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의 중국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시안 공장)이 다음 달부터 가동률 제고에 돌입한다. 시안 공장은 지난해 연말 중국 정부가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 버스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탓에 연초 가동률이 극도로 저하된 바 있다. 

 

삼성SDI는 두달여간 주문하지 않았던 각종 소재⋅부품 재수급에 나서는 한편, 협력사들에게 향후 생산 계획을 공유했다.

 

 

▲삼성SDI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삼성SDI 제공


 

5월부터 가동률 최고치

 

삼성SDI는 시안공장 생산능력을 ‘연간 순수전기차 4만대에 장착할 수 있는 양’으로 표현한다. 이는 셀 기준으로는 연간 384만셀을 생산한다는 뜻이다. 순수 전기차 1대에는 리튬이온 배터리 셀 96개가 들어간다.

 

그러나 KIPOST가 파악한 시안 공장의 생산능력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시안 공장 생산 능력은 월 47만셀, 연간으로는 564만셀 정도다. 

 

지난해 연말 삼원계 배터리 파동 이전만 해도 삼성SDI는 시안 공장용 소재⋅부품을 매월 50만셀 분량을 주문했다. 47만셀 분량은 실제 생산에 쓰이고, 나머지 3만셀은 불량품 대체를 위한 재고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소재⋅부품 주문량이 줄기 시작하더니, 지난달 일부 품목은 아예 주문하지 않았다. 

 

▲중국 시안 삼성SDI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삼성SDI 제공

 

시안 공장에 원자재가 재입고되는 시점은 다음 달부터다. 삼성SDI는 5월 약 15만셀 분량의 소재⋅부품을 주문했고, 6월에는 정상적으로 50만셀에 해당하는 원자재를 주문했다.

 

삼성SDI 협력사 관계자는 “5월부터 시안 공장 가동률은 100%에 근접하고, 6월에도 이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협력사에 공지했다”며 “다만 가동률 저하에 따라 재고로 남은 원자재가 있어 5월에는 15만셀 정도만 납품하기로 했다. 6월에는 50만셀 분량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원계 배터리 파동 걷힐까

 

삼성SDI가 중국 시안 공장 가동률을 높임에 따라 중국 정부의 삼원계 배터리 보조금 중단 조치가 번복될 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는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중단했다. 

 

표면적으로는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웠으나, 삼원계 배터를 앞세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삼성SDI⋅LG화학에 대한 견제였다.

 

중국 로컬 배터리 업체들은 인튬인산철(LFP) 양극재를 기반으로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한는데, 삼원계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 에너지 밀도가 낮으면, 전기차 항속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중국 내 자동차 업체들은 삼원계 배터리를 선호하는 추세다. 

 

니켈코발트망간(NCM)⋅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을 양극재로 쓰는 삼원계 배터리는 LFP 대비 안정성은 떨어지는데, 국내 업체들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설계 능력으로 이를 보완한다. 중국  로컬 업체들은 BMS 설계 능력이 낮아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안전을 내세워 삼원계 배터리(삼성SDI⋅LG화학) 시장 확대를 견제하고, LFP 진영(로컬 업체)에 기회를 준 것으로 보는 이유다.

 

그러나 삼성SDI가 내달부터 가동률 정상화에 나선다는 것은 중국 시장의 기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판로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가동률을 높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최근 방중, 먀오웨이 공업정보화 부장과 만나 전기차용 배터리 문제를 협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최근 방중, 먀오웨이 공업정보화 부장과 만나 전기차용 배터리 문제를 협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지난 3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먀오웨이(苗圩) 공업정보화부장 등과 만나 중국에서 한국기업이 참여하는 삼원계 방식 배터리 안전성 평가를 4월 중에 끝내고 이를 토대로 중국 당국이 보조금 지급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에 삼성SDI는 지난 8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정부 주재 ‘NCM 배터리 안정성 평가 회의’에서 NCM 배터리 안정성에 문제가 없음을 설명했다.

 

아직 중국 정부의 최종 입장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당초 확고했던 중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재개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문제는 통상 이슈 뿐만 아니라 한⋅중⋅미 간 특허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매우 복잡하다”면서도 “삼성SDI가 중국 공장 가동률 끌어올리기에 나선 만큼 중국 내 기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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