓰인다. 소형 발전기 시장에서도 지엔씨에너지의 기술력이 통한 셈이다. 

 

신세계 등 대형 복합쇼핑센터용 비상 발전기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는 것도 지엔씨에너지에 긍정적이다. 최근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증축공사 비상 발전기를 공급했고, 신세계건설 하남 복합센터 비상 발전기도 수주했다.

 

 

▲지엔씨에너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기. /지엔씨에너지 제공


 

비상 발전기에서 열병합신재생 에너지 발전기로 영역 확대

 

지엔씨에너지가 향후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한 곳은 신재생 에너지 및 열병합 발전기다. 

 

주력 사업 비상 발전기가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신재생 에너지 및 열병합 발전기 사업이 성과를 본격적으로 내면 회사 구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지엔씨에너지는 신재생 에너지 및 열병합 발전기를 판매할뿐 아니라 직접 운영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는 4곳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는 음식물 쓰레기, 축산, 하수 등 유기성 폐기물을 재처리해 에너지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기존 발전소 업체들은 의무적으로 특정 비율 이상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구입해야 한다. 이른바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제도다.  

 

에코에너지 등 경쟁 업체들은 매립한 쓰레기에서 나오는 가스로 발전기 가동한다. 최근 쓰레기 분리수거 문화가 정착되면서 가스 발생량이 점차 줄어들어 사업성이 악화됐다. 

 

하지만 지엔씨에너지는 유기성 폐기물에서 나오는 가스를 활용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좋은 편이다. 

 

지엔씨에너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 사업은 지난해 기준 매출 비중은 3%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익성이 굉장히 좋다. 관련 사업 영업이익률이 4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엔씨에너지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기 판매를 늘리는 한편 자체 운영 발전소도 현재 4곳에서 내년까지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관련 사업 매출은 지난해 22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두 배 이상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열병합 발전기 사업은 최근 유가 하락으로 다소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억원 매출에 그쳐 전년 28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수출 시장이 열리면서 돌파구를 마련 중이다. 

 

지엔씨에너지는 브라질과 도미니카 공화국에 열병합 발전기를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평가를 이미 완료했으며,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가스와 디젤을 혼용한 발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지분 참여 방식으로 폐열 발전소, 풍력 발전소 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비상 발전기 수주가 잇따르면서 1분기 기준 수주잔고가 550억원에 이른다. 1분기 매출도 270억~29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8억원 대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영업이익률도 7~8% 수준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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