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사태 이후 '전기차 시장 특수'를 기대해온 국내 소재부품 업계가 중국 당국의 몽니에 급제동이 걸렸다. 


최근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해외 기업들이 잇따라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외산 소재부품을 채택한 리튬이온 전지나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축소하고, 심지어 외산 설비로 생산한 자국 소재부품에도 보조금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철저한 '차이나 인사이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중국 내 생산시설 확대에 나선 LG화학⋅삼성SDI 등 리튬이온 전지 업체뿐 아니라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첨가물 등 소재를 공급할 업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선 중국 정부는 전기버스에 쓰이는 리튬이온 전지 양극재 규제에 나섰다. 현재 중국에서는 전기버스용 리튬이온 전지 양극재로 리튬인산철(LFP)이 주로 쓰인다. 생산원가는 싸지만,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고 충전 시간도 길다. 중국 전기차 및 리튬이온전지 업체 BYD가 주로 공급하고 있다.  


최근 LG화학⋅삼성SDI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니켈코발트(NCO)⋅리튬니켈망간(NCM)⋅리튬니켈알루미늄(NCA) 기반 리튬이온 전지로 중국 전기차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전기버스는 전기차보다 10배 가량 많은 양의 리튬이온 전지를 써 향후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BYD가 생산한 순수 전기차 F5. /자료: BYD 제공 

 

 

중국 당국은  NCM 기반 리튬이온 전지를 쓸 경우 보조금을 축소하는 방안을 내놨다. 명분은 NCM 양극재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 내 점유율 축소를 우려한  BYD 등 자국 기업들의 로비가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NCM 양극재 안정성 검사도 자국 소재보다는 한국 등 외산 제품을 타깃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중국 전기버스에 LFP 양극재가 기본 사항으로 결정되면, 국내 2차 전지 업체로서는 중국산 LFP 양극재를 조달해 배터리를 만들거나 프리미엄 전기차 등 일부 시장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전기버스뿐 아니라 전기차 양극재로도 LFP를 밀어붙일 경우다. 지난해 중국 시안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삼성SDI와 난징 공장에 투자한 LG화학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자칫 팔 곳이 없어 생산시설을 가동하지 못할 위험도 생긴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NCO⋅NCM⋅NCA 양극재 기반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에 주력해온 만큼 LFP 기반으로 방향을 바꾼다면 기술적으로 BYD 등 중국 업체와 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17~2018년에 올해보다 20% 축소된 보조금을, 2019~2020년에는 40% 축소된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2020년 이후에는 보조금 제도를 아예 폐지할 예정이다. 외산 소재부품 및 설비로 생산한 제품 중심으로 보조금을 삭감할 가능성이 높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은 자동차 기업들이 보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중국 정부가 향후 자국 산업 중심으로 전기차 확산 정책을 펼친다면 국내 기업으로서는 유럽⋅미국 등 선진국 시장 공략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는게 현명하다. 


지난해 폴크스바겐 디젤엔진 배기가스 조작 사태를 계기로 유럽 내 전기차⋅하이브리드카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다만 중국 시장 공략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국내 리튬이온 전지 산업 성장은 당초 기대에 못미칠 가능성이 높다. 


리튬이온 전지 및 핵심 소재 생산능력 확대 속도도 지금보다 완만한 속도로 단행하는 게 낫다. 중국 정부가 외산 장비로 생산한 소재에 보조금 혜택을 줄이는 방안까지 추진할 경우 중국 특수를 노리던 국내 장비 업체들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게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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