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사업 진출설이 끊이지 않는 삼성그룹이 완성차 업체들의 강력한 견제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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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삼성 본사 앞에서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독보적인 경쟁력을 이미 보유한 전기차용 2차 전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전장부품 사업 영역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삼성 그룹 전장 부품 계열사와 단순한 미팅조차 피하는 분위기다. 현대모비스는 전장 부품 인력 유출을 우려해 삼성 그룹 관계자와 아예 만나지 말 것을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삼성 그룹이 경쟁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협력 가능성을 아예 열어놓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전장 부품 사업에 진출한 후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 진입을 노리던 삼성전자로서는 예상보다 빠른 완성차 업체들의 견제에 적잖이 당황하는 모양새다. 전장 부품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전기차 시장 진출의 꿈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견제를 의식해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삼성 그룹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드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완성차 업체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전기차 사업성 검토 보고서가 두 차례 이상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완성차 업체들의 눈을 의식해 이 같은 보고는 극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 그룹 전기차 사업 진출 가능성이 언론에서 계속 흘러나오면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리는 곳이 바로 LG 그룹이다. 삼성을 견제하기 위해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더욱 LG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LG 그룹은 LG전자, LG이노텍,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 등에 이르는 전자화학 계열사들이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2차 전지 시장에서 삼성SDI와 경쟁하고 있는 LG화학은 조만간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설 것으로 관측된다.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이 LG화학을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 파트너로 선정한 덕분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와 스마트폰용 CMOS 이미지센서(CIS)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소니도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최근 소니는 LG이노텍 전장 카메라를 통해 현대차에 HD급(100만 화소) CIS를 공급했다. 

 

삼성전자도 차량용 HD급 CIS를 개발해 지난해 초부터 현대기아차에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전장부품사업팀을 정식으로 출범하고 전기차 시장 진출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납품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차량 카메라용 CIS 시장 진출로 올해 전장 부품 사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던 삼성전자로서는 뼈 아픈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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